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어느 날 배가 불룩 나왔다. 지나가던 아내가 “아저씨 배가 임신 8개월”이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아저씨로 변하는 과정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시작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경상도에서는 아저씨를 ‘아재’라 부르는데, 장난스럽게 “아재요”라고 듣던 말들도 이제는 반박불가. 청년기본법에도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하지 않나. 쳇바퀴 돌듯 살아가다 이렇게 됐으니 ‘뭐라도 해야 달라지지 않을까’ 고민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와 같은 아재들의 공감을 기대하며 평소에 생각조차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나가는 ‘아재 도전기’를 써보려 한다.
8년 전, 조현병을 앓는 분의 일상을 동행 취재했다.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그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려 20대를 병원에서 보냈다. 30대가 돼선 약을 끊진 못해도 평범한 일상과 직장 생활이 가능할 만큼 호전됐다. 그가 자신의 병명을 밝히지 않았다면, 나는 그의 병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당사자라면 어땠을까. 솔직히 치료를 받다는 사실 자체가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치부돼 ‘왕따’를 당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 치료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27.2%)이 지목됐다. 하지만 20, 30대는 조금 달라 보인다. 조사 응답자 중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는 비율은 올해 27.0%로 2019년에 견줘 5% 올랐는데, 특히 20(36.4%), 30대(29.6%)의 방문 비율이 높았다. 마음의 병에 시달리지만 쉽사리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당근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원장의 도움으로 상담에 도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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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당근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원장, 김채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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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하세요. 특히 30대와 40대 직장인들이요.”
김 원장은 나의 고민이 특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신입 시절 새벽 2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출근하거나, 아예 회사에서 잠들기도 했다. 억지로 잠들기 위해 술에 의지하기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할 때면 계획을 1안, 2안, 3안까지 세우며 더 늦게 자고 일찍 깨어났다. 그렇게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20대에는 버틸 수 있었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니 밤샘도 힘들어졌다.
“잠들지 못해 소파에 기대 잠드는 분들도 있고, 팀장님처럼 두통약을 달고 사는 분도 많아요.”
김 원장은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교감신경계가 쉬지 못해 심장 질환,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초 심장 검사를 받았다. 그는 “스트레스 원인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휴대폰’을 지적했다. 나도 알고 있었기에 쉬는 날만은 ‘무음 모드’로 바꿔두지만 신입 시절 전화 한 통을 놓쳐 크게 혼난 경험 탓인지 무음 모드에도 메시지나 전화를 바로 받게 된다. 김 원장은 “밤에는 휴대폰을 끄고 자보라”며 “이 정도 뇌의 각성 상태면 알람 없이도 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새벽 6시면 자연스럽게 눈이 뜨인다.
김 원장은 수면 루틴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뇌가 잠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귀가 후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샤워 후 책을 읽거나 명상하는 등의 방법을 권해줬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고민,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말들을 이런 자리에서 상담의 형식으로 털어놓은 일 자체가 새롭게 느껴졌다. 김 원장은 최근 관계에서의 어려움이나 수면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으로, 한 번쯤 나 자신의 감정을 상담과 치료를 통해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