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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공간의 미학, 셰프의 철학…여기, 눈과 입이 호강

부산 구서동 '구상' 레스토랑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7-02-08 19:26:0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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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모양 본뜬 건물 외관에
- 고급스럽고 모던한 인테리어
- 문화가 있는 미식이 모토

- 부드럽게 익힌 이베리코 돼지
- 숯덩이같은 모양이지만
- 와인양념 속에서 살살 녹아

- 봉투 닮은 토르텔리니 파스타
- 셰프가 직접 만든 생면 속
- 리코타 치즈·잣 고소함이 가득

음식은 눈으로, 입으로, 향기로 먹는다고들 한다. 거기에 공간이 주는 매력까지 더해지면 단순히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뿐 아니라 그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즐기는 문화 경험이 된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음식과 문화,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는 구상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구상이라는 이름도 특이했지만 한글의 모양을 본떠 지은 건물 자체도 특이해 더욱 눈길을 끈다.
   
구상 레스토랑은 3층에 주방을 배치하고 야외 공간을 크게 해 프라이빗 파티를 열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바 형태의 좌석이 마련된 루프탑으로 도시의 야경을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다.
1층은 주차장이고 2층부터가 레스토랑 공간이다. 바깥을 향하는 창은 통유리로 하고 내부 공간은 아주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테이블마다 핀 조명 대신 어른 주먹만 한 유리구슬을 매단 뒤 그 위에 빛이 가게 해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레스토랑 곳곳을 생화와 드라이플라워로 꾸며 생동감을 줬다. 잘 꾸며진 공간에 음식이 부응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구상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요리를 추천받았다.

이베리코 돼지를 이용해 만든 요리는 우선 비주얼이 충격적이었다. 메뉴판에는 '숙성시킨 간장, 보르도 와인, 사골육수 속에서 부드럽게 익힌 이베리코 목살'이라고 나와 있는데 접시에 올려진 요리는 어른 주먹보다도 큰 것 같은 덩어리가 마치 석탄 같아 보였다. 겉이 약간 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석탄 같이 시커먼 상태였다. 저게 탄 것이라면 도저히 손님 접시에 올려서는 안 되는 모양새였다. 이성훈 셰프는 "드셔보시면 압니다"라며 자신 있어 했다. 사람 못 먹을 음식을 주지는 않을 테니 우선은 칼로 잘라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나이프에 닿는 느낌이 너무 부드러웠다. 고기를 저 지경이 되게 익혔으면 숯덩이가 되었을 테니 서걱거리거나 딱딱해진 것에 금속성의 나이프가 닿으면 둔탁한 소리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너무 뜻밖이었다.

   
이베리코 돼지 요리. 최영지 기자
이베리코 돼지는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급속냉동된 상태로 밀봉돼 있다. 그것을 3일 동안 4단계의 해동과 조리 과정을 거쳐 이런 상태로 만들어낸 것이다. 우선 녹인 이베리코 목살을 레드와인이 들어간 소스에 담가 가열하면서 겉만 익게 한 뒤 건조한다. 이것을 튀겨서 앞에서 말한 석탄 색을 낸다. 이 상태로 밀봉해 60도로 93분간 수비드(저온에서 오래 익히는 조리)하면 지금 같은 상태가 된다. 칼로 자르기보다는 거의 뭉개는 수준으로 고기가 부드러웠다. 오래 끓여서 만든 장조림처럼 살이 쪽쪽 다 찢어졌다.

무릎을 치게 한 건 소스였다. 따로 소스 병에 담아내와 먹기 전에 부어주는 소스도 검은색이다. 그런데 맛은 진하면서도 뒷맛은 상큼하고 잘 발효된 김치가 주는 것과 흡사한 깔끔한 뒷맛이 있었다. 정동원 수셰프는 "와인과 여러 가지를 넣은 양념에 이베리코 돼지를 재어 놓는 과정에서 돼지의 지방과 육즙, 와인과 소스가 한데 어우러져 내는 맛"이라고 했다. 씹을 때도 아주 부드러운 수육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날은 와인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레드와인과 함께하면 정말 잘 어울릴 만한 진하고 녹진한 맛이었다.

   
토르텔리니 파스타
'비너스의 배꼽'으로도 불린다는 토르텔리니 파스타도 재미있었다. 이 셰프는 "구상에서는 모든 파스타는 직접 만든 생면만 쓴다"며 3층 주방의 파스타를 보여줬다. 이탈리아 세몰리나 밀가루에 국산 메밀, 달걀노른자만 넣어 만든 파스타가 건조되고 있었다. 생면 종류만도 7가지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토르텔리니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한 파스타로 마치 입구가 열린 카드 봉투와 비슷한 모습으로 접혀 있었다. 그 안에 송아지 뼈로 끓여낸 육수, 리코타 치즈가 들어가 있는 작은 만두 같은 형태다. 이 파스타엔 잣도 여러 개 들어있었는데 그냥 잣이라고 하기에는 씹히는 느낌이 훨씬 부드럽고 잣 특유의 아린 맛이 전혀 없었다. 잣의 부드럽고 고소함만을 살리기 위해 수비드로 조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치즈의 진한 맛에 잣의 고소함을 더한 거다. 구상 레스토랑은 프렌치 요리의 가장 기본인 퐁드보 육수를 직접 낸다. 송아지와 국내산 한우 등을 이용해 만드는데 모든 요리의 베이스가 된다. 그중에서도 양 뼈로 내는 육수는 양 뼈 10㎏에 물 100ℓ를 넣고 이 물이 10ℓ가 될 때까지 졸이고 다시 1ℓ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 마치 캐러멜 같은 식감이 되게 한다.

   
'구상'에서 직접 만드는 파스타 생면.
이 셰프는 "프렌치를 기본으로 해 부산의 지역색을 잘 살린 요리를 하고 싶다"며 구상의 콘셉트를 정의했다. 거기에 셰프들과 협업해 만들어내는 식기류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비스타 알레그라의 접시를 사용해 식기와 음식의 조화까지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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