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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한방 이야기] 춘곤증은 약해진 위장이 원인이다

  • 김원일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  |   입력 : 2024-04-08 18:10:3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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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가 화제이다. 이 영화에서는 오행(五行)의 상생상극(相生相剋) 개념이 나온다. 젖은 나무를 이용해 뜨거운 쇠의 기운을 물리치는 장면이다. 오행의 수극화(水克火)라는 상극(相剋)과 목모금(木侮金)이라는 상모(相侮) 관계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것인데, 내용은 어렵지만 한의학에서도 병사(病邪)를 물리치기 위한 치료 이론 중에 하나로 쓰인다.

상극이란 한 오행(五行)이 다른 오행(五行)을 견제하고 억압하는 경우를 말한다. 나무뿌리가 땅을 갈라지게 하고(木剋土), 흙 제방으로 물길을 막고(土剋水), 물은 불을 끄고(水剋火), 용광로의 불로 쇠를 녹이고(火剋金), 쇠도끼로 나무를 자른다(金剋木) 등으로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 중에서 봄에 쉽게 느끼게 되는 춘곤증이 오행의 상극과 관계가 있다. 봄에는 목(木)의 왕성한 기운이 겨우내 비축된 기운을 이용해 왕성한 생명 활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지(大地)의 토(土)의 기운이 약해지게 된다. 이것은 상극 중에서 목극토(木剋土)에 해당한다. 인체의 오장육부에서 목에 해당하는 것은 간(肝)과 쓸개이고, 토에 해당하는 장기는 비장(脾臟)과 위장(胃腸)이다. 대체로 봄이 되면 졸업 취직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등 생활 환경의 많은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날이 풀리면서 야외 활동이 증가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데, 이때 생리적 불균형 상태가 되면 목(木)의 기운이 너무 과도하게 항진되어 토(土)인 비장과 위장의 기능 활동을 방해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하고 오후만 되면 졸리며 입맛도 없고 소화 기능이 약해져 소화불량이 초래되니, 토에 해당하는 비장·위장이 피해를 보는 상극의 원리가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평소 위장이 약한 사람이 춘곤증을 더 심하게 겪게 되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 있다. 나른한 피로감, 졸음, 집중력 저하, 권태감, 식욕 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 대표적인 춘곤증의 증상이다.

춘곤증에 대한 치료는 과열된 간담의 기운을 적절히 조절해주고 약해진 비위의 기운을 북돋아준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이 필요한데, 식후에 바로 운동을 심하게 하는 것은 소화에 필요한 혈액이 위장에 공급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식후에 20~30분 정도 천천히 대화하면서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식후 2~3시간이 지나서 소화가 충분히 되었을 때 진행해야 한다.

봄에 많이 나는 쑥 달래 냉이 두릅 등의 나물과 새싹이나 쌈채소는 신진대사에 필요한 충분한 비타민을 공급하면서 피로를 이겨내고 입맛을 돕게 하는 특효약이다. 졸린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새로운 환경 변화로 인해 생기는 각종 모임이나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과식 음주 흡연을 하는 것은 위장의 기운을 해치고 오히려 피곤이 더 가중되니 주의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도 중요한데 따뜻한 꿀차나 대추차 인삼차가 도움이 된다. 만성 피로와 겹치거나 기능성 소화불량 위염 위궤양 등의 위장 관련 질환이 있으면 더 심하게 춘곤증을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한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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