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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3> 런던 그리니치 해양박물관

해양제국의 영광 담긴 유물 250만 점 … ‘바다가 역사다’ 명제 입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30 19:28:2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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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해상무역의 중심지이자
- 해군의 뿌리가 시작된 도시

- 세계 시간의 기준점 된 천문대
- 경도 측정 시계 만든 존 해리슨
- 영국의 위대한 탐험가 제임스 쿡
- 역사를 바꾼 사건의 흔적 곳곳에

- 지도·선박도면·사진·기록 등
- 방대한 해양학술 연구자료 볼만

해양제국 영국의 진수는 ‘장물아비 박물관’이란 오명까지 얻은 영국박물관(이른바 대영박물관)에 있지 않다. 그리니치에 위치한 왕립해양박물관(Royal Museums Greenwich )이야말로 해양제국 영국의 역사를 제대로 포괄한다. 영국박물관이 다분히 제국주의적 수집품과 약탈품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면, 그리니치박물관이야말로 영국인에 의한, 영국인의 전시물이 주종을 이룬다. 영국 번영기는 해양 역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영국이 해상을 지배했던 시절,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범선 중 하나였던 커티샥. 그리니치 공원에 전시된 커티샥은 영국 왕립해양박물관의 주요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다.
템스강을 거슬러온 배들이 정박하는 안전한 강항(江港)이자 해군 거점인 군사항, 동인도회사를 필두로 한 무역 거점, 대외적 팽창을 도모하면서 범선들이 잭슨기를 펄럭이며 바다와 강을 오갔던 런던 그리니치는 영국 해양의 중심 중에서도 중심이다. 그 중심에 그리니치 공원이 있고 해묵은 고목 사이로 빅토리아풍의 건축군이 장엄하게 서 있다. 그리니치 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은 공원에 군집된 몇 개 건축군으로 구성된다. ‘해가 지지 않는다’던 ‘대영제국’은 강력한 해양력에 기초하여 힘을 발휘했으며, 그 중심이 그리니치였다.

■해양제국의 역사 제대로 포괄

   
경도의 비밀을 풀어낸 존 해리슨의 시계. 영국 왕립해양박물관 천문대 갤러리에 보관돼 있다.
그리니치는 고대 로마인의 상륙지였으며 헨리 8세가 일찍이 살았고, 영국 해군의 뿌리가 시작된 곳이다. 그리니치 공원에 가장 먼저 들어선 건물은 1675년 찰스 2세가 세운 천문대(Royal Observatory)다.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리니치 천문대를 위치 측정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특히 경도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이 1851년에 정해져 1884년 국제회의를 통과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이곳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그어진 것이다.

천문대 갤러리에서는 천문학과 시간 측정 도구를 볼 수 있는데 모두 항해에 절대적인 유물이다. 경도의 비밀을 풀어낸 존 해리슨(John Harrison)의 시계(1759년)와 영국이 낳은 위대한 탐험가 제임스 쿡과 해양 과학 탐사의 결과물 역시 여기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니치 해양박물관 내에 천문대가 포함되고, 시간 측정 기구들이 가장 중요한 전시 유물로 들여온 사실은 이 같은 해양사적 전개 과정과 관련이 있다.

   
청년기의 넬슨 제독.
왕립천문대 이외에 여왕의 집(Queen’s house), 커티샥(Cutty sark)을 포함해 거대한 왕립해양박물관 플랫폼을 구성한다. 1823년 회화실(The Painted Hall)에 300점의 초상화, 그림, 유물이 소장된 해군미술갤러리(National Gallery of Naval Art)가 들어섰다. 1910년 해양박물관 건립을 위한 해양연구협회(SNR)가 설립되고 협회를 이끈 제임스 케어드 경(Sir James Caird)은 초대관장을 맡아 상당수의 개인 수집품을 내놓았으며, 1934년부터 1946년 죽을 때까지 종신관장을 하면서 박물관의 기초를 다졌다. 임기제로 형식적으로 관장을 맡는 것이 아니라 종신으로서 한평생을 박물관에 헌신한 케어드 경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오늘의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이 성립될 수 있었다.

해양박물관 설립에 관한 법적 기초인 국립해양박물관법(National Maritime Museum Act of 1934)은 1934년에 제정되었다. ‘National Maritime Museum’이란 명칭은 시인 키플링이 제시했다. 1937년 4월 27일 조지 5세에 의해 공식 개관했으며, 17세기 건물 여왕의 집이 포함되었다. 1950년부터 그리니치 왕립천문대도 해양박물관으로 들어왔으며, 1954년에는 커티샥이 당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중요 유물이 폭격을 피하여 런던 교외로 피란 가기도 했다. 우아한 공원과 궁전 등으로 이루어진 그리니치의 경관 전체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은 지역에 브랜치를 거느리고 있다. 콘월 국립해양박물관과 더불어 남부 포츠머스의 메리로즈호박물관(The Mary Rose Museum)도 포함된다. 1711년 설립된 포츠머스 역사조선소 안에 설립된 메리로즈호박물관은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침몰한 배를 수중 발굴하여 보존처리하고, 배에 실렸던 무기와 선원들의 일상용품 등을 선보이는 선박 중심의 해양박물관이다.

■영국인의 일상에 가깝게 다가서

   
영국 그리니치 왕립해양박물관의 여왕의 집에 전시된 책자 형태 유물. 여왕의 집에 보관된 유물의 상당수는 지도를 포함한 종이기록이다.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은 250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여왕의 집은 박물관 예술컬렉션의 기본적 쇼 케이스다. 유물의 상당수는 지도를 포함한 종이기록이다. 선박 설계도면, 공적인 기록, 수백만 장의 사진을 포함한다. 3300여 개의 선박 모델, 4000여 점의 유화, 5000여 점의 항해 및 과학도구 등을 포함하는데, 120여 척의 보트는 팰머스(Falmouth)에 위치한 콘월(Cornwall) 국립해양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방대한 회화 컬렉션, 제국을 건설했던 세계 바다 경영의 흔적인 항로와 항해에 관한 지도 자료, 전함과 그 건조과정을 다룬 모형, 해군을 중심으로 한 복장, 무역상인의 글로벌 네트워크, 영국인의 바다생활, 요트와 레크리에이션, 크루즈선 등의 사진과 기록물 등 영국의 진정한 역사가 그리니치 박물관을 중심으로 집결되어 있다.

10만 권 이상의 책, 필사본, 희귀본 등으로 채워진 도서관은 세계 최대의 해양사 자료관이다. 방대한 장서와 기록문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축적물이 아니다. 제국해양을 열었던 만큼 영국뿐 아니라 식민제국 등 글로벌적 해양력에 관한 다양한 아카이브를 포괄한다. 박물관은 해양학술연구의 중심이며 단기 및 중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적 연구를 진행시키는 중이다.

아카이브를 통해 바다 여행자나 선원 가족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가족 내력찾기 등의 사업은 이 박물관이 영국인의 일상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서 있는지를 말해주는 좋은 예다. 박물관 한쪽 벽면에 걸린‘바다가 역사다(OCEAN is the History)’는 문구는 해양제국 영국의 의지와 힘을 그대로 웅변한다.

   
해양제국 영국의 시대는 일찍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대서양을 건넌 앵글로색슨의 힘과 파장은 그대로 미국에 전승되었다. 현실적 힘으로서의 영국 해양력은 약화되었으나 여전히 강력한 해군과 보험을 필두로 한 해양금융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해양력이 단순한 경제적 우위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의 축적인 유물과 아카이브는 그대로 영국 해양력을 웅변하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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