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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봄바람에 걸린 동백꽃 향기, 조명에 담긴 밤바다가 있는…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17-03-01 19:18:5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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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종 희귀수목·기암절벽 감싼
- 동백나무 최대 군락지 오동도
- 3월 중순께 꽃 빨갛게 만개

- 충무공 이순신의 발자취 서린
- 현존 최대 단층 목조건물 진남관

- 주말엔 줄서야 타는 해상케이블카
-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등 한 눈에
- 2015년 12월 육지가 된 화태도
- 사랑하는 이와 산책하기 딱 좋아

전남 여수를 찾은 건 봄 향기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여러 꽃이 있지만 2월 초부터 개화하는 동백꽃이야말로 봄을 알리는 데 제격이지 않을까. 거제 지심도, 통영 장사도, 고창 선운사 등이 후보로 떠올랐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노랫말이 재생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가 여수 관광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여수에는 오동도,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케이블카, 현재 남은 단층 목조 건물 중 가장 큰 진남관, 육지로 변한 화태도 등이 있어 볼거리는 충분했다. 고민하면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곧장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우리나라 최대 동백나무 군락지인 전남 여수 오동도는 2월 초부터 동백나무가 피기 시작하며 동백꽃 축제가 열리는 3월 중순께 절정을 이룬다.
■ 아직 이른 동백 최대 군락지

동백꽃향을 킁킁거리며 여수 오동도를 찾는다. 금요일인데도 끊임없이 사람이 몰려들고 주차공간은 이미 꽉 찼다. 바로 옆 터널을 지나 무료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오동도 입장도 무료란다.

인증샷 포인트인 동그라미가 가득한 'Odongdo(오동도)'가 적힌 벽면 앞에서는 기념촬영이 한창이다. 앞에는 30분마다 운행하는 동백열차(성인 800원)가 있고 그 옆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살짝 찬바람이 불지만 그냥 걷는다. 방파제 끝 용굴·등대가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는데 '아뿔싸' 예상과 달리 동백꽃이 그다지 피어있지 않다. 동백꽃이 빨갛게 익고 수명을 다한 동백꽃이 바닥에 떨어져 붉은 양탄자를 연출할 거로 기대했는데 꽃은 듬성듬성 피어있고 바닥에는 꽃송이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용굴로 내려간다. 기암괴석과 용굴과 등대, 바다와 떠다니는 배까지 경치를 이루는 요소는 다 있다. 0.3㎢의 좁은 오동도가 동백나무 최대 군락지가 된 짠한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에 어부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고기잡이를 나간 틈에 도둑이 들어 몸을 요구하자 달아나다가 바다에 몸을 던졌다. 남편이 낭떠러지 밑에 떠오른 아내의 시신을 오동도 기슭에 묻었는데 아내의 무덤가에 동백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동나무가 아니라 동백나무 군락이 된 사연도 전해진다. 오동나무가 많았던 이곳에는 봉황새가 날아와 오동나무 열매를 따 먹었는데 봉황새가 왕이 나올 징조라고 예감한 고려 공민왕이 봉황새가 들지 못하도록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도록 했단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 일출명소가 있는 등대 뒤편을 거닐다 사진 포인트를 어렵사리 찾았다.

오동도는 194종의 희귀수목과 기암절벽이 섬 전체를 감싸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동백꽃의 물결이 출렁일 3월 중순께 다시 찾아야 하나 고민한다.

■ 이순신의 발자취를 찾아서

현존 단층 목조건물 중 가장 큰 진남관.
충무공 이순신의 발자취가 서린 진남관(국보 제304호)을 찾는다. 진남관은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여수 10경 중 6경이다. 망해루와 통제문을 통과하면 약 780㎡ 규모의 진남관이 나오는데 현존하는 단층 목조 건물로는 제일 크다고 한다. 현재는 진남관 해체복원 공사(2019년 11월까지)가 진행되고 있지만 관람에 큰 지장은 없다. 1910년부터 50여 년 동안 여수공립보통학교와 여수중학교, 야간상업중학원 등의 교실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진남관 여수석인(도지정문화재 유형 제33호)도 눈길을 끈다. 임진왜란 당시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돌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 두건에 도포를 입고 팔짱을 낀 전형적인 문인 형상을 하고 있는데 7개 중 1개만 남아있다. 건물 입구로 되돌아오면 왼쪽에 진남관 임란유물전시관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관내도와 거북선 내부를 재현한 곳이 신비롭다. 바로 옆 천사벽화골목을 따라 좌수영교를 지나 200m를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이 군령을 내린 고소대가 있고 통제이공수군대첩비(보물 제571호), 타루비(보물 제1288호)가 보관돼 있다. 고소대로 가는 길에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벽화가 쭉 이어져 있다.

