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이다. 단풍잎이 떨어져도 차가운 공기가 기분 좋은 계절이라 실외활동이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오늘도 길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나고 그들의 행동을 무심코, 때로는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유모차를 밀고 오는 엄마, 재잘대는 아이와 즐겁게 대화하는 아빠, 아이는 저만치 앞서 뛰어가고 엄마는 뒤에서 걸어오는 모습 등의 풍경이 아름다워 그들의 뒤에서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 오늘 만난 어느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 머릿속은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면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엄마를 봤다. 군대 동기보다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들, 아니면 인생 선배들과 육아에 대해 진지한 상담을 털어놓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는 턱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나 보다. 아이는 그사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대는 유모차 속에서 작은 사고를 경험한다. 엄마는 잠시 놀라더니 다시 메신저 창으로 시선을 향한다. 그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뭐가 담겨 있을까. 그 화면에 무엇이 들었든,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 유모차 안에서 기다리는 아이보다 소중할까?
식당에서 5살 남짓의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만났다. 아이는 음식에는 관심 없고 식당 이곳 저곳 뛰어다니기에 바쁘다. 순간 아이를 제지하기보다 스마트폰을 쥐여 주며 조용히 시키는 묘책은 가히 수준급이다. 엄마와 아빠는 이내 대화를 이어간다. 금세 조용해진 아이는 엄마와 아빠, 음식이 아닌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진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사랑을 배운다. 부모가 자녀에게 온전히 관심을 기울였던 순간순간마다 아이는 그들의 눈빛으로 새로운 세계를 배워갈 것이다. ‘나는 아들이 눈 앞에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아기 동영상을 봐’라는 어느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모두가 소통 없이 다른 이의 일상을 훔쳐보며 정작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을 흘려가며 살지 않도록,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스마트폰일 뿐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순간만큼 아이는 슬기로운 부모의 사랑을 먹고 쑥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