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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할 때, 영혼을 채우는 휴식 같은 집밥

부산 중구 ‘술고당’ 밥집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10-17 18:40: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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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담백 김치찜 죽 찢어 한 술
- 촉촉두툼 달걀말이 크게 한 입
- 채소듬뿍 돼지두루치기 한 쌈
- 한우 된장찌개에 쓱싹 비벼 먹고
- 깜짝선물 같은 떡볶이까지 ‘콕’
- 튀는 메뉴 없는 편안한 한 끼

직장인에게 집 밖에서 사 먹는 한 끼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점심이라면 나머지 시간 동안 일할 힘을 얻고, 저녁이라면 하루를 마무리하며 휴식하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여러 가지 메뉴를 접할수록 집밥이 생각나는 거다. 별 특별난 반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늘 먹던 집밥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일에 지쳐 밥은 좀 편안하게 먹고 싶을 때, 다른 지역에 살아 자주 못 보는 가족이 그리울 때, 왠지 배 속보단 마음이 더 허할 때 집밥이 그립다. 집마다 엄마의 솜씨는 다르겠지만 큰 차이 없는 메뉴로 이뤄진 집밥 같이 느껴지는 밥집이 있다.
   
김치찜(왼쪽)은 깔끔한 국물과 적당히 물러진 김치가 밥과 잘 어울리며 돼지두루치기는 과하지 않은 양념맛이 좋다.
부산 중구 ‘술고당(051-244-2607)’은 편안한 밥집이다. 메뉴도 특별난 것이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메뉴 선택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국물이 있는 식사를 원하면 김치찜이 제격이다. 이곳의 김치찜은 맛이 아주 진해서 녹진하지는 않다. 외려 국물이 아주 깔끔하고 담백해서 국과 찌개의 중간쯤 된다. 간이 지나치게 세지 않고 김치의 시큼함도 적당하다. 부드럽게 잘 익은 김치가 길게 그대로 들어가 있어 세로로 죽 찢어 밥에 올려 먹으면 된다. 큼직한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도 있다. 김치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은 달걀말이다. 달걀말이도 집에서 엄마가 정성 들여 해준 것처럼 두툼하고 부드럽다. 일식 달걀말이처럼 달지 않고 반찬으로 적절한 간에 촉촉하다. 크기가 두툼해 한 입 베어 물면 입속이 그득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는 호불호가 거의 없는 인기 반찬이다.
돼지두루치기는 버섯과 양파, 파 등의 채소가 듬뿍 들었다. 우미경 대표는 그래야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고기가 촉촉해지고 고기의 양념을 부드러운 맛으로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두루치기는 돼지고기의 잡내를 없애는 것이 관건인데 이곳에선 효모를 넣어 잡내를 잡는다고. 그래서 양념을 아주 진하게 하지 않아도 맛이 난다. 술고당의 반찬은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시판하는 돼지두루치기 패키지를 열어 보니 채소가 꽤 푸짐하게 들었다. 반찬이 없어 급하게 요리를 하나 해야 할 때 무척 유용하게 쓰일 듯했다.

두루치기를 주문하면 제공되는 한우 된장찌개는 김치찜보다 더 진하고 구수하다. 우 대표는 “시판 된장에 멸치 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 등 7가지의 양념을 더해 우리만의 된장을 만든다”고 했다. 집에서 비슷한 맛이 나게 끓이려면 우선은 채소 육수가 기본이다. 파 뿌리, 양파 껍질 등 5가지를 넣고 2시간 정도 끓인 뒤 멸치 등을 넣어 육수를 낸다. 여기에 된장을 넉넉하게 넣어서 끓인다. 진한 맛을 담당하는 한우는 지방과 살을 7 대 3 비율로 넣는데 주로 갈빗살 쪽의 자투리 살을 받아온다고. 이 역시 된장 안에 다 들어가 있어서 국물이 부드러워지면서 구수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고 양념도 자극적인 게 없다. 깍뚝 썰기한 두부, 애호박 등 채소가 풍성하게 들어서 좀 더 바특하게 끓여 밥에 비벼 먹어도 좋겠다 싶다. 우 대표는 “집에서 비슷한 맛을 내려면 채소 육수를 내고 된장을 좀 넉넉하게 넣어 오래 푹 끓여라”고 알려줬다. 입맛에 따라 해물을 넣으면 해물된장으로 즐길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반찬 중 떡볶이다. 나머지 반찬은 계절에 맞게 조금씩 바뀐다. 떡볶이를 반찬으로 받은 이들은 마치 요리 하나를 더 받은 것처럼 즐거워한다고. 우 대표는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떡볶이로 손이 가장 많이 가서 항상 넉넉하게 준비하고 얼마든지 다시 채워다 드린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집에서 먹는 밥이 그렇다. 특별히 튀는 메뉴 없이 한 끼 먹고 나면 적당히 배가 부르고 부대끼는 것 없이 편안하다.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하고 싶지 않을 때 추천할 만하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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