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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짙어진 신라 향기…‘천년 왕국’은 지금도 변신 중

봄날의 경주 즐기기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4-17 19:19:2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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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박물관 5년 걸쳐 리모델링 ‘환골탈태’
- 삼국시대 신라 문화·유물 생동감있게 구현

-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운영하는 숭문대
- 실감나는 빔프로젝트 영상에 새 핫플로

- 동궁과 월지는 ‘야경 명소 왕 중의 왕’
- 일몰 빚어내는 장관부터 눈에 담아야

부산 울산 경남에 사는 사람 중 경주 한번 안가 본 사람 있을까. 못해도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라도 다녀왔을 터. 신라 옛 수도 정도로 여겨지던 경주가 황리단길로 대변되는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잡은지도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럼에도 다시 경주에 간 이유는 하나다. 경주는 지금도 변신 중이라서다. 다시 보는 경주는 추억 속 그곳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8년 주 전시관인 신라역사관 2실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신라역사관 전체와 별관인 신라미술관을 새단장 했다. 더불어 영남권 수장고인 ‘천년보고’, 도서관인 ‘신라천년서고’도 문을 열었다. 사진은 국립경주박물관 별관인 신라미술관 내 불교조각실 전경.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5년에 걸쳐 환골탈태하다, 경주박물관

미리 말하자면 국립경주박물관에 가기 전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길 권한다. 하루 종일 있어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국립경주박물관 주 전시관인 신라역사관 전경.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경주박물관은 2018년부터 새 단장을 시작했다. 주 전시관(신라역사관) 네 곳 가운데 신라 황금기를 집중 조명한 2실이 2018년 12월 가장 먼저 새 옷을 갈아입었고, 2019년 12월 신라의 태동을 소개하는 1실이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어 삼국통일과 통일신라를 다룬 3·4실이 재단장을 완료하면서 2020년 12월 전면 재개관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19년 5월엔 보이는 수장고인 ‘천년 보고’가 첫선을 보였다. 2021년 11월엔 별관인 신라미술관 2층에 불교사원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딱 1년 뒤엔 신라미술관 1층 불교조각실이 새 단장을 거쳤다. 2022년 12월에는 박물관 안 도서관 ‘신라천년서고’가 공개됐다. 5년 동안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친 셈이다.

전시실을 돌아보니 특히 전시 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이 눈에 띄었다. 높이 4m에 이르는 벽부형 진열장 도입으로 개방감이 커졌고, 주요 유물은 360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시해 집중도가 높아졌다. 4개 전시관을 관통하는 중앙홀에서는 통창을 통해 경주 남산을 바라볼 수 있다. 한옥과 신라 토기를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는 조명과 어울리면서 흡사 호텔 로비를 연상시켰다.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도서관인 신라천년의서고.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별관인 신라미술관은 ‘삼국유사’에 담긴 이 구절이 사실임을 실감케 하는 공간이다. 로비에 들어서면 높이 7.8m, 폭 6m 대형 LED 미디어타워가 관람객을 맞는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화면에는 신라 문화를 상징하는 주요 전시품이 사실감 넘치게 구현된다.

1층 불교조각실에선 불상 등 신라 불교조각 57건 70점을 만날 수 있다. 유리 장식장을 걷어낸 노출 전시로 불상이 지닌 에너지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이 인상 깊다. 특히 백률사 금동여래입상을 단독으로 선보이는 ‘약사여래의 정토’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 떠오른다. 별도 전시 공간에 들어선 ‘사유의 방’만큼 밀도 있게 담아내진 못했지만 색채를 덜어낸 단독 전시공간에서 불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2층 불교사원실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사람 크기만 한 황룡사 출토 치미(전통 건축물 양 끝머리에 얹는 장식물)가 관람객을 맞는다. 불교사원실에서는 특히 신라시대 사찰 유적에서 발견된 사리 장엄구, 탑 장식, 불상, 기와 등이 총망라돼 있다. 다양한 모양과 재질의 사리장엄구를 구경하는 재미가 만만찮다.

