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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부터 수플레까지…단호박 음식이 주렁주렁

부산 수영구 ‘호박가게’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2-06 18:56:2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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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호주서 요리 배운 주인장
- 2년 전 광안리서 가게 열고 정착

- 단호박은 직접 가마솥에 찌고
- 인절미는 매장 방앗간서 만들어
- 말캉말캉 식감 살아있어 일품

- 죽·우유·빙수 등 5가지 메뉴
- 포장·택배 배달로 대부분 판매

‘호박가게’는 부산 수영구청과 멀지 않은 상가 밀집 지역에 있다. 밖에서 보면 깔끔한 카페 같기도 하고, 트렌디한 식당 같기도 하다.
   
부산 수영구 ‘호박가게’의 단호박 죽(왼쪽)과 카스텔라 단호박 인절미. 호박죽에 설탕 등 당분을 전혀 넣지 않는데도 무척 달다.
실제로 호박가게(051-611-1061)는 카페나 식당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콘셉트로 빠르게 ‘맛집’으로 떠올랐다. 호박가게의 메뉴는 카스텔라 단호박 인절미, 단호박 크림치즈 수플레, 단호박 우유, 단호박 죽, 단호박 빙수까지 모두 5가지다. 가게 이름처럼 단호박을 활용한 메뉴 딱 5종만 판매한다. 인절미와 함께 먹을 커피나 차를 팔아도 반응이 좋을 듯한데 호박가게 성중건 대표는 “혼자 음식을 만들다 보니 매장에 온 손님을 응대할 시간 여유가 없다”고 했다.

   
카스텔라 단호박 인절미.
성 대표는 2012년 27살 나이로 일본 도쿄에 요리 유학을 떠났다. 공부를 마치고 일본과 호주의 식당에서 일식과 양식을 연마한 뒤 2015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취직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였어요. 집에서 어머니가 단호박 죽을 끓여주셨는데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쳤어요. ‘단호박만으로도 4, 5가지 아이템이 나오겠다’ 싶었죠. 일본에서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주스, 토마토 디저트 등 토마토를 콘셉트로 한 식당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성 대표가 서울에 있던 친구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둘이 의기투합해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첫 호박가게를 열었다.

첫 호박가게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장이 아니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는 후일담. 성 대표는 서울에서의 실패를 딛고 2017년 8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 가게를 구했다.

   
단호박 크림치즈 수플레.
서울에서는 찹쌀떡을 판매했지만, 부산에서는 인절미로 메뉴를 바꿨다. 자신이 “팥을 좋아하지 않아서”다. 단호박은 가마솥에 찌고, 인절미는 매장 한쪽에 설치한 작은 방앗간에서 매일 아침 만든다. 호박가게의 인절미는 쫀득하고 말캉말캉한 식감이 일품이다. 또 하나 매력 포인트는 고물로 사용하는 노란 카스텔라다. 카스텔라를 매일 아침 구운 뒤 갈아서 고물로 쓴다.

지금의 맛과 모양을 완성하기 위해 석 달 동안 도전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유화제를 조금 넣으면 인절미 모양 잡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모양이 조금 찌그러든다고 하더라도 인위적인 첨가제를 사용하기는 싫었다고 한다. 카스텔라 고명 색깔이 무척 선명하고 고와서 식용 색소를 사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도 아니었다. 성 대표는 “어린이와 어르신도 드시고 환자도 많이 사 가는데 조금이라도 몸에 나쁜 것은 넣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호박 인절미는 2500원, 4000원, 2만1000원 세 가지 사이즈로 판매한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즉시 먹거나 냉동 보관해야 한다.

   
호박을 찌는 가마솥.
인절미와 세트로 많이 찾는 메뉴가 단호박 우유(500㎖ 6000원)와 단호박 크림치즈 수플레다. 단호박 우유는 평소 우유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찾게 될 만큼 색다른 맛이다. 찐 단호박과 우유, 꿀과 설탕이 조금 들어갔을 뿐인데 콜라나 커피를 대체할 음료로 변했다. 수플레는 기존 레시피에서 밀가루를 빼 더욱 담백하다. 6500원으로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손이 많이 가 가격을 더 내리기가 어렵다.

호박가게의 호박죽은 특이하게 ‘차갑게’ 나온다. 먹어보니 마치 양식의 디저트 같았다. 질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달콤했는데 의외로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호박을 쓰면 따로 당분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달다는 것이다.

호박가게 판매량의 대부분은 포장이나 택배다. 매장에 와서 먹는 고객은 소수다. 개업 축하, 결혼식 답례, 행사나 이벤트 간식용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많다. 고객의 비율은 부산이 60%, 다른 지역이 40%.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다른 지역에서 찾는다. 서울 홍대와 신촌 쪽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에 입주하라고 권하고, 체인점을 내달라고 연락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 대표는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메뉴를 좀 더 맛있게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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