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우리도 '무관용의 원칙'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9 19:05:55
  •  |   본지 3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09년 1월 20일 새벽. "추웠고, 따뜻했고, 나중에는 뜨거웠던" 그날, 우리는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용산지역 철거민 세입자 20여 명이 농성에 들어간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때, 경찰 1600여 명이 배치되었고 그 국면은 곧 참사로 이어졌다. 무척 추웠다던 그날, 불길로 따뜻해진 망루는 곧장 화염으로 뜨거워졌고, 그 '생지옥'에서 철거민 4인과 경찰특공대 1인이 희생되었다. 이 중 누가 가해자인가?

영화 '올드보이'식으로 말하자면 질문이 잘못되었으니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 없다. 검찰은 불법시위를 벌인 철거민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생존 철거민 8인에게 징역 4, 5년의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많은 이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 참화의 원인이라 주장했다. 그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은 특공대가 가해자라고 생각한 걸까? 여하튼 사건은 종결되었고 그로부터 3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은 용산 참사의 25시간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대개 이런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하면 감독은 이편과 저편으로 대립각을 세운 후 희생자의 관점에서 적들을 고발, 비판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곤 한다. 하지만 '두 개의 문'은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대신 (그 반대진영에 놓여있는) "경찰진술과 증거 동영상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그날 망루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희생자라는 사실이다. 진짜 악당은 안전한 곳에서 이 생지옥을 연출, 지시했다. 그 악당이 누구인지를 지목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새삼스러운 일이 된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촛불 정국에 화들짝 데인 이 정부는 '떼법'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했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그날 용산에서 각하의 원칙을 실행해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충성심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들의 뒤틀린 정치적 야심에 죽어나간 이들이 어디 그날 용산에만 있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끝이 보인다는 것. 지난 4월에 김석기 전 경찰청장은 총선에서 낙선했고, 임기를 몇 개월 남긴 이 정권은 측근 부패로 갈 데까지 갔다. 물론 오는 12월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되리라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지금 '두 개의 문'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만은 실로 심상찮다.

관객 스코어 4만 명(16일 기준)을 돌파한 이 작은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작지만 위대한 성취는 지난 5년에 대한 우리의 절망과 울분을 반영하고 또 새로운 시대에 대한 우리의 열망 또한 강렬하게 비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34명의 배급위원회를 꾸려 비로소 성사된 극장 개봉부터 비상영지역 관객들의 극장대관 단체관람까지, 영화제작 주체가 아닌 이들의 능동적인 관객운동은 그래서 숫자 4만에 그치지 않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 점에서 '두 개의 문'에서 얻을 수 있는 부차적인 교훈은 이런게 아닐까.

희생자들 사이에서 가해자를 찾아내는 나쁜 시절에 대해 우리도 '무관용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는 것. 관용을 베풀 것인가 말 것인가는 저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그래서 '두 개의 문'이 서늘하게 재현하고 있는 그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는 지난 얘기가 되기를.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7. 7“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부산도시철 1회용 승차권 구매도 카드로
  10. 10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7. 7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