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서 잡은 명태 급속냉동
- 바닷물로 씻어 사흘 간 건조
- 해동 과정 없어 비린내 안나

- 짭쪼름한 양념에 가래떡 눈길
- 미리 삶은 무 입에서 살살 녹아
- 여성 손님들 매운 맛 인기만점

- 구운 김·콩나물 쌈 풍미 더해
- 여름철 맥주 안주로도 일품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가 이어지니 입맛도 저만치 달아난다. 차가운 물이나 국수, 수박 등 씹을 것 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것들만 생각나게 덥다. 이럴 땐 조금 자극적인 양념 맛으로 혀를 일깨울 필요가 있다. 은근하게 매우면서도 단맛, 짠맛이 잘 조화된 코다리찜이 입맛 챙기기에는 제격이다.

기름없이 살짝 구운 김 위에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와 데친 콩나물을 얹어 코다리찜과 싸 먹으면 아삭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

부산진구 부산원조해물탕찜(051-803-1236)은 다양한 해물 요리를 낸다. 그중에서도 여름엔 코다리찜이 인기다. 코다리는 명태를 3~4일 정도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을 말한다. 보통 명태는 러시아에서 대량으로 잡는다. 이때 잡아 올리자마자 배에서 급속냉동한다. 이렇게 얼린 것을 바닷물로 한 번 씻어 꾸덕하게 말린 것이 코다리다.

부산원조해물탕찜의 코다리찜이 남다른 건 비린내가 전혀 없어서다. 이곳의 코다리에 비린내가 안 나는 비결은 보관 방법 때문이다. 꾸덕하게 말려진 코다리는 그 상태로 냉동고에서 보관한다. 이것을 강원도 속초에서 부산까지 가져올 때 냉동 상태로 이동하고 부산에서도 냉동고에 보관한다. 그리고 요리하기 전에 냉동고에서 꺼내 조리하므로 중간에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없다. 그 과정에서 비린내가 나는데 이 과정 없이 모두 냉동고에서 보관하니 비린내가 없다. 또 배에서 급속냉동한 것을 씻어 말릴 때 반드시 해수로 씻는 것도 비결이다. 이때 소금물이 아닌 맹물로 씻었다간 단박에 비린내가 난다.

밥 한술에 양념이 잘 밴 코다리찜 한 점을 하나 올려 놓은 모습.

양념에는 특별한 재료가 없다. 간장, 고춧가루, 식용유, 물엿으로 맛을 내는데 적당히 달고 짭조름해 밥과 잘 어울린다. 그중에서 제일 맛있는 건 코다리찜 안에 들어간 가래떡이다. 인근에 있는 부전 시장의 떡집에서 쌀로 만든 가래떡을 사와 길게 어슷하게 썰어 넣은 떡 사리는 말랑말랑하면서도 양념이 잘 달라붙어 있어 고급스러운 떡볶이 같은 느낌이다. 떡국떡처럼 얇고 조그맣게 썰어낸 것이 아니라 어른 손바닥 길이만 하게 길쭉길쭉하게 썰어내서 먹을 게 있다. 무도 미리 삶아서 양념이 잘 배게 했다. 생무를 코다리와 같이 졸여서 맛을 내려면 익는 시간이 달라서다. 음식점의 생선 조림에 들어간 무가 더 맛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이렇게 무를 미리 삶으면 식감도 훨씬 부드럽다.

코다리는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살이 무척이나 쫄깃하고 단단해진다. 대신에 양념을 잘 배게 하려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집 코다리찜은 고기를 초벌하듯 미리 양념을 묻혀 프라이팬에서 한 번 졸여 둔다. 이 상태로 식으면서 단단한 코다리 살 안으로 양념이 잘 배어들게 된다. 주문을 받으면 1차로 양념 된 코다리에 다시 마지막 양념장을 넣어 볶아내듯 표면에 양념 코팅을 해 손님상에 올린다.

코다리 살을 찢어 넣은 코다리 냉면. 곧 코다리를 활용한 막국수도 내놓을 예정이다.

양념은 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날 맛본 건 가장 기본이 되는 양념이어서 색깔은 빨갛지만 매운맛은 아주 약했다. 가장 매운 양념으로 선택하는 손님들은 주로 여성들이라고 했다. 이런 손님들을 위해 매운맛에 지친 혀를 달래줄 쿨피스도 준비돼 있다.

코다리찜은 살을 발라서 밥에 올려 먹어도 맛있지만 기름을 바르지 않고 살짝 구운 김에 묵은지, 삶은 콩나물을 올려서 쌈으로 싸서 먹으면 더 맛있다. 쫄깃한 코다리 살에 살캉살캉 씹히는 콩나물과 시큼한 묵은지가 아주 잘 어울린다. 구운 김이 혹시나 남아 있을 잡내도 잡아주고 여러 재료들를 묶어내는 역할을 한다. 코다리 살은 단단하므로 생선 조림의 생선살이 부스러지듯 하는 것도 없어 뼈를 바르기도 편하다. 남은 양념에는 감자 사리를 넣어 먹으면 양념 맛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코다리찜은 소주와도 잘 어울리지만 시원한 맥주와 더 잘 어울려서 식사뿐 아니라 안주로도 제격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