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로 오해될까 봐 교사가 아이들과 스킨십을 안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보육실에서 앉아있던 아이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는 걸 본 학부모가 아이를 잡아당겼다고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전후좌우 사정은 있겠지만 깜짝 놀랄 일임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 보육 현장을 지켜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라는 말을 들으면 등골이 서늘하다.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나 교사에게도 씻을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는 아동학대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만 가고, 이와 함께 보육 현장의 고심도 깊어만 간다.
최근 한국보육진흥원이 현직 보육교사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보육교사는 10명 중 3명에 달했다고 한다. 1년 동안 학부모에게서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 등을 들은 적이 있는 경우는 18%,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한 사례도 12%나 됐다.
2020년 세종시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가 학부모 민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지자체도 부랴부랴 보육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지금까지 조례가 만들어진 지자체만 10곳. 문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에선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 기구인 ‘보육 교직원 권익 보호 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조례에 명시하고도 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유치원 교권보호위원회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분쟁 조정을 하게 되어 있으나, 어린이집 보육교사 권익 보호 관련 지원 조례에 그런 기능은 없다고 한다.조례로는 구청에 설치할 수 있는 강제성을 부여할 수도 없고, 보육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당연히 충분하지 않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근로 여건과 환경을 개선할 의무만 나와 있을 뿐, 부모의 지나친 간섭으로 권리 침해를 당했을 때 처벌하는 기준은 없다.
교육부는 2025년 유보통합에 앞서 유치원 교원 수준으로 보육교사 보호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 논의에 유치원 교사는 물론이고, 보육교사 역시 빠져 있다. 유보통합을 앞두고 보육교사의 교육적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안전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들불처럼 퍼지는 교권 문제로 대한민국은 들끓고 있다.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리의 주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권리는 자신의 도리를 다했을 때 더욱 값어치 있는 외침으로 들릴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부모와 교사가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권리보다 도리를 먼저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오늘도 우리 교사들이 보육의 본질을 찾으며 즐겁게 일하는 그런 나라를 꿈꾸어 본다. 물론 믿고 지지해주는 학부모와 함께, CCTV도 녹음기도 필요없는 보육현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