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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빌런 <8> 반려동물이 떠난 상실감... ‘펫로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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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김채호 PD] 오늘 어쩌다 빌런의 주제는 반려동물입니다. 오늘도 도움 주실 선생님 모셨습니다.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민경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채호 PD] 어릴 때는 강아지를 그냥 개XX 이렇게 했던 것 같고 그다음에 애완동물 그렇게 말했던 것 같고 이제 반려라고까지 했잖아요. 이제 반려라는 게 내 삶의 반, 소중한 그런 느낌인 것 같은데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우리가 배우자를 반려자라고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뜻이 그냥 내가 옆에 두고 예뻐하고 그냥 바라본다는 의미였다면 반려동물은 내가 정서적으로 좀 의지하고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그런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존재로 지금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김채호 PD]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이렇게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길들이고,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가까이 두는 의미가 있잖아요.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불렀다고 아까 말씀 주신 것처럼. 그런데 그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다고 해요. 인류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애완동물은 모든 대륙의 전통적인 인간 사회에 거의 빠짐없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 종도 훨씬 다양하다고 하거든요. 우리도 떠올려보면 과거 시골에는 굉장히 많은 동물들이 우리 삶과 함께 했었잖아요.

제 생각엔 사람은 기본적으로 좀 관계 지향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고 누군가와 애착을 형성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사실 핵가족화가 되고 타인과의 경쟁이 당연시되면서 누군가와 속마음을 나누고 있는 그대로 위로를 받는다는 게 과거보다 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이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위로를 해준다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에 내가 속마음을 얘기했는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반려동물은 그렇지 않죠. 그 자리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고 나를 따라주고 이렇게 옆에 지켜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전에 저에게 상담을 오셨던 한 노부인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나는데요. 그분께서 이제 자녀나 손주들은 자기들 기분 좀 안 좋을 때는 투덜거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별로 반겨 하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런데 기르는 강아지는 한결같이 귀가할 때마다 늘 달려 나와서 반갑게 자신을 맞아준다고 해요.

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시민들의 생각] 나에게 반려동물은?
[시민1] 지금 이제 10살이다 보니까 오래 같이 했는데 그냥 가족이거든요.
[시민2] 남동생. 가족 중에서 제일 중요하고 힐링 되는 존재.

[김채호 PD]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영원하면 좋겠지만 분명한 건 인간보다는 수명이 짧은데 이 상실감이 보통이 아닐 것 같습니다.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상실감이 실제로 굉장히 크시고요. 그 상실감으로 사실 상담을 오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들의 많은 부분이 ‘펫로스 증후군’ 그러니까 반려동물을 이렇게 잃고 나서 겪는 심리적인 상실감 혹은 슬픔 같은 것들을 많이 이렇게 느끼시는 거죠. 생각해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갑작스럽게 확장이 됐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반려동물을 잃어서 굉장한 상실감을 느끼고 어떤 분들은 ‘내 가족이 사실 떠났을 때보다 더 슬펐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근데 주위 사람들이 그걸 잘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거 같아요. “개나 고양이가 죽은 거 가지고 뭘 그래” “또 한 마리 사면되지” 이렇게 쉽게 얘기를 하면 그 상실감을 이해받지 못하는 거 같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거죠.

반려동물이 소중한 대상을 잃었다는 측면에서는 내 가까운 가족이 떠난 것과 사실은 비슷하거나 더 큰 슬픔을 느낀다고 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그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단계별로 좀 나뉘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라고 하는 사람은 이제 상실의 단계를 다섯 단계 정도로 나뉘어서 설명을 했는데요. 우선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렇게 나눠서 설명을 했습니다.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요. 몇 단계로 건너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 중에서 세 개만 느끼기도 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중한 대상을 상실했거나 혹은 내가 어떤 불치병에 걸렸거나 그랬을 때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해요.


우선은 그것을 조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떠났을 리가 없어” “이렇게 큰 병에 걸렸을 리가 없어” 이렇게 처음엔 부정을 했다가 그다음에 이제 분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치료해 줬던 수의사나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막 화를 내기도 하고요. “너 탓이야” “그때 돌보지 못해서 이렇게 됐잖아” 이렇게 되기도 하고 그다음은 타협 단계에 이르게 되죠.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한다든지 “내가 이제부터 정말 잘 돌볼 거야” 이런 식으로 내면적으로 타협을 하거나 종교적인 기도를 한다거나 이렇게 할 수 있고요. 그러고 나서 현실을 조금 인정을 하게 되면 굉장히 우울해지죠.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 이제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굉장한 슬픔을 느끼거나 우울감을 느낄 수 있고요. 그 단계가 지나면 “이게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순리구나” “떠날 수밖에 없는 거구나” 라고 수용을 하면서 감정이 마무리가 된 건데요. 그 과정에서 감정이 잘 다독여지지가 않고 그 감정에 빠지게 되고, 그 떠나간 반려동물에 좀 집착을 한다든지 혹은 “내가 삶의 의미를 잃었어” “나도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아”라는 생각에 너무 지나치게 빠지게 된다면 그것은 상담이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김채호 PD] 저는 동물을 키우진 않는데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착인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저는 동물 대신 후배가 준 건데. ‘애착 인형’을.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은 해요. 애착 인형이든 반려동물이든 내가 그 대상에서 위로를 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사실 비슷한데요. 이제 그것이 물건이나 인형인 경우에 정신 분석가 위니코트라는 사람은 ‘과도 대상’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니까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애착 대상인 어머니와 늘 같이 곁에 있을 순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대신하는 그 인형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또 이걸 부드럽게 쓰다듬게 되죠. 쓰다듬으면서 내가 위안을 찾는 거죠. 이전에 굉장히 유명한 만화 스누피에 나오는 그 주인공이 늘 이렇게 담요 들고 다니잖아요. 그 담요와 같은 물건이 과도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애지중지하던 그 물건들이 내가 누군가 애착 대상이 생기거나 성장을 하게 되면 그 물건들이 잊히거나 그러지 않고 다락방이나 어디 창고에 그냥 두게 되거든요. 위니코트도 그걸 지적을 했어요. 그것은 사람이나 어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점점 자라서 쓰지 못하게 됐다고 굉장히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죠. 그냥 이렇게 치워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뭔가 정서적인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애착 인형은 내가 그 순간에 마음을 좀 위로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면 반려동물 같은 경우는 조금 더 폭넓게 내가 일정 부분 책임을 비도 보살펴줘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우울해지시거나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분들 중에 몇 분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신 분들 꽤 있으세요.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살아갈 만한 힘을 주거든요. 그래서 내가 반려동물을 돌보고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내가 또 좀 살아갈 만한 의미를 찾게 되는 거예요. 어쨌든 반려동물이든 애착 인형이든 내가 애착을 형성하고 위안을 얻는 대상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근데 성인인데 애착 인형을 가지고 있다면 피디님처럼 너무 바쁜 사람들일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김채호 PD] 후배가 준 겁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한 줄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어떨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반려동물이란 내 곁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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