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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곤의 '요기 좋아'<1>부처 닮은 산 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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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칠레 땅 이스터섬에는 ‘모아이’라 불리는 거대한 석상이 있습니다. 모아이는 세계적 거석문화 유적 중 하나로 유명하지만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기록이 없지요. 이와 결이 비슷한 유적이 한반도에도 있습니다. 전남 화순의 운주사 와불이 그것입니다. 길이 12m, 너비 10m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운주사 와불은 모로 누운 형태가 아니라 바로 누운 와불로서 자연석에 조성돼 있습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이보다 더 오래된 와불이 우리네 주변 곳곳에 있답니다. 멀리는 바라보는 산줄기입니다.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보는 각도에 따라 능선의 형태가 누워있는 부처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생성 시기도 지질시대여서 역사시대로 추정되는 와불보다 훨씬 더 오래됐지요.

부처 닮은 산은 사실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좀처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이 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적고 있듯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출발 전 예습 없이 무작정 떠난다면 그냥 산만 타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운이 좋아 동행인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자 이제 떠나볼까요.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은 부처님이 누운 듯한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다.
●해남 두륜산 와불

국토의 최남단 ‘땅끝마을’이 있는 전남 해남의 명산인 두륜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만만찮은 암봉이다. 같은 암봉이라도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으로 힘이 넘친다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바윗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을 벗 삼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뭐니 뭐니 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 이 절집은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도 산 아래 대흥사 경내에서 가만히 보면 부처님이 누운 와상(臥像)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바라보는 능선의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 부처님의 누운 모습을 보여준다. 목 부분인 만일재가 다소 길어 어색하지만 하여튼 부처님의 와상은 확실하다.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국내 다도의 요람인 일지암도,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북암 마애여래좌상 등도 이 두륜산 품 안에 안겨 있다.

놓쳐선 안 될 숙소 하나 추천한다. 대흥사에서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유선관. 400여 년 전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지금은 숙소로 개조됐다. 새벽이면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경부고속도로 남구미IC 진입 전 도로변에서 찍은 금오산. 부처님의 형상을 하고 있다.
●구미·칠곡 금오산 와불

조선 왕조의 유일한 왕사(王師)인 무학대사가 산세를 살펴본 후 산자락에서 언젠가 왕이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금오산.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로 이 예언은 맞았다. 금오산 자락인 구미 상모동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금오산은 지난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8년 자연보호헌장을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포한 곳이기도 하다. 도선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산 전체에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 등을 품고 있다.

이 금오산도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상에서 보면 부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차량이 많을 경우 갓길에 차를 세우기도 힘들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으니 고속도로상에서의 감상은 절대 삼가자.

금오산 금오동천 방향으로 산행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왜관IC로 나가지 말고 칠곡군 북삼읍 남구미IC 쪽으로 나가면서 금오산을 바라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았을 뿐 부처님이 아니라고도 한다. 문득 모든 생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작용이라는 원효 대사의 일체유심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함양 휴천면 송전마을에 자리한 견불사에서 바라본 천연와불. 사진작가 고귀웅 제공.
 ●함양 견불사에서 본 지리산 와불

 경남 함양 휴천면 송전마을에 자리한 지리산 견불사는 국립공원 지리산 하봉 서북쪽 기슭 해발 65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은 벽송사와 서암정사의 성지를 만들고 북동쪽으로는 문수사를 품고 있다. 맞은편 법화산은 삼봉산과 함께 우뚝 솟아 견불사를 품고 있어 1300년 전 신라 때부터 불교 성지로서 손색이 없다. 해서, 천년와불 성지로 불린다.

 견불사에서 보이는 상내봉(1200m)은 송대마을 뒷산으로, 자세히 보면 부처가 반듯하게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일명 ‘와불산’으로 불린다. 견불사와 와불산을 친견하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룬다고 하여 전국 불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의 마지막 교전지로 상처 입은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극락왕생 발원을 위해 매년 ‘호국영령 합동위령제’를 봉행한다.



강 쪽에서 바라본 모습. 우측이 머리, 가운데 낙산대불이 위치한 가슴, 좌측이 하체 부분. 영락없는 와불 형상이다.
높이 71m의 세계 최대인 낙산대불.
 ●중국 사천성 능운산 와불

 이웃한 중국에서도 비슷한 와불이 있다.

 사천성(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낙산시 능운산 서쪽 절벽의 황톳빛 석벽 전체는 거대한 석불 좌상이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석불인 낙산대불이다.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낙산대불은 불상의 높이와 산의 높이가 같은 71m이다. 귀의 길이가 7m, 머리는 14.7m, 발이 5.5m 정도. 발 위에는 100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고, 발톱 하나에도 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라고 현지 가이드가 도착하기 전 차 안에서 설명하기에 중국인 특유의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산 절벽 하나를 그대로 깎아 불상을 조각했다. 사실이었다.

 산 절벽을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지만 엉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머리가 다소 크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기에 장삼이사들의 눈에는 그렇게 커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낙산대불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낙산대불이 내려다보고 있는 곳은 민강(岷江)·청의강(靑衣江)·대도하(大渡河) 등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 이곳에선 소용돌이로 인해 배가 침몰해 적지 않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당나라 현종 원년인 서기 713년 해통 법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부처님의 법력으로 해난 사고를 막아보고자 대불 조성에 들어가 90년 만인 803년 준공됐다. 물론 해통 법사 사후이다.

 대불은 조성 목적에 맞게 사람을 압도하는 위용은 보이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강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대불 구경은 대개 대불 왼쪽으로 조성된 구불구불한 계단으로 올라가 최대한도로 근접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기도를 한 후,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대불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밌는 점은 강에서 낙산대불 쪽을 바라보면 능운산이 좌우의 봉우리와 함께 마치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처럼 보여 와불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 즉 왼쪽 오룡산이 하체, 가운데 능운산이 가슴, 맨 우측 구성산이 머리 부분이다. 낙산대불은 이 와불의 심장 부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점은 하체 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 우스갯소리로 부처님의 ‘거시기’라고 하지만 일명 능운탑이라 불리는 13층의 영보탑(靈寶塔)이다. 낙산대불 조성자인 해통 법사의 골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와불의 형태가 발견된 때가 불과 3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에 가면 능운산 자락이 와불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와이드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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