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 이혁우 출연 불허 날벼락
- 시립극단 “지난달 미리 통지
- 정기공연 1달 전 외부활동 금지”
- 연극계 “전국경연… 융통성 발휘”
부산의 한 극단이 이달 말 열릴 대한민국연극제 참가를 앞두고 부산시립극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작품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배우에 대해, 소속 단체인 부산시립극단이 “출연 불허”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많은 연극인은 ‘융통성 없는 시립극단의 조처’라고 반발하지만, 시립극단은 ‘정기 공연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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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누리에의 작품 ‘그림자의 시간’ 공연 모습. 부산연극협회 제공 |
극단 누리에는 6일 “작품 ‘그림자의 시간’에서 고종 역을 맡은 이혁우 배우가 오는 28일 참가하려던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이혁우 배우가 속한 부산시립극단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연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역할 배우를 교체하려니 정말 난감하다. 부산 대표로 참여하는 경연이라 더 잘하고 싶었는데 허탈하다”고 밝혔다.
극단 누리에는 지난 4월 열린 ‘제36회 부산연극제’에서 ‘그림자의 시간’으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대한민국연극제에 부산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 자동 결정됐다. 해마다 한 차례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는 각 지역 연극제 우승팀이 겨루는 전국 연극인의 경연이기 때문이다. 부산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의 예선 격으로, 최우수팀은 부산 대표팀 자격으로 참가해 왔다. 2013년 극단 동녘이 ‘운악’으로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에 이어 대한민국연극제(당시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 대한민국연극제는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대전에서 열린다.
이혁우 배우의 출연이 금지된 이유는 부산시립극단의 오랜 관행 때문이다. 부산시립극단 배우는 외부 극단 작품이나 경연에 참여할 수 있지만, 시립극단 정기공연이 열리기 한 달 전부터는 외부 활동이 금지돼 왔다. 정기공연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시립극단은 다음 달 19일부터 ‘상사화’ 정기공연을 시작한다. 곽종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은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지만, 단원 간에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시민께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자는 취지로 지켜온 관행이다. 이혁우 배우의 부산연극제 참가와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연극제 초청공연 참가도 모두 허가했지만, 대한민국연극제 참가는 정기공연을 앞뒀기에 불허했다. 대체할 배우를 구할 시간이 충분하도록 지난달 16일 이 사실을 이미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배우는 지난 3, 4월 발가락 부상으로 시립극단 정기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만큼 이번 정기공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극단 누리에와 지역 연극인의 반발은 크다. 누리에 강성우 연출은 “이혁우 배우의 역할은 비중이 크다. 대체 배우를 찾는다 해도 7개월가량 호흡을 맞춘 배우만큼 잘 해낼 수 없다. 올해 부산연극제에서 대상을 탈 거라고 미리 확신할 수도 없었기에 대처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며 “부산 대표로 나가니 대승적 결단을 바랐는데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연극인은 “관행과 사정이 있다 해도 공식적으로 부산을 대표해 전국 경연에 나서는 만큼 시립극단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