■ 바다로 떨어질까 조마조마
자산공원에서 돌산공원을 오가는 국내 최초 해상케이블카. 아래 다리는 거북선대교.
여수에서 해상케이블카를 타려면 4번에 걸쳐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자산공원에서 탈 것이냐 돌산공원에서 탈 것이냐, 둘째는 낮이냐 밤이냐, 셋째는 일반 캐빈(왕복 성인 1만3000원)이냐 바닥을 볼 수 있는 크리스털 캐빈(왕복 성인 2만 원)이냐, 넷째는 편도냐 왕복이냐다. 결국 오동도 인근인 자산공원에서 주변 경관을 잘 볼 수 있는 낮에, 바닥 밑을 볼 수 있는 크리스털 캐빈을 타기로 한다. 크리스털 캐빈은 왕복권만 판매한다.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거북선대교.
첫 운행 시간(오전 9시)보다 30분 전에 자산공원 탑승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몇 팀이 기다리고 있었고 계속해서 사람이 모여들었다. 주말에는 1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예사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하다. 일반 캐빈과 크리스털 캐빈으로 분리해 줄을 서고 있는데 크리스털 캐빈 쪽 줄이 더 긴 데다 전체 50대 중 20%인 10대에 불과해 일반 캐빈의 탑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사람이 몰릴 때는 일반형이 정답이다. 탑승 후 잠시 덜컹거리더니 건물을 벗어나자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위를 지나는 길에 바닥 아래로 선박과 차량이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가 보이는데 여전히 헷갈린다. 거북선대교는 주탑이 H자형이고 돌산대교는 주탑이 A자형이다. 편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돌산공원에 도착한다. 돌산공원은 돌산대교, 여수 앞바다, 여수항, 장군도와 여수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내린 뒤 다시 타야 해 겸사겸사 둘러본다. 2098년에 개봉하는 여수시 타임캡슐이 묻혀 있고 어민의 상, 돌산대교 준공 기념탑 등이 서 있다. 돌아올 때 탄 크리스털 캐빈은 강화유리가 많이 긁혀 바닥 아래가 깔끔하게 보이지 않았다. 환불받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 육지 1년생 조용한 섬마을

화태도 묘도마을에서 바라본 양식장과 화태대교.
여수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화태도라는 곳이 있다. 지도로 보면 익룡과 닮았다. 2015년 12월 화태대교가 개통하면서 섬에서 육지로 변했다. 돌산도(돌산읍)에서 건넌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꽃머리산과 운마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기대하고 찾은 운마산 전망대에서는 나무에 가려 경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전망대 직전 갈림길에서 직진한 뒤 왼쪽으로 돌아 나오면 화태대교를 볼 수 있다. 최고의 전망은 화태마을 입구에서 화태마을과 화태대교를 일렬로 놓고 보는 풍경과 묘두마을 끝에서 양식장과 화태대교를 볼 수 있는 조망을 꼽을 수 있다. 섬 경치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관광지가 개발되지 않아 좀 심심하지만 번잡한 도심을 떠나 사랑하는 이와 여유롭게 섬을 거닐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여수 돌산읍 신기항에서 바라본 화태대교와 석양. 여수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 주변 맛집

- 점심엔 매콤 김치찌개, 아침엔 담백 우거지해장국…두 번 찾은 '서울해장국'

진남관 인근에 맛집으로 유명한 서울해장국이 있다. 주메뉴는 김치찌개와 우거지해장국이다. 이틀에 걸쳐 두 번이나 찾았다. 첫날 점심엔 김치찌개(2인 이상)를 먹었는데 식감 좋은 돼지고기가 매콤한 김치 사이에 듬뿍 숨어 있었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구운 김에는 파장과 일반 간장 두 가지가 딸려 나오고 계란후라이가 3개나 나온다. 넉넉한 인심을 느낄 만하다. 점심시간보다 일찍 갔는데도 손님이 계속 몰려든다. 다음 날 아침으로 먹은 우거지해장국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아침이라 입맛이 없었는데도 밥 두 공기를 먹을 뻔했다. 계란후라이는 2개를 줬는데 모자라면 이야기하라고 한다. 이름난 가게는 뭔가 다른 게 있구나 생각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5시~오후 3시. (061)662-2195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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