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도파민 부족해 파킨슨병 발발
- 우울증, 언어·삼킴 장애도 흔해
- 약물치료 등으로 삶의 질 유지
- 유전 여부 아직 밝혀진 것 없어
나이가 들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걸음이 짧아지고, 허리가 굽어지고, 말소리가 작아지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운 노화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신경과 진료실에서 보면 그중에는 파킨슨병 환자가 적지 않다. 본인은 병인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예가 많다.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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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석휘 동의의료원 신경과 과장이 파킨슨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동의의료원 제공 |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도파민은 우리 몸이 섬세하게 움직이게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물질이 줄어들면 손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동작이 느려지며,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결국은 침대나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가 뇌 속 흑색질이라는 부위에서 서서히 파괴되는데, 그 원인을 두고 학계에서는 여러 가설을 제시해왔다. 아직 어느 하나로 파킨슨병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크게 일차적 증상과 이차적 증상으로 나뉜다. 먼저 일차적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은 떨림이다. 전체 환자의 75%에서 나타나며 손에서 시작해 턱이나 얼굴, 발까지 번지기도 한다. 가만히 있을 때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어 휴식기 떨림으로 불린다. 경직은 근육이 굳은 듯 뻣뻣해지는 현상으로, 관절을 움직이려 하면 환자 의지와 상관없이 저항이 느껴진다. 자세 불안은 균형을 잡기 어렵게 만들어 구부정한 자세가 고착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넘어지게 한다. 여기에 보행장애가 겹치면 걸음을 떼려다가 몸이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차적 증상도 무겁다. 파킨슨병 환자의 절반가량은 우울증을 겪는데, 다른 질환에서 나타나는 우울증보다 더 심각한 예가 많다. 언어장애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발음이 뭉개져 의사소통이 힘들어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삼킴장애는 말기에 흔히 발생한다. 갑자기 일어나거나 자세를 바꿀 때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극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기립성 저혈압도 흔하다.
파킨슨병 치료에는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신경세포의 파괴를 예방·지연시키는 약물이 사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약제는 레보도파이다. 뇌 속 도파민을 직접 보충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 효능제는 뇌의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효과를 나타낸다. 또 아만타딘은 흑색질 신경세포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고 알려졌다.
환자와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유전 여부이다. 5~10% 정도는 혈연 중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이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실제로 대다수 환자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또 증상이 갑자기 악화하는지 묻기도 한다. 큰 수술이나 심한 스트레스 같은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예가 많다. 치료를 받아도 결국 진행하는지에 관한 질문도 많다.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약물과 수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분명 완치가 쉽지 않은 병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환자도 가족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손발이 떨리거나 동작이 유난히 느려진다면, 한 번쯤 신경과의 문을 두드려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작은 발걸음이 앞으로의 생활을 크게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