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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끔찍한 영화관 참극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26 19:45:17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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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3부작 완결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개봉 다음 날, 빛의 속도로 달려간 극장은 평일 낮시간인데도 만석이었다. 영화제가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이 영화에 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날 대륙 저편의 어느 극장에서는 관객들을 향한 무차별 총기난사극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한다. 극 중 악당 베인처럼 방독면을 한 채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했다는 24살의 미국청년은 영화가 시작된 지 20여 분이 경과되었을 때 극장을 순식간에 지옥으로 만들었다.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상처를 입은 그 사고는 처음이 아니기에 더욱 참담하다. 1999년 콜롬바인 고교, 2007년 버지니아텍, 2012년 오로라시 극장, 그리고…?

범인은 아마도 이 시리즈의 광팬이었던 듯하다. 이 망상에 빠진 사이코패스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이 영화의 무언가가 이런 범죄를 부추긴 원인을 제공했으리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설사 그가 이 시리즈의 악당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을지라도. 이전의 총기난사 사건이 안겨준 최소한의 교훈은 이런 비극이 폭력적인 영화나 악마적인 음악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놀런의 배트맨 시리즈가 그토록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선과 악, 정의와 법제도, 죄책감과 분노에 대해 이제까지의 블록버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관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놀런의 악당들은 우리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순수하고 절대적인' 악을 구현하고 있다. 이 악당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하고, 선과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그것의 완전한 소멸을 꿈꾼다는 점에서 절대적이다. 이 시리즈의 2편인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도시의 영웅을 자신과 같은 악당으로 전락시켜 세상에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려 했다. 3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악당 베인은 증권거래소를 파괴하고 제도 밖의 범죄자들을 거리에 풀어놓으면서 자본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일종의 혁명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러한 절대 악의 목표는 배트맨이 남의 죄를 스스로 뒤집어쓰고(2편),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써(3편) 좌절된다.

나는 지금 이 시리즈가 현실의 악당들에게 오용되기에는 지극히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목적 없는 범죄는 이전에도 있었고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놀런이 재현한 고담시는 (미래사회가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두려움은 그래서 더 커진다. 세상의 미치광이들이 저지르는 이 무차별 살인극이 대규모 피해자를 낳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방책이 필요하다.

2002년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볼링 포 콜롬바인'을 통해 콜롬바인고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책임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개인 무장을 부추기는 미국 정치권에 돌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총기에 대한 규제 강화는 조금도 진전되지 않았다. 듣자하니 규제 강화가 입법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미국 내 가장 큰 정치계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의 400만 회원의 표를 의식하지 않는 대선주자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일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는 위로가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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