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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희귀질환 진료, 영역별 협진체계 구축 필수적

  • 이보련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   입력 : 2022-08-22 19:30:0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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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정민(가명)이는 임신 나이 31주에 출생한 미숙아다. 그는 두 돌부터 발달이 느렸다. 혼자 걸을 수는 있었으나 계단을 올라가고 뛰는 데는 서툴렀다. 의사표현은 가능하지만 또래보다 발달이 뒤쳐졌다. 만 4세가 되어서는 발달 퇴행이 나타났다. 자주 넘어졌고 말할 때 발음이 부정확했으며 음식물을 섭취할 때 자주 사래가 들었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이염색 백색질 장애’. 이는 뇌의 백질 대사장애로, 아릴설파타제A 효소 결핍이나 부족으로 뇌 백색질의 수초가 파괴돼 일어나는 희귀질환이다. 치료방법은 아직 없으나 병 진행 전에 골수이식을 하면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여덟 살 민재(가명)는 두 돌 무렵부터 앞뒤로 머리가 길고 걸을 때 뒤뚱거리며 대근육 운동 발달이 느려서 병원에 왔다. 그의 질환은 국내 80명 정도만 보고된 희귀질환인 X-염색체연관 저인산혈증 구루병과 이와 관련해 생긴 두개골조기유합증이다. 이는 유전자의 병적 변이로, 인의 대사와 관련된 섬유아세포성장인자23(FGF23) 호르몬 과잉이 유발되고 콩팥에서 인산 배출이 증가해 생기는 질환이다. 혈중 인이 떨어져 경구 인제재와 활성 비타민D를 복용해야 하지만, 이 약제만으로는 병을 치료할 수 없다. 최근 FGF23를 억제하는 약제가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희귀질환은 발생 수가 매우 적어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운 질환을 말한다. 각각의 환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종류는 매우 광범위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7000개 이상의 희귀질환과 약 3억 명의 희귀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희귀질환은 약 80%가 유전성으로, 대부분이 유전적 소인이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의 보편화로 희귀질환 발생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지정된 희귀질환은 약 1100개 정도이다. 2020년 말 기준 발생자 수는 약 5만 명이며, 희귀질환 산정특례(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금 비율을 10%로 낮춰주는 제도) 대상 인원은 약 31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12월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희귀질환의 예방 진료 및 연구 등의 정책이 수립되었고 희귀질환으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부담을 감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해마다 새로운 희귀질환을 목록에 추가하면서 국가관리대상이 가능한 희귀질환 항목을 늘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희귀질환 거점센터에서만 가능했던 희귀질환 등록이 승인을 받은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돼 환자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게다가 희귀질환 진단 지원과 희귀의약품 급여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가약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인 ‘스핀라자’와 ‘졸겐스마’, 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의 급여화가 이뤄졌다. 또한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구루병 치료제인 ‘크리스비타’, 아밀로이드 심근병증 치료제 ‘빈다맥스’,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 등이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다.

희귀질환 진료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영역의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질환별 네트워크 구축과 협진 및 의뢰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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