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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령의 한방 이야기] 침묵의 자객, 남성 갱년기

  • 강병령 광도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  |   입력 : 2026-03-09 18:52:5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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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갱년기’라는 말은 대개 여성에 해당하는 현상처럼 인식돼 왔다. 특히 폐경을 전후해 안면홍조와 발한, 불면, 급격한 감정 기복 등을 겪는 여성의 변화를 떠올리며 우리는 이를 곧 갱년기로 불렀다. 그러나 남성 역시 분명한 갱년기의 과정을 겪는다. 다만, 여성과 달리 남성은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므로 스스로도 갱년기를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예가 많다. 알아차리더라도 예삿일로 치부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 역시 반드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할 몸의 변화이다. 이를 방치하면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근본 에너지를 신정(腎精)과 신양(腎陽)으로 설명한다. 신정은 생명의 저장고로, 성장과 생식, 노화를 좌우하는 근원적 물질이다. 신양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능을 추동하는 에너지다. 자연적인 노화에 더해 과로와 스트레스, 잦은 음주, 수면 부족 등이 반복되면 신정과 신양은 점차 소모되고, 다양한 증상으로 드러난다.

여성은 폐경이라는 뚜렷한 사건을 계기로 변화가 급격히 나타난다. 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기력 저하, 성욕 감소, 성기능 약화, 근육량 감소 등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무기력, 집중력 저하, 우울감이 더해지지만,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오해하기 쉽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막연함 속에 방치하다 보면 증상은 더욱 깊어진다. 특히 신양이 약해지면 하초의 기화작용이 떨어져 전립선 관련 증상이 동반하기 쉽다. 야간뇨, 잔뇨감, 소변 줄기 약화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피로와 우울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성기능 저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의 저하로 이어져 대인관계와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성 갱년기는 분명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며,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성격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한방에서는 침, 뜸, 부항 치료를 통해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막힌 하초의 흐름을 개선한다. 또 약침치료를 통해 하초의 부족한 정(精)과 기(氣)를 보충하여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 효과를 앞당길 수 있다. 신정을 보하고 신양을 따뜻하게 북돋는 한약 치료는 갱년기 치료에 필수적이다. 특히 공진단은 대표적인 보신온양(補身溫陽), 보정강장(補精强壯) 한약으로, 신정과 신양을 함께 보강하여 남성 갱년기에 의한 체력 저하, 성기능 약화, 피로, 우울감 등을 개선한다. 정과 양기를 충실히 보충해 심신상교(心腎相交)의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정신적 안정과 자신감 회복에도 큰 효과를 낸다. 공진단을 구성하는 약재 중 녹용은 신양을 보하고 기력을 증진하며 근골격계와 생식 기능을 강화하고, 사향은 기혈 순환을 시키고 정신을 맑게 하여 우울감과 무기력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갱년기는 쇠퇴의 증거가 아니라 전환의 시기다. 변화를 인정하고 치료에 나선다면 다시 활력 있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무기력과 우울을 혼자 견디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이유이다. 신정과 신양을 회복한다면 젊은 날의 생동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새로운 활력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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