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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 월드<3>조석과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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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년 음력 7월 15일 정유재란(선조 30년). 다대포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조선 수군에게는 12척의 배만 남아 있었다. 다급해진 선조는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을 다시 3도 수군통제사에 임명했다. 수군을 폐지하고 육군을 강화하려는 선조의 방침에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장계를 올리고 한 척을 추가해 1597년 음력 9월 16일 명량해협에서 133척의 일본 수군과 맞닥뜨렸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세계 해전사에 기록된 명량해전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닷물은 달과 태양의 인력과 지구 자전에 의해 주기적으로 상승하고 하강한다. 이를 조석현상이라 한다. 조석현상은 12시간25분의 주기로 반복된다. 대략 하루에 두 번씩의 만조와 간조가 생긴다. 조석에 의해 물이 들거나 나면서 그 물의 높이 차이만큼 흐름으로 변하는데 이게 조류이다. 지역에 따라 조류가 강해지기도 한다. 가장 좁은 부분의 너비가 293m 정도인 명량해협은 폭이 좁아짐으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굉장히 빨라지는 곳이다. 남해에 진을 치고 있던 일본 수군은 한양으로 향하는 서해 뱃길을 열기 위해서는 명량해협을 지날 수밖에 없었는데 조류의 들고남에 관한 정보 없이 해협 안으로 들어왔다가 조류의 흐름을 완벽하게 읽고 있던 이순신 장군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협을 지나는 조류가 하루에 두 번씩 방향을 바꾸며 그 물살이 엄청 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파도와 달리 조석은 바다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에너지다.

스쿠버다이빙 도중 강한 조류를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조류의 방향과 속도를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배에서 바다로 뛰어들자마자 수십 m나 떠내려가 버려 당황하기도 한다. 특히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는 그 지역의 조석 현상과 조류의 들고남에 관한 확실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갯벌에 들어섰다가 물이 들이차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필자의 경우 서해의 강한 조류를 호되게 경험한 적이 있었다. 1999년 9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폭격으로 서해 고군산군도 선유도 해역에 침몰한 일본 선박을 찾아 나섰을 때 일이었다. 강한 조류를 고려해 100㎏이 넘는 납덩어리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에 던진 다음 로프를 잡고 침몰된 선박으로 하강해 가는데, 조류가 얼마나 거세던지 로프를 잡은 손에 마비가 오고 말았다. 바로 위에서 따라 내려오던 팀원 중 한 명은 로프를 놓치는 바람에 조류에 떠내려가 버렸다. 모든 작업이 중지되었고 구조 및 수색에 나섰다. 다행히 조류의 흐름에 따라 뱃길을 잡은 선장의 오랜 경험 덕에 1시간여 만에 표류하던 팀원은 무사히 구조됐다.

 2001년 스쿠버 장비만으로 308m 수심까지 내려가 이 분야 세계기록을 수립했던 세계적인 스쿠버 다이버 존 베넷(현재 최고 기록은 이집트 육군 장교 아메드 가브르가 2014년 9월 19일 홍해에서 기록한 332.35m)도 2004년 3월 15일 우리나라 서해 56m 수심에서 침몰 선박 조사 작업을 벌이다가 실종되고 말았다. 그만큼 서해의 조류는 위협적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밀물과 썰물의 차가 제일 클 때 8m 정도나 된다. 세계에서 간만의 차가 제일 큰 곳은 캐나다의 휜디 만(Fundy Bay)으로 5층 건물 높이인 16m에 이른다.

 해외 다이빙 포인트 중 조류가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곳도 있다. 조류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입수해 몸을 맡기고 흘러가다 보면 조류가 끝나는 출수 지점에 다다른다. 가만있기만 해도 눈앞으로 수중 비경이 스쳐 지나가는데, 마치 수중 케이블카를 타고 관광을 하듯 편안하고 흥미롭다.

