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진료실에서] 심장 이식 후 임신…생명잇기의 기쁨

  • 이수용 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   입력 : 2020-11-23 19:33:45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는 환자 김모(여) 씨를 2017년 8월 처음 만났다. 이 환자는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심부전으로, 서울지역에 이식 등록을 했다가 연고지 관계로 우리 병원으로 적을 옮겨 이식을 받기로 한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한강 이남에서 이식을 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 적지 않은 부산·경남지역의 말기 심부전 환자가 어렵게 서울로 가 이식과 심장수술을 받던 시기였다.

감사하게도 입원 한달 반 만에 가까운 곳에서 기증자가 나타나 그해에 심장이식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퇴원을 한 후 김 씨는 재활 기간을 거쳐 다시 일을 시작했고, 2년이 지나 백화점 매장의 매니저가 되었다.

이식 환자들은 불가피하게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두세 달에 한 번, 외래에서 면역억제제의 혈중 농도를 확인하고 목표 농도를 철저히 조절한다. 목표 농도보다 너무 낮으면 남의 조직인 이식 심장에 대한 거부 반응이 올 수 있고, 수치가 너무 높으면 감염증이 생기거나 면역억제제 고유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이식 환자에게 있어 임신은 여러 가지로 위험성을 갖는다.

우선 아이가 잉태되는 과정에서 면역억제제가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임신은 역동적인 생체반응 과정으로 면역억제제의 농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거부 반응의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 환자의 경우 이식 1년 이내에는 철저히 피임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 2월 어느 날 김 씨로부터 임신 소식을 들었다. 계산된 계획 임신은 아니었지만 모체와 태아를 모두 살리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바꾸고, 산부인과와의 협진을 시작했다. 2~4주에 한 번 심초음파를 확인하고 주 2회 정도 증상을 살피며 산모와 태아를 철저히 모니터링했다. 마음을 졸이며 그렇게 9주를 보냈고, 태아 초음파에서 아기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는 것을 확인했다. 24주째 양수검사에서도 기형률이 높은 염색체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 태아초음파와 모체의 심장초음파를 체크하며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6일, 33주 2일째 예기치 못한 가진통(假陣痛)으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산모의 상태는 괜찮았지만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호흡이 약하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있어 신생아호흡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헌신적인 신생아팀의 진료로 한 달 뒤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심장 기증으로 김 씨는 살아나 일상을 되찾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기증자 분도 아기의 탄생을, 중환자실에서 병을 이겨 나간 것을, 퇴원을 기뻐하고 축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병원 심장이식팀은 오늘도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생명잇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이어진 생명이 또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되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수용 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3. 3‘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6. 6[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9. 9“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보수 차기 경쟁 본격…張 “민생 예산 증액”·吳 “모두 힘합쳐야”·韓 “상향식 공천”
  8. 8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5. 5정부, 2023년 중단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본격화
  6. 6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7. 7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8. 8“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9. 9신규 원전 건설…고준위 방폐물 1만8000다발 추가 발생 전망
  10. 10“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5. 5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8. 8[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9. 9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부산과기대,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우승…‘3년 연속 메달’ 쾌거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