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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한방 이야기] 노인성 질환 줄이려면 꼭 ‘변비 관리’

  • 김경민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뇌중풍센터 교수
  •  |   입력 : 2022-07-25 19:42:2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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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이가 지긋한 신사 한 분이 진료실에 왔다. 부인 손에 이끌려 마지 못해 들어온 그는 ‘그까짓 똥 좀 잘 못누면 어떻노’ 하면서 부인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만성 변비 환자였다. 몇 년째 대변 보기가 아주 힘들고, 그때마다 약국에서 임시방편으로 변비약을 구입해 드시면서 살아온 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서 변비가 심해진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그 환자분의 손을 맞잡고 진맥을 하면서 대변을 원활하게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설명했다.

“어르신, 우리 한의학에서 치료의 기준이 되는 근간은 ‘수식소대(睡食小大)’입니다. 수는 수면이고, 식은 음식 섭취 및 소화, 소는 소변, 대는 대변입니다. 쉽게 말해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모든 병은 내 몸이 스스로 고쳐 낫는다는 것이 한의학의 기본 이론입니다. 현대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수면, 음식 섭취 및 소화, 소변, 대변만 정상적으로 잘 이뤄진다면 내 몸의 면역력이 높아져서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개념인 것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수식소대’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을 제일 좋은 치료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말처럼 ‘그까짓 똥’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옛말에 ‘사람은 똥힘으로 산다’는 얘기가 있다. 일상 생활에서 정상적인 배변 생활이 잘 이뤄져야 적절한 체력도 유지되는데, 거의 매일 설사를 한다면 아무리 힘 센 천하장사라 해도 배겨 낼 수가 없다. 실제 한의학에서는 광증으로 미쳐 날뛰는 사람을 치료할 때 설사 약을 먹여 사람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변비가 오래 지속되면, 이로 인한 만성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걱정하는 중풍을 보자. ‘동의보감’에 중풍을 예방하는 약으로 ‘소풍순기원’이라는 한약이 있다. 이 처방은 노인성 변비로 인해 장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여하는 한약이다. 즉 옛날에도 대장의 기능이 약해져서 변비가 생기면 중풍 같은 큰 병이 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배변은 우리 인체가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영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연구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은 제2의 뇌’이다. 즉 장은 뇌와 독립적으로 ‘장 신경체계’를 진화, 발달시키며 소화 흡수 배설을 자체 판단하고 처리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면역과 관련해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장소도 바로 ‘장’이다. 장내 세균이 장내 면역작용을 활성화시켜 적절한 면역체계가 유지되도록 하며,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적절하게 흡수해 인체 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해 준다. 그래서 ‘똥 그까짓 것’이라고 함부로 말해서는 곤란할 만큼, 배변 활동은우리 몸에서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위와 같이 설명을 충분하게 들은 그 어르신은 필자가 지어준 한약을 잘 드시고 배변도 원활하게 됐다. 대변을 정상적으로 잘 보게 된 것과 함께 쇠약했던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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