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으로 초벌구이한 통삼겹과 다양한 재료를 화로대에서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왼쪽), 캠핑쿡의 내부 모습. 캠핑테이블과 의자로 꾸몄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일교차가 심해지고 바람이 쌀쌀해지면 밤바람을 맞으며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차가워지는 밤 공기엔 뜨끈한 어묵 국물도 생각나고, 불판 위에서 지글대는 삼겹살도 좋다. 색다른 분위기의 고깃집과 어묵집을 들러봤다.


# 캠핑쿡

- 화로대 불피워 캠핑기분 제대로 즐겨
- 초벌구이한 통삼겹, 젓갈소스에 찰떡궁합
- 직접 끓여먹는 라면까지 재밌는 콘셉트

캠핑이 가족 문화의 키워드로 떠오르더니 그 콘셉트를 외식업계에서도 눈독을 들인다. 그러더니 한 두 곳씩 캠핑 콘셉트의 고깃집이 생겨났다. 실내외 모든 테이블과 의자는 캠핑용품이다. 아이들 놀이방으로 작은 텐트까지 가게 안에 하나 쳐 두었다.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용품들을 가게로 옮겨놓은 셈이다.

반찬이 담겨나오는 것은 스테인리스 식판이다.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 나이프 등은 캠핑용 커트러리 수납함에 넣어져 테이블 옆에 걸려 있다. 불판 대신 화로대를 놓고 거기서 캠핑의 백미, 각종 구이를 맛보게 했다. 밥도 식당에서 만든 것이 아닌 인스턴트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내온다. 냄비와 봉지 라면을 주면 손님들이 먹고 싶은 스타일대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

3~4인용 그랜드 세트를 주문하자 통삼겹 2개, 대하, 소시지, 파인애플 등 푸짐하게 차려진다. 고기는 벨기에산으로 통삼겹을 숯과 백탄으로 초벌구이 된 것을 내온다. 그러면 화로대에서 백탄으로 다시 구워먹게 된다. 술이나 음료도 테이블별로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가져다주면 각자 알아서 먹는다.

고기는 통삽겹이라 그런지 무척 부드럽고 초벌해 놓아 금방 익으며 육즙도 빠지지 않았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것을 까나리액젓과 청양고추가 들어간 소스가 꽉 잡아 준다. 짭조름하면서 매콤한 맛이 비계의 느끼함을 싹 날려준다. 특제 핫소스와 겨자 소스도 있어 입맛대로 찍어 먹으면 된다. 2·4주 월요일 휴무. 오후 5시~밤 12시.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 070-7391-4205


# 무비오빠

- 6시간 걸려 만든 육수 깔끔하고 시원
- 생선살 함량 높은 고급 어묵 사용
- 향긋한 미더덕젓갈 어떤 안주와도 조화

	무비오빠의 어묵과 스지. 빨간 접시에 담긴 것은 미더덕 젓갈로 어떤 안주와도 잘 어울린다. 최영지 기자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작은 골목 안에 있는데, 아담하다. 어묵 육수는 남해산 멸치를 사용하고 몇 가지 채소가 들어간다고 했다. 이것들을 함께 끓여내다가 건져내고 그 위에 뜨는 거품과 찌꺼기를 건져내기만도 1000번 이상을 해서 6시간 만에 육수를 완성한다. 육수는 맑으면서 간이 아주 약해 심심한 맛이었다.

취재를 간 당일은 오후 5시께로 사실상 가게가 문을 열기 전이었다. 배기석 대표는 "이 기본 육수에 어묵이 들어가면서 육수가 완성된다"고 재미있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어묵 국물에 어묵이 계속 담겨 있는 상태이니, 어묵에서 맛있는 성분이 빠져나가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기본 육수에 어묵의 맛이 더해져, 가장 국물이 맛있을 때는 오후 8~9시께라고 했다. 그때가 손님이 가장 가게를 많이 찾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은 미더덕 젓갈. 창원 진동의 미더덕젓갈조합에서 가져온다는 미더덕 젓갈이 별미다. 저염도라 젓갈치고는 짜지 않은데다 무엇보다도 향이 굉장했다. 질기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미더덕의 껍질을 벗겨 내고 속살만으로 만든 것이라 부드럽고 향긋했다. 부드러운 어묵과 젓갈의 조합이 딱 좋았다. 젓갈의 짭조름함이 어묵에 간을 딱 맞게 해주고 같은 해산물끼리 잘 어울렸다.

어묵은 보돌어묵과 미도어묵만을 고집했다. 생선 함유량이 많은 고급이기 때문이다. 처음 맛본 것은 새우 특유의 단맛이 느껴졌다. 조기 어묵은 어묵의 속이 아주 치밀해 씹는 맛이 특히 좋았다. 그 외에도 달걀이 들어가 부드러운 어묵도 있다. 12~14가지 어묵이 매일 세팅된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는 소의 힘줄 부분을 삶아낸 스지. 국내산만 고집해 다른 양념 없이 삶아냈는데도 잡내가 없다. 국내산 스지에는 살점이 붙어 있어 질기기만 한 게 아니라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다양한 맛의 어묵과 함께 기린 생맥주, 사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2·4주 일요일 휴무. 오후 6시~새벽 2시.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 인근. (051)866-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