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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가족, 하늘, 산, 바다, 책, 영화 등을 보면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인생(人生)이라는 긴 여정을 가진다. 1997년 내과 전공의 3년 차 시절 나에게 색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소화기내과를 전공하기로 한 나에게, 내시경이라는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서 ‘위’라는 인체의 신비한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심지어 다른 과의 의사들도 볼 수 없는, 위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위를 보는 데에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신 분들은 다들 알겠지만, 위내시경 검사는 겁이 나고 환자분께 해가 될 수 있는 침습적인 검사이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에는 “어떻게 하면 위의 모든 부위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환자분이 좀 더 편안하게 검사를 받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했다. 하지만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 할수록 사람마다 위의 다른 모습에 놀라고,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분들을 진료하면서 마치 이마의 주름살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하는 것처럼 내시경 검사 시 관찰되는 위의 모습 또한 환자분의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시경으로 위를 보면서 환자분께서 어떠한 건강 식품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술과 담배는 어느 정도 하는지,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시면서 사셨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젊은 사람에게 마치 자갈밭과 같은 울퉁불퉁한 장상피화생 변화가 위 전체에서 관찰되면 먼저 가족 중에 위암으로 고생하신 분이 없는지를 묻게 되고, 연세 드신 분에게 분홍색의 양탄자처럼 깨끗한 위를 보게 되면 ‘이분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교적 편안한 삶을 사셨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 외래 진료 시 가장 마음이 아픈 경우는 50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내시경 검사에서 위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었을 때다. 건강검진을 받을 시간과 비용까지 아껴가면서 자식들을 뒷바라지하고, 이제 좀 편하게 살 수 있을 때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이미 위암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너무나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또한 앞으로의 힘든 여정을 생각하면 더욱더 가슴이 쓰려진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처럼 내시경 검사 시 보이는 위도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깨끗한 위는 ‘나의 건강을 계속 유지하게 해주세요’라고, 그리고 지저분한 위는 ‘나를 안 아프게 해주세요’, ‘나를 고쳐주세요’라고. 아직도 많은 길을 가야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인 나에게는 위는 또 다른 인생, 아니 위생(胃生)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올바른 위생을 살 수 있을까? 당연히 일반적인 건강의 비결이 모두 위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덧붙여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있는 경우는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한 위생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묘책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후회 없는 위생을 살기를 바란다. 김광하·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