2
부산메디클럽

[진료실에서] 내 주위의 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8 19:04:1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의 작은 아버지는 20대에, 결혼하고 한 달 만에 뇌종양이 발견됐다. 병원에서 부랴부랴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그 위의 작은 아버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서 평생을 고생하시면서 간경화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분에게는 결혼해서 낳은 갓 난 얘기인 딸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력이라는 암의 잠재적인 위험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십여 년 전, 나는 수련했던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원보를 펼쳐보다가, 암 말기 환자의 남편이 잔잔한 어투로 쓴 투고문에 눈이 갔다. ‘오늘도 그녀의 머리맡에 진통제 한 알을 올려놓고’로 시작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느껴져 가슴이 아렸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암은 두렵지만,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결혼하고도 집사람을 설득해서, 있던 보험도 없애고 암 보험도 들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병원에서 일하는 도중 집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첫 마디는 “여보 나 암인 것 같아”였다. 처음엔 믿지 않았고, 정확히 말하자면 믿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나는, 집사람이 보내온 MRI소견서에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는 내 전화에 불안해진 집사람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나 죽는 거야?” 간신히 그녀를 달래고 전화가 끝나자, 나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소리죽여 많이 울었다.

나는 내시경실에서 내시경을 하는 외과 의사이다. 10년 넘게 내시경을 하고, 우리 병원뿐 아니라 다른 검진 병원에서 용종을 제거하기 위해 보내주는 환자들을 매일 시술하다 보니, 이제는 용종과 암에 익숙해졌다. 매일같이 용종을 제거하고 간혹 대장암이나 위암을 찾아내기도 한다. 가끔은 치핵 수술 전에 확인 차 검사하였다가 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크기가 큰 용종의 경우 대장내시경으로 제거 시 추가 수술이 필요한 진행성 암이 나올까 봐 걱정하는데 다행히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상피내암으로 진단될 때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대장내시경 전문의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내시경을 하다가 대장의 한 구석에서 일그러진 암 덩어리를 만날 때마다, 그 환자들이 몇 년 전에 검진한다고 내시경을 받았다면 아무렇지 않게 훌훌 털어냈을 텐데, 내가 그들의 용종을 다 제거해주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행히 최근 내시경 장비 및 기술의 발달로 암이더라도 진행이 안 되고, 암의 모양새에 괜찮다면 ESD(내시경적점막하박리술)라는 조금 어려운 내시경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대학병원이 아니라도 우리 병원 같은 전문병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술이다.

나는 집사람이 암 수술 날짜를 잡고 기다리던 그 날의 초조한 심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명색이 나도 외과의사기에 머리로는 몇 달 만에 암이 더 진행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하루라도 더 빨리 수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시경을 해서 암을 발견하면 응급으로 조직검사를 하루 만에 확인하고, 다음날이나 늦으면 그다음 날에라도 바로 암수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우리 병원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환자들이 얼마나 마음 졸이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평소의 우리는 가끔 우리 주변에 있는 죽음을 망각하기 쉽다.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인가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부산항운병원 윤지훈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5. 5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6. 6[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9. 9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0. 10147일 만에 투표지 공개 검증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6. 6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9. 9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0. 10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0. 10“공장화재 대원 고립됐다” 실전같은 훈련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