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 24시간 음압 병동 지켜
- 비협조적 환자 늘어 고충 가중
- 팬데믹 시대 건강안전망 역할
- 호흡기센터 하반기 설계 돌입
- 백신 개발 국가연구사업 참여
부산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부산의료원이 올해로 개원 145주년을 맞았다. 연제구 연산동에서 지금의 거제동으로 이전한 지 20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부산의료원은 그 긴 세월 동안 공공의료라는 한길만을 변함없이 걸어오며 예기치 못한 역경 속에서도 부산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한 의료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노환중 의료원장은 지난 7월 1일 개원기념일을 통해 “희생·봉사·노력으로 기나긴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하고 있다”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와 전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호흡기센터 ▷호스피스 병동 ▷장애 친화 건강검진센터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스마트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 프로젝트를 마련해 지방의료원을 선도하는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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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부산의료원 의료진이 음압병동 복도에서 입원환자들의 수액치료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
■폭언과 민원에 지쳐가는 의료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부산의료원은 최근 재확산이 장기화할 것을 고려해 병상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33병상을 추가로 확보, 모두 292개 음압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전신 보호복으로 무장하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맞서 24시간 음압 병동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도를 우려하는 기사가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환자 수가 끊임없이 늘고 있고 환자군의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비협조적인 환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현재 부산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커피를 배달해달라’ ‘원하는 시간에만 병실에 방문해라’ ‘1인실로 교체해달라’는 등의 민원까지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 환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택배 수량이 늘어 분류 작업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외에도 흡연한다거나 술을 택배로 시키거나 바닥에 쏟은 물조차 닦아달라는 사소한 요구까지 하고 있어 의료진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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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원 145주년 기념식 모습. |
지난 7월에는 부산의료원의 한 음압 병동에서 ‘코드 그레이(Code Grey)’를 알리는 경고 방송이 울렸다. 병원에서 코드 그레이는 원내 소란과 난동 행위를 의미한다.
음압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 A 씨가 식사 배달을 위해 병실을 방문한 의료진을 향해 돌진하며 음압 병동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2명의 직원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환자가 난동을 부린 이유는 퇴원 지침을 따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입원 기간 퇴원시켜달라며 지속해서 의료진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병실 내 기물 파손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A 씨의 병실을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고, 퇴원 당일에는 전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진에 보안 요원들까지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의료진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두렵고 무섭다. 꿈에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동에 제한을 받는 음압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노출됐을 때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환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언제든 감염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이에 병원 측은 근로자 보호 조치 등 직원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 상태여서 환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전공의 수련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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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병원의 역할 강화를 위해 들어설 호흡기센터 투시도. |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전담하면서 전공의 수련에도 문제가 생겼다. 부산의료원에는 내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의 전공의가 수련 중이지만 일반 환자의 비중이 대폭 줄면서 전공의 수련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전공의는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 이수를 위해 다양한 환자군을 진료해야 되나 코로나19 확진 환자 진료에 집중되는 환경 탓에 수련 과정을 충족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전공의들은 수련 요건 충족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인근 대학병원에 장기간 파견을 나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안한 수련 환경 속에 추후 전공의 모집에 지원이 저조해 공공 의료인력 양성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건강안전망, 인식의 전환 성과
그럼, 코로나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는 없을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부산시민이 생각하는 부산의료원은 사회적 약자와 의료 취약계층 위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안전망 역할을 하는 병원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막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무엇보다 위기 발생 시 누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산의료원은 지난해 2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금까지 부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 6090여 명(8월 16일 기준)을 치료했다. 이 외에도 선별진료소 및 분자진단(PCR) 검사실을 설치했고, 코로나19가 아니면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안심클리닉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 대상 코로나19 백신의 자체 접종과 함께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돼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 유행 시 건강안전망으로서 공공병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본관 건물과 분리된 별관에 호흡기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설계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음압입원실, 음압투석실, 음압중환자실을 포함해 최신 영상 및 검사 장비 등을 갖춘 상태에서 호흡기센터가 별도의 병원으로서 감염병 대응센터의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러면 본관은 일반 환자를 위한 진료를 차질없이 할 수 있게 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부산의료원은 국가 차원의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주관 연구기관인 서울성모병원과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국가 감염병 임상시험센터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기간은 올해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 기반을 확보하는 데 있다. 또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기관별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임상 연구 보조 인력 및 IRB 전담인력을 채용했다. 현재 부산의료원은 공용 IRB를 위탁 운영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개발 참여를 계기로 자체 IRB 운영 전환을 통한 의약품 및 의료장비 등 내부 연구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