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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호의 한방 이야기] 어지럼증, 소화·대사기능 떨어져도 생겨

  • 진명호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  |   입력 : 2025-02-24 18:30:4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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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두 달 전부터 어지럼증이 생겼는데 병원에서 뇌 영상 검사, 전정 기능 검사, 심장 검사, 혈액 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어지럼증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어지럼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한 해 100만 명을 넘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귓속의 기관(전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이 있다. 뇌에 이상이 생길 때에도 어지러운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보통 팔다리의 마비, 말이 어둔하거나, 균형이 안 잡히는 등의 뇌의 신경과 관련된 증상이 동반할 수 있다. 그 밖에 일시적으로 머리로 가는 혈류가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저혈당, 빈혈 등도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고, 불안 장애나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인 질환도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마땅히 원인을 찾지 못하는 예도 많다. 특히 한방병원을 찾는 분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치료도 되지 않은 예가 많다. 이런 경우는 더욱 기본적인 것, 근본적인 것부터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어지럼증, 즉 현훈의 원인을 ‘허(虛)’와 ‘담(痰)’ 두 글자로 요약한다. ‘허’라는 것은 ‘신체의 어딘가가 허약해졌다’는 의미이고, ‘담’은 ‘불필요한 대사 산물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검사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신체에 약해진 부위가 생기거나 비정상적인 물질이 쌓이면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위 사례의 환자는 몇 달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고, 걸을 때 바닥이 울렁거리거나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복진(배를 만져 진단하는 방법)을 하니 상복부가 푹 꺼져 있었고, 맥진(맥박을 짚어 진단하는 방법)을 하니 맥이 약하고 가라앉아 있었다. 전형적인 비허증(脾虛證), 즉 소화와 대사 기능이 많이 떨어진 병증으로, 얼굴색도 약간 누르스름하고 최근 체중 역시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침 치료로 비위(脾胃, 소화기)를 소통시켜주고, 약으로 비(脾)를 건강하게 하는 약을 처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러운 증상이 줄어들었다. 해당 환자에 추가로 몇 번의 치료를 더하자 다시 식사도 잘하게 되고 걸을 때 울렁거리는 증상도 없어졌다고 했다.

이석증이나 기립성 저혈압, 우울증, 뇌경색 등으로 인한 어지러움도 이와 비슷하게 증상이 호전되는 예가 많다. 신체를 잘 진찰해 부족한 것을 채우고, 뭉쳐 있는 것을 풀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하면 만성적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도 다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어지러움이 자주 발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검사를 해도 어지럼증의 원인을 모르거나, 약을 먹어도 낫지 않거나, 어지러움이 계속 재발한다면 ‘허증(虛證)’이나 ‘담증(痰證)’으로 말미암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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