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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극단적 선택 여성 급증…스마트폰 대신 햇빛 보세요

걷기 운동 등 우울증 예방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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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차원 고위험군 서둘러 발굴
- 상담 제공 등 안전망 관리해야

올들어 우울증을 겪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늘어났다. 여성 우울증 환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발하거나 악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사나 모임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여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접 소통의 기회가 차단됐고, 여성의 일자리가 많이 준 여파가 우선 컸다. 재택근무 및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등도 여성의 삶의 질을 나쁘게 바꿔 놓았다.
40대 초반 L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짜증이 늘어났다. 집에 갇혀 지인들과 교감을 나눌 기회가 없어진 데다 초등 1, 3학년 두 아들의 온라인 수업 등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며 잔소리 빈도가 늘면서 화가 치밀었다. 그간 준비해오던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마저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를 찾게 됐다.

가족 모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여성의 스트레스는 증가한다. 남녀가 같이 재택근무를 해도 가사와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남녀평등사회라 해도 가정의 특성상 여성 비중이 크다 보니 코로나19 사태는 여성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50대 K 씨는 음독자살을 기도하여 입원하게 됐다. 이미 우울증 진단을 받아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으나 상태가 호전되자 임의로 치료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초기였던 부산 온천교회발 집단감염 관련자로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히 음성 반응이 나왔다. 2주간 격리조치 이후부터 감염될까 봐 두려워 집에만 갇혀 지냈다. 다시 우울증이 찾아왔고 종종 죽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는데 어느 날 가지고 있던 약을 한꺼번에 먹어 버렸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성자살 사망자 수는 1924명(잠정)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1%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6.1% 감소했고 전체 사망자도 2.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 자살률만 증가한 것은 1987년 통계 작성 후 올해가 처음이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은 저항력이 약한 여성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더욱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대 여성 B 씨는 대학 졸업 후 2년이 지났으나 취준생 신분이다. 중소기업에라도 취업하려고 노력했지만 좌절감만 쌓였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더는 부모에게 기대는 것도 죄책감이 들어 자살 암시 글을 SNS에 남기자 친구가 급히 정신과에 데리고 왔다.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윤경일 과장은 “최근 20대 여성의 자살 시도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며 “생애 첫 경제적 자립을 이룰 시기인데 취업난 등 사회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좌절감이 커진 것이 주원인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윤 과장에 따르면 B 씨는 학점과 스펙도 좋은 데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했다 한다.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학자금이나 생활비 대출 등으로 빚을 진 이들일수록 그 압박감은 훨씬 심하다.

문제는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감염의 위험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이 사태의 장기화는 여성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윤 과장은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많은 여성이 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고 있지만 언제 코로나가 자신을 덮칠지 몰라 병원에 오는 것도 무섭다며 진료를 받지 않으면 더 우울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다”고 전했다. 기대를 모았던 백신은 올겨울에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미 도래한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춥다고 실내에만 웅크리고 있지 말고 적절한 운동을 해보자. 햇빛을 받으며 꾸준히 걷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 TV나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는 등 생활방식을 다양하게 엮어보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보자.

윤 과장은 “이제 정부는 우울증 고위험군을 하루빨리 찾아내 실업급여 지급, 자살상담 등 사회 취약계층의 안전망 관리에 지금보다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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