 조수 간만의 차에 의한 조류 외에 상승 조류와 하강 조류도 있다. 이러한 조류는 예측 가능한 지역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스쿠버 다이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북태평양 적도 인근 팔라우 공화국의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블루코너는 상승 조류를 관광 상품화한 곳이다. 수심 20m에 있는 수중 절벽 끝 바위틈에 갈고리를 끼우고 버티고 있으면 심해에서 상승 조류를 타고 올라오는 상어 등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잘못해 갈고리 결속이 풀리면 몸이 수면 위로 빠른 속도로 솟구쳐 상당히 위험하다. 깊은 수심에서 몸에 녹아 있는 작은 부피의 공기 덩어리가 수심이 갑자기 얕아지면 급속도로 팽창해 신체 조직에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상승 조류에 반대되는 개념인 하강 조류를 만나면 몸이 바닷속으로 끝없이 끌려 들어간다. 2000년 필리핀을 찾은 우리나라 스쿠버 다이버들이 한꺼번에 수심 70~80m까지 끌려 내려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고를 겪은 다이버들은 하강 조류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쳐보았지만 시커먼 바다 아래에서 빨아들이는 거대한 힘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스쿠버 다이빙 한계 수심이 30m 정도이니 당시 이들이 사고를 당했던 수심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었다. 다행히 깊은 수심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짧아 큰 후유증은 없었다고 한다.

●사리와 조금

조석 현상은 달과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引力) 때문에 생기는데 지구 가까이에 있는 달이 태양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달의 인력에 의해 바닷물이 끌어당겨 지는 쪽은 만조가 된다. 그런데 지구의 바다는 달과 대면한 쪽만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 쪽도 똑같이 부푼다. 이것은 반대편에 대해서는 달의 중력이 훨씬 약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구가 회전함으로써 생기는 힘(원심력)에 의해 반대편의 해수도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달의 인력과 직각 방향인 곳은 간조가 된다. 이러한 만조와 간조는 12시간25분 간격으로 반복된다. 달의 인력보다 작지만 태양 인력도 조석에 영향을 주기에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있어 인력이 합쳐지는 보름과 그믐날에는 조석이 최대가 된다. 이때를 사리 또는 대조(大潮)라고 한다. 달과 태양이 직각 방향에 위치해 우리 눈에 반달로 보이는 상현과 하현에는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인력이 분산되므로 조석 간만의 차가 최소가 된다. 이때를 조금 또는 소조(小潮)라고 한다. 사리를 전후한 날에는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이 강한 조류에 떠밀려 다녀 시야를 흐리기에, 관찰이나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잠수하는 스쿠버 다이버에게는 좋지 않은 날이다. 글·사진=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상승조류를 타고 심해에서 올라온 플랑크톤을 잡아먹기 위해 작은 물고기가 모이고 작은 물고기를 포식하기 위해 큰 물고기와 상어들이 모여 들고 있다. 팔라우 블루코너는 상승조류로 인해 형성된 먹이사슬이 장관을 이룬다.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위치할 때를 사리(대조)라 하며, 태양과 달이 직각을 이루는 때를 조금(소조)이라고 한다.


   
조류가 심한 바다를 찾은 스쿠버 다이버들이 로프를 잡고 목표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쿠버 다이버들이 하강줄을 잡고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레져다이빙인 경우 조류가 심한 바다에서는 다이빙을 포기해야하지만 인명구조, 작업 등 피치 못할 경우 하강줄을 이용해 목표 지점으로 내려가곤 한다.


   
조류가 관광 상품으로 개발 된 곳을 찾은 스쿠버 다이버들이 조류에 몸을 맡긴 채 수중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일정한 속도로 안정적인 조류가 있는 해역에서의 다이빙은 의외로 편안하고 흥미를 준다.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명량해협은 빠르게 흐르는 물살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젊은 사나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들려 울돌목이라 불린다. 이곳의 조류는 초속 6m에 달한다. 현재는 1984년 10월에 완공된 진도대교가 해협을 가로 지르고 있다. 진도대교는 강한 조류 때문에 물속에 교각을 세우기 힘들어 양쪽 해안에 교각을 세운 다음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사장교 형식으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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