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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건축과 예술 더해져 작품이 되다

세 개 ‘산’으로 만나는 강원도 원주

  • 국제신문
  • 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9-08-07 19:14:0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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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작품 ‘뮤지엄 산’
- 지역의 돌로 주차장·건물 벽 꾸며 이색
- 국내 첫 ‘페이퍼 갤러리’ 등 둘러볼 만

- ‘은혜 갚은 까치’ 무대로 알려진 치악산
- 세계적 수준 고판화 박물관 있는 명주사
- 고즈넉한 분위기 구룡사 등 명찰 품어

- 출렁다리 열풍 진원지 ‘소금산 출렁다리’
- 스카이워크도 설치돼 볼거리 더욱 풍성

강원도 원주는 감영을 비롯한 역사적 유산과 치악산으로 대표되는 자연 유산 등 많은 볼거리를 갖춘 곳이다. 거리로나 체감하기로나 부산에서는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먼 곳이었지만 춘천까지 연결되는 중앙고속도로 덕분에 한결 가까워진 곳이 원주다. 예전에 원주는 까치로 와전된 은혜 갚은 꿩 전설의 무대인 치악산이 잘 알려졌지만 근래에는 또 다른 ‘산’이 원주를 대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개통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은 명물 출렁다리가 있는 소금산과 개관 6년째를 맞은 뮤지엄 산이 그곳이다. ‘세 개의 산’을 품어 체감 기온이 내려가는 원주를 이 여름에 찾아보는 건 어떨까.
   
뮤지엄 산 본관의 청조갤러리 2층에서 바라본 카페테라스와 주변 산의 파노라마.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은 전시된 예술품뿐만 아니라 뮤지엄이 자리 잡은 자연까지 모두 하나의 작품으로 아우른다.
■산과 건축과 예술이 하나 된 뮤지엄 산

강원도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건 많겠지만 청정 자연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강원도의 자랑은 산이다. 꼭 명산의 정상을 밟는 일이 아니더라도 산자락의 숲에 들거나 야트막한 산에서 중첩되는 산줄기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강원도의 산에 건축과 예술이 더해져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곳이 ‘뮤지엄 산’이다. 뮤지엄 산은 2013년 원주 북서쪽 외곽의 골프장과 리조트를 발아래 거느린 야트막한 산줄기의 정상에 개관했다. 주변과 다를 것 없는 흔한 산이지만 건축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의 손길이 닿으며 어디보다도 특별한 산이 됐다. 사계절 변하는 자연 속에서 건축과 예술이 일체가 돼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뮤지엄 산의 이름은 그 자체로도 산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공간(Space)과 예술(Art)과 자연(Nature)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었다. ‘자연과 예술이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따라 지은 뮤지엄은 안도 다다오의 전매특허인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지만 강원도의 돌로 주차장과 미술관 벽면 등을 꾸며 지역의 특색을 더했다. 역시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제주도 본태박물관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여럿 있지만 제각각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세계적 수준의 고판화 작품을 소장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 전시된 목판.
‘소통을 위한 단절’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뮤지엄의 성벽 같은 입구를 들어서면 나오는 주차장과 웰컴센터에서는 오히려 외부와의 단절에서 오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가 전시된 플라워가든을 거쳐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가 전시된 워터가든을 지나 마치 물 위에 뜬 듯한 뮤지엄 본관으로 들어선다. 먼저 둘러보는 페이퍼 갤러리는 뮤지엄을 만든 한솔재단의 특성을 잘 살린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이다. 제지 기계부터 종이로 만든 옛 생활용품, 국보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까지 실로 다양한 종이 관련 전시물을 만나게 된다. 전시물도 볼만하지만 각각의 갤러리를 연결하는 통로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또한 예술이다. 콘크리트와 물, 주변 산이 아우러진 카페테라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한 커피 광고의 무대로도 쓰였다. 같은 건물에 이어진 청조갤러리에는 갤러리마다 다른 백남준의 작품을 비롯한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를 볼 수 있다. 본관을 빠져나오면 스톤가든과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이 이어진다.

■명산에 명찰, 치악산

   
구룡사 대웅전 옆에서 바라본 보광루와 천지봉 풍경.
원주와 떼어놓을 수 없는 게 치악산이다. 흔히 ‘은혜 갚은 까치’로 알려진 전설의 무대가 치악산 남대봉 남쪽 1100m 높이에 있는 상원사다. 산꾼들은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워낙 가팔라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올라가는 산이라 치악산이라는 농을 걸지만 실제 치악산의 치자가 ‘꿩 치(雉)’인 데서 알 수 있듯 전설의 주인공은 까치가 아니라 꿩이다. 산세가 빼어난 명산인 만큼 치악산 품에는 유명한 사찰이 많다. 대표적인 명찰이 비로봉 북쪽 기슭의 구룡사다.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얽힌 고찰 구룡사는 치악산 주 등산로에 걸쳐 있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용이 지키는 다리를 건너 산문에 들어서면 먼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전나무 숲길과 청류가 흐르는 계곡이 반긴다. 비탈을 따라 사천왕문과 보광루를 지나면 크지 않은 대웅전이 맞는다. 절 구경도 좋지만 보광루 옆 차방에서 맞은편 천지봉 자락의 녹음을 바라보면서 차 한 잔 나누는 여유를 즐겨보자.

   
뮤지엄 산 본관 입구 워터가든의 작품 ‘아치웨이’.
치악산 북쪽 자락에 구룡사가 있다면 남쪽 끝자락 감악산을 바라보는 매봉산 비탈에는 명주사가 있다. 창건한 지는 30여 년으로 오래지 않았는데 절보다는 고판화박물관으로 이름을 알렸다. 명주사 주지인 한선학 관장이 수집한 목판·판화·경전 등 6000여 점의 소장품은 세계적 수준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작품을 비롯해 쉽게 만나기 어려운 판화 전시물을 만나볼 수 있다. 동국대 불교미술과를 나온 한 관장은 출가 후 군종 장교를 지내다 중령으로 예편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2003년 박물관을 개관했고 2011년부터는 고판화 체험을 포함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통사찰이 아닌 사찰로는 유일하게 템플스테이를 한다. 법당의 불상은 한 관장이 직접 조각한 작품이다. 산사의 나물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느긋하게 박물관을 둘러보자.

■출렁다리에 스카이워크 더한 소금산

   
간현청소년수련원 앞 삼산천 변에서 올려다 본 소금산 출렁다리.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출렁다리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곳이 원주 간현관광지의 소금산 출렁다리다. 가장 먼저 만든 출렁다리는 아니지만 짧은 기간 가장 많은 입장객을 불러모은 곳으로 유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9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우수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소금산 출렁다리는 섬강과 그 지류인 삼산천 사이 100m 높이에서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200m 길이의 출렁다리로 그 아찔함에서는 다른 곳이 따라오기 어렵다. 어지간한 사람은 한 번쯤 가봤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았지만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주변 경치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여유가 된다면 삼산천 물길을 따라 간현청소년수련원으로 가서 출렁다리를 올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취재 협조=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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