두 전시관을 대충 둘러봐도 2, 3시간이 ‘순삭’이지만 아직 들러야 할 곳이 더 남았다. 주 전시관 뒷편 야외 전시장을 지나 다리를 건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새 건물의 이름은 ‘천년 보고’. 주된 용도는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인데, 전시관도 있다. 박물관을 전시한 박물관이라고 보면 된다. 입구 전시관에서는 유물 보존처리 방법, 전시 구성 등 박물관 운영에 관련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어 색다르다. 조금 더 들어가면 유적별로 토기 등 유물을 모아놓은 보이는 수장고를 만날 수 있다. ‘수장고=창고’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공간이다.

야외 전시장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연못을 만날 수 있는데, 그 곁에 고즈넉히 들어앉은 건물이 도서관인 ‘신라천년서고’다. “경주까지 와서 책을 보라는 말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곳은 책이 아니라 풍경을 보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도서관이지만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소파에 앉아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정원 풍경은 그야말로 ‘힐링’이다. 다만,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집중적으로 전시한 월지관이 내년 3월까지 휴관하는 점은 아쉽다.

■새로운 핫플, 숭문대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운영하는 숭문대 내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실감영상. 하송이 기자
경주 교촌마을 입구 건너편에 위치한 숭문대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운영하는 곳이다. ‘신라월성연구센터’라는 진짜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듯 월성 해자(월성 방어를 목적으로 북쪽 성벽 바깥 둘레에 조성한 도랑과 연못 형태의 구조물) 연구를 위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이름도, 겉모습도 영락없는 연구소인 이곳을 ‘핫플’로 등극하게 한 주인공은 바로 실감영상.

커튼을 걷고 전시관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우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천장을 제외한 벽면과 바닥에 통째로 입혀진 영상이 이름 그대로 실감나서다. 수십 대의 빔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영상은 월성 해자 주변 사계절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흐르고 나면 연꽃으로 뒤덮인 해자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면 위와 아래를 쉼 없이 오가 마치 해자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관람객 동선에 맞춰 바닥 나뭇잎이 흩어지거나, 소복하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이 남는 반응형 영상은 실감영상의 백미다.

두 번째 전시장에서는 가상으로 복원한 신라시대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복숭아나무, 가시연꽃 등 식물이 자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개 돼지 곰이 뛰어노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벽면에 펼쳐진다. 식물 모양과 뼈의 세부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또 하나의 재미다. 연구소는 전시연계 해설과 체험활동을 상시 운영하는데, 포털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주 야경 명소인 동궁과 월지. 하송이 기자
■한국 관광의 별, 동궁과 월지

어스름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 경주는 야경 도시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중에서도 동궁과 월지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 타이틀을 거머쥔, 경주 야경 명소 왕 중의 왕이다.

동궁과 월지는 원래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오는 곳이라는 의미로 기러기 안(雁)과 오리 압(鴨)을 따와 안압지로 불렸다. 그러다 1980년 ‘달이 비치는 연못(월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굴되는 등 이곳의 신라시대 지명이 ‘월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2011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과거 신라 왕궁의 별궁 터로,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베푼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건물 터 3곳이 복원돼 관람객들을 맞는다.

동궁과 월지는 하늘이 붉어지는 늦은 오후부터 붐비기 시작한다. 일몰 10분 전 야경이 시작되는 만큼 일몰 30분 전 입장하면 일몰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야경 명소이지만 일몰이 빚어내는 장관은 또 다른 볼거리로 꼽기에 충분하다.

해가 서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면 복원된 건축물과 연못 주변에 하나둘 등이 켜진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과 그에 점점 밝아지는 조명이 대비되면서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월지를 끼고 한 바퀴 휘이 거닐다 보면 어느새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 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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