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진료실에서] 병리과 생소하시죠? 여긴 병을 판독하는 곳입니다

  • 송주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병리과 과장
  •  |   입력 : 2022-06-20 18:59:53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리과요?” “아니요, ‘병원’ 할 때 ‘병리과’입니다.” 이런 일을 가끔 겪는다. 나는 전공의 포함해 병리과 의사 생활 16년째다. 직업병인 ‘일자목’과 안구건조증이 없었고 철도 없던 시절의 나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우리 과를 알아주는 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 속상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병리과는 한마디로 ‘진단’을 하는 곳이다. 정확한 판독은 암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로부터 채취한 세포 조직 장기의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병변이 염증 혹은 종양인지 양성인지 아니면 악성인지 판별하는 것이다. 만약 악성 종양(암)이라면 그 형태와 기원, 병기 등을 진단해 임상의사가 치료방침을 결정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커진 림프절이 만져질 경우 필요에 따라 세침흡인 검사가 이뤄진다. 이때 주사기에 빨려들어온 세포들을 유리 슬라이드에 발라서 현미경으로 면밀히 살펴본다. 그것이 원래 림프절 세포가 아닌 암세포로 확인되면, 그 특징적 형태를 보고 어디가 원발 부위일 가능성이 높은지 감별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과’가 함께 의심 부위를 찾아내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그것을 아주 얇게 잘라서 유리 슬라이드에 붙이고 염색해 같은 암이 맞는지 확인한다.

만일 수술이 필요하면 병변 부위 또는 장기 전체를 절제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병리과에서는 그 크기와 깊이 범위 절단면의 상태 등을 관찰한 후 대표 부위를 판독하고 병변에 대한 정보를 임상의사에게 최대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최적의 암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흔히 의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임상과’ 대신 ‘비임상과’인 병리과를 택했던 것은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였다. 환자나 아픈 분 때문에 힘든 사람을 만나면 과몰입이 심한 것이 문제였다. 인턴 시절 중환자실의 돌아가신 분 옆에서 울고 있다가 보호자로 오인된 적이 있었다. 그때 레지던트 선생님이 “너는 지금 착한 의사 같지? 다른 환자분들 안보여? 응급 터지면 어쩔 거야? 냉정함을 유지 못하는 것은 의사자격이 없는 거야”라고 말했다. 충격이었지만 이해가 됐다. 병원에서 일하며 느낀 여러 감정에 나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의사가 되겠다’는 나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병리검사 의뢰지를 보면서도 혼자 울고는 한다. 환자분의 얼굴은 모르지만, 나이가 어리거나 나와 비슷해서 혹은 재발이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아파서다. 하지만 눈물을 닦고 더 맑아진 눈으로 더 열심히 현미경을 보면서, 꽤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암센터의 병리의사로서, 마음 속 ‘나의 환자분’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래서 나의 눈물이 가짜가 아님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진심을 다해 하루하루 정확한 판독에 최선을 다한다.

나의 판독 덕에 최적의 암치료로 새 삶을 찾을 환자분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병리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도, '걸으면서 느끼는 단풍 여행지' 4곳 소개
  2. 2한화 김승연 회장 “한화DNA로 난관 뚫어내자”
  3. 3[속보]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중수청 1호 감찰 대상 돼 안타깝고 서글퍼”
  4. 4“농지 전수조사 내용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세요”
  5. 5[속보]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또 피격 12명 사망 309명 부상
  6. 6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7. 7[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8. 8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9. 9[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10. 10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1. 1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2. 2[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3. 3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4. 4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5. 5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6. 6노무현·박원순 소환한 이 대통령 "품격없다 비난해도 SNS 소통 계속할 것"
  7. 7국힘 이소희 의원, 첫 국정감사서 ‘일일 우수의원’
  8. 8與 김용민 “자리 탐하려 정치한것 아냐”…李 대통령에 반박 해석
  9. 9[2026 국감 브리핑] 정진욱 “이전지역인재 의무채용, 꼼수 방지 위해 예외 조항 재검토해야”
  10. 10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1. 1한화 김승연 회장 “한화DNA로 난관 뚫어내자”
  2. 2“농지 전수조사 내용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세요”
  3. 3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4. 42030년엔 로봇용 D램, 20배 증가 전망…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5. 5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6. 6배달 문화 자리 잡으면서 불만도 급증… 5년여 간 소비자 상담 9430건
  7. 7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8. 8"국세 체납액 116조원 돌파…미납에 따른 가산세 급증"(종합)
  9. 9동남권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부울경 스타트업 11곳 IR 데모데이
  10. 10‘개 식용 종식’ 순조롭게 진행… 농가 1537곳 중 1339곳 문 닫아
  1. 1경남도, '걸으면서 느끼는 단풍 여행지' 4곳 소개
  2. 2[속보]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중수청 1호 감찰 대상 돼 안타깝고 서글퍼”
  3. 3[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4. 4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5. 5551명에게 고금리 대출 불법 대부업자 2명 실형
  6. 6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7. 72027학년도 대입 수시, 지역인재·지역의사제 전형 전년대비 40% 지원 증가
  8. 8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9. 9울산마라톤대회 참가자 열 탈진 등 증세로 무더기로 병원 이송
  10. 10'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1. 1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2. 2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3. 3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4. 4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5. 5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6. 6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7. 7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8. 8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9. 9“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10. 10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