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1호 센터 연제구서 운영
- 개 7마리·고양이 16마리 거주
- 예방접종·미용 등 세심한 관리
- 관리사도 긴급상황 발생 땐 진땀
- 가족 모두가 동의한 뒤 입양을
- 사룟값·병원비 부담 가능해야
- 입소 4개월 만에 ‘견’생역전
- 새 아빠 품에 안겨 보금자리로
지난해 버려진 동물은 11만6984마리(동물자유연대 통계)에 달한다. 유기견이 8만4136마리로 가장 많고 유기묘가 3만1421마리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19일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들어간 아이들이 입양되는 비율은 약 30%다”며 “나머지는 안락사 아니면 폐사되며 유기동물의 70%는 죽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안락사·폐사되는 유기동물을 한 마리라도 줄이기 위해 2017년 11월 연제구 거제동에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를 열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선진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따라 건립된 이 센터는 2개층 200㎡ 규모다. 반려견·반려묘 입양센터로 예방접종부터 미용 상담 등 세심한 입양 절차를 진행한다.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인도한다. 이곳에서 직접 유기동물을 구조하지는 않지만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을 데려와 돌보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펫토그래피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는 부산 제1호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방문기다.
■쉴새 없는 하루 |
| 부산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에 들어온지 5년 차인 일명 ‘접대냥’ 여비를 소개하며 웃는 관리사 강미란 씨. 김태훈 PD |
지난 10일 만난 반려동물 관리사 강미란 씨는 오전 9시30분 센터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 건물의 6층에는 고양이들이, 7층에는 강아지들이 머무르고 있다. 강 씨는 밤새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던 강아지와 고양이의 밥을 주고 청소를 시작했다.
강 씨는 “블로그나 홈페이지 작업 등 행정적인 업무도 있지만, 90% 이상은 청소나 아이들 밥과 약을 주는 등 뒤치다꺼리를 한다”며 “종일 쓸고 닦고 해도 먼지가 많다”고 말했다.
청소를 이어 가던 관리사들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강아지 중 한마리가 구토 발열 설사 등 ‘개 파보바이러스(Canine parvovirus type 2)’ 증상을 보인 것이다.
개 파보바이러스는 개에서 발생되는 바이러스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91%에 이른다. 분변이나 타액을 통해 개에서 개로 전파되기 때문에 센터의 다른 강아지들과 격리가 시급했다.
아침부터 일어난 긴급 상황에 격리와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수 차례 통화를 마친 강 씨는 20여 분 만에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 씨는 바이러스에 걸린 강아지를 케이지에 넣어 병원으로 보내며 “센터에 아픈 동물이 많다 보니 이미 여러 병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때가 많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곤란해진다”고 전했다.
■유기동물의 현실 |
| 작년 10월에 이곳에 들어온 ‘태리’를 입양해가는 가족. 김진철 PD |
현재 센터에 머물고 있는 강아지는 7마리, 고양이는 16마리. 취재진이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샴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2019년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는 터줏대감 ‘여비’였다.
강 씨는 “여비는 5년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며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 일명 ‘접대냥’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마냥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여비를 입양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취재진을 너무 잘 따르는 여비에게 홀려 ‘내가 입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여비를 가까이서 보니 콧물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추정나이 10살 이상인 여비가 건강할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원래 지출하지 않던 사료와 간식 값, 그리고 노묘인 여비의 병원비까지 생각하니 아찔했다.
지금의 생활수준으로는 입양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 이게 유기동물의 현실이다. 여비가 5년 동안 이곳을 떠나지 못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센터에는 관리사들의 손길을 거부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강 씨는 태생적으로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가 사람에게 상처까지 받아 손길을 극도로 거부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2018년 이곳에 들어온 고양이 ‘달래’는 ‘뱅갈’이라는 품종묘다. 하지만 관리사들은 5년이 넘는 시간 달래를 만져보지 못했고 손을 타지 않아 아직까지 입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고양이도 있다. 그 고양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만질 수 없어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강 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억지로 잡을 수 있었지만 그것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직접 본 입양 현장 |
| 센터에는 지난 10일 기준 7마리의 유기견과 16마리의 유기묘가 입양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강아지 ‘포순이’(왼쪽)와 고양이 ‘달래’. 김태훈 오찬영PD |
이곳에는 5년 동안 머물고 있는 고양이도 있고, 지난달에 센터에 입양된 강아지도 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는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지만 터줏대감 여비를 비롯해 이곳에서 지낸 시간이 긴 아이들은 자기 집처럼 편해보였다.
취재진은 강 씨에게 ‘센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이곳에 있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녀는 이에 “이곳을 벗어나야 행복하죠”라고 답했다. 센터를 벗어나 진짜 가족을 만나야 아이들도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취재진은 작년 10월에 센터에 입소한 강아지 ‘태리’의 입양 현장을 볼 수 있었다. 태리의 가족이 될 세 식구의 눈길은 오로지 태리를 향해 있었다.
이 가족은 입양 전 홈페이지를 보고 전화 및 방문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고민 했다고 한다. 센터 관리사들에게 입양 전 주의사항을 여러 차례 듣고 숙지한 뒤 입양을 결심했다.
관리사들은 입양 가족에게 다시 한번 주의사항을 상기 시킨 뒤 입양 신청서를 내밀었다. 태리는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었지만, 새 가족 품에 얌전히 안긴 채 떠났다.
태리가 떠난 뒤 강 씨는 입양 후 파양된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한 입양자는 2마리의 형제 고양이를 입양했다가 1년 만에 못 키우겠다며 센터로 다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센터로 돌아온 고양이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입양자는 1년 동안 덩치가 커진 고양이들을 작은 바나나 박스에 넣어 왔다. 그동안 제대로 된 케이지 하나 구비하지 않은 입양자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지 불 보듯 뻔했다.
그는 “항상 말씀 드리지만 입양할 때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강 씨는 “고양이를 구조해 키웠는데 그 아이가 많이 아팠다”며 “병원비가 정말 많이 들었다. 한 달 월급을 다 썼다”고 밝혔다. 강 씨는 이에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아이들이 아프거나 필요한 게 있을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물을 입양했는데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그건 옳은 입양이 아니다”며 “꼭 모든 가족이 반길 준비가 됐을 때 입양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