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 머물 때 수의사 집주인
- 간 안한 조리음식 고양이 먹여
- 반려동물 ‘자연식’에 관심 계기
- 파양당한 포메라니안 ‘아랑이’
- 6개월 시한부 판정에도 입양
- 공부하며 보살피자 3년 생존
- 수제간식 사업에 큰 동기 부여
- “유기동물 방지 위해 등록제 강화
- 비반려인 피해 없게 예절 지켜야”
반려동물 1500만 시대다.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산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반려동물을 기른다. 반려동물과 가족 되는 방법도 다양하다.
특히 파양되거나 유기된 반려동물을 다시 입양할 때는 책임과 어려움이 따른다.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 동물이 많은 탓이다.
한번 아픔을 겪은 동물은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거니와 병원비도 부담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직업에까지 영향을 받은 이가 있다. 펫토그래피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병욱 대표다. 그는 수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엔젤 인 펫츠’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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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병욱 대표가 반려견 ‘째리’를 품에 안고 있다. 사진·그래픽=오찬영 오미래 PD |
■반려동물 자연식에 눈 떠나 씨와 반려동물의 인연은 2012년 호주에서 고양이 ‘요미’를 만나며 시작됐다. 호주의 집주인은 수의사였다. 그곳에서는 식사할 때 사람이 먹는 스테이크나 연어의 간을 하지 않고 요리해 고양이에게 먹였다고 한다.
나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굉장히 신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사료를 주거나 시골에서는 소위 ‘짬’이라고 하는 먹다 남은 음식을 섞어 주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요미와 함께 같은 음식을 먹고 지내며 2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반려동물 ‘자연식’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2년 동안 집주인에게 반려동물이 섭취하면 좋은 것을 많이 배웠어요. 요미와 함께 한국에 돌아왔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요미와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나 씨는 2016년 포메라니안 ‘아랑이’를 입양한다. 나 씨와 아랑이는 병원에서 처음 마주했다. 그는 “파양당한 아랑이를 처음 봤을 때 온 몸에 변이 묻어 있었다”며 참혹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아랑이를 보호하던 수의사조차 6개월 안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안락사를 일주일 앞둔 아랑이를 두고 생각에 잠긴 나 씨는 고민 끝에 아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나 씨는 아랑이 입양 당시 ‘엔젤 인 펫츠’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반려동물 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깊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랑이의 회복을 위해 연구를 많이 했고 수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의 정성이 통했는지 6개월 밖에 살 수 없다던 아랑이는 꼬박 3년을 더 살고 2019년 세상을 떠났다. 나 씨는 이 일로 직업에 큰 동기부여가 됐으며 “한국도 반려동물의 사료나 간식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랑이를 보낸 지 약 4년이 지난 지금, 나 씨는 고양이 요미와 10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 ‘헤라’, 어미에게 버려져 입양한 믹스견 ‘째리’(4살)를 키우고 있다.
취재진은 반려동물 간식업에 종사하며 많은 경험과 연구를 해온 그에게 반려동물의 적절한 식습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물 한 그릇’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10마리 중 7마리가 탈수증을 경험합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건강합니다.”
반려동물이 물을 먹지 않을 때는 곰탕을 먹이거나 파우더를 물에 타 먹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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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간식 제조사인 ‘엔젤 인 펫츠’ 나병욱 대표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 ‘째리’와 ‘헤라’. 사진·그래픽=오찬영 오미래 PD |
■등록제 강화해야취재진은 또 나 씨에게 유기동물 처우에 대해 질문 했다. 이에 그는 “유기동물이란 단어자체가 ‘음식물 쓰레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생소한 답변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음식물과 쓰레기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듯, 유기와 동물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애초 펫숍 같은 곳에서 입양되지 않았으면 자연에서 살았을 아이들인데 입양되지 않았다면 사람에 의해 유기될 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1월부터 의무화된 반려동물 등록제는 반려동물 입양자가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가까운 시·군·구청에 등록하는 제도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 등록률은 38.6%로 10마리 중 6마리는 유기·유실돼도 보호자를 찾을 수 없다. 나 씨는 이에 “법이 뒷받침 돼야 책임감도 생길 것”이라 강조했다.
■펫티켓 |
| ‘엔젤 인 펫츠’에서 만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들. |
나 씨는 캣맘·캣대디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밝혔다. 그의 매장 주변에도 길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이 있다. 나 씨는 캣맘을 꾸준히 지켜봤으며 올해 겨울 어느 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차가 일렬로 주차된 곳에 캣맘이 사료를 놓고 갔고, 길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차량 아래 고양이가 있는지 몰랐던 운전자가 출발을 해버렸고 고양이 한마리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이 사고에 대해 “이 상황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죠”라고 취재진에게 물었다. 이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밥을 준 캣맘도, 영문을 몰랐던 운전자도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고양이는 죽었다”며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운전자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한 생명도 잃었으니 이런 관점에서 캣맘·캣대디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게 배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나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든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이든 ‘펫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펫티켓이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과 예절을 뜻하는 ‘에티켓’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기를 때 지켜야 하는 공공예절이다.
그는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지만 나머지 3명은 기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선택’이지 ‘혜택’이 될 수는 없다”며 “키우는 것도 자유지만 싫어하는 것도 자유다”고 설명했다.
반려자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니도록 방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씨는 “반려자와 반려동물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동물은 사람에 비해 통제가 쉽지 않아 언제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주변인에게 사과하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나 씨는 반려인의 이런 사소한 배려가 비반려인들과의 인식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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