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횟수 거듭할수록 마니아 형성
- 구독자 반년새 1000명 돌파
- “노포 추억과 비법 전하고 싶어
- ‘라디오스타’ 출연이 목표죠”
20대 부산 청년 두 명이 치열한 ‘먹방계(먹는 방송)’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산의 오래된 식당(노포)을 찾아가 음식을 직접 먹어본 뒤 평가하는 유튜브 채널 ‘사먹사전’을 개설해 6개월 넘게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업로드해 그동안 소개한 노포만 36곳이나 된다. 자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대신 조금 어설퍼도 진심이 담긴 멘트로 조금씩 마니아를 늘려가는 ‘사먹사전’ 두 청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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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구 보수동책방골목에서 만난 유튜브 채널 ‘사먹사전’의 제작진 길현준(왼쪽) 씨와 지우준 씨.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지난해 7월부터 부산의 오래된 식당(노포)을 알리는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사먹사전’은 경남고 동창 사이인 지우준(24·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씨와 길현준(24·동의대 컴퓨터공학과) 씨가 함께 제작한다. 지 씨가 방송 진행을, 길 씨가 촬영과 편집을 맡았다. 채널 이름 ‘사먹사전’은 ‘사 먹은 음식 백과사전’의 준말이다. 두 사람이 월 50만 원씩 모아 음식을 사 먹고 카메라 컴퓨터 등 필요한 장비를 마련한다. 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 백화점과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사먹사전의 첫 에피소드는 지난해 7월 업로드됐다. 부산에서 ‘냉면’ 하면 손꼽히는 괴정시장 ‘내호냉면’을 소개한 5분35초짜리 영상이다. 최근 올라오는 영상이 10~15분 분량이라는 걸 고려하면 첫 에피소드에서 살릴 수 있는 영상이 얼마나 적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방송하는 자신이 어색해 멘트 없이 젓가락질만 하는 시간도 꽤 길다. “우리 유튜브할 수 있을까”하고 자조하는 장면도 있다. 이런 숙맥들이 어쩌다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됐을까. 물론 36편을 올린 지금은 제법 능숙한 진행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식당 5곳 중 4곳이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심심해서 대충 차린 가게가 아닐텐데, 다섯 집 중 한 집도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박찬일 셰프가 노포를 소개한 ‘백년식당’이라는 책을 보고 긴 시간 사랑받는 식당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데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너무 없더라고요. 노포의 비결을 콘텐츠로 제작해서 유튜브로 공유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지우준) “예비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부산에 놀러 오는 관광객, 노포에 추억이 있는 분들에게 ‘부산의 오래된 식당’을 보여드리고 싶어요.”(길현준)
그들이 발견한 노포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지 씨는 “요즘 유행하는 맵고 단 맛이 아니라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공통점”이라고 했다. 또 “맛보다 오히려 식당 주인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는 뜻밖의 대답도 했다. “노포에 가면 손님을 사람으로 대하는 느낌이 든다. 친절하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투박하지만 편안하다. 엄마 할머니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을 먹는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찾는 것 같다.”
길 씨는 “노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희로애락이 담긴 공간”이라고 했다. “수정동 명성횟집을 소개하러 갔을 때였어요. 어묵백반과 회백반을 ‘착한 가격’에 내실 있게 내는 집이죠. 일흔이 넘어 보이는 아들이 아흔이 넘어 보이는 백발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 할아버지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맛있게 식사를 하시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드님의 모습이 참 훈훈했어요. 명성횟집의 오랜 단골이 아닐까 싶었어요. 오래된 식당이 아니면 이런 장면을 보기 힘들겠죠.”
‘사먹사전’ 팀의 최종 목표는 “유튜브 스타가 돼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는 것”이다. 먼저 구독자 1000명, 누적 재생시간 4000시간을 채워 콘텐츠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때 650명이던 구독자가 12일 현재 1000명을 넘어섰다. ‘착한 먹방’의 꿈이 이루어질 것 같다.
◆‘사먹사전’ 추천 부산 노포 베스트 3 “어머 여긴 꼭 가봐야 해”
# 옥성반점(중구 보수동)
- 노른자 터트린 간짜장·가격 부담없는 미니 탕수육
보수동에는 예전에 법원과 시청이 있어서 그런지 오래된 중국집이 많다. 수십 년 해오고 있는 집은 옥성반점 옥생관 동화반점 등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로 옥성반점을 소개했다. 여기는 간짜장이 참 맛있다. 튀기듯 구워주는 반숙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를 딱 깨서 면과 소스에 비벼 먹으면 정말 고소하고 달짝지근하다. 1만 원짜리 미니 탕수육도 추천한다. 간단하게 식사를 할 때 부담 없이 시키기 좋은 메뉴인데 가격이 싸다고 질이 떨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바삭바삭 잘 튀긴 탕수육에 약간은 삼삼한 소스를 곁들이면 최고! 우리가 촬영할 때만 해도 간판이며 실내며 클래식함의 ‘끝판왕’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사를 해서 그 예스러움이 사라진 점이 좀 아쉽다. 한편 ‘앞으로도 계속 장사를 하시겠지’라는 생각에 감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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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먹사전’ 캡처 |
# 은하갈비(동구 초량동)
- 호일그릇에 담아 양념과 조려먹는 돼지갈비
초량에는 돼지갈비 골목이 있다. 6·25전쟁 이후에 부두 노동자들이 초량 산복도로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분들이 종일 부두에서 힘들게 일하다 보니 목에 먼지가 많이 껴서, 퇴근길에 돼지고기를 찾기 시작하면서 그 골목에 돼지갈빗집이 많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골목 중에서 은하갈비를 소개했다. 돼지갈비를 알루미늄 호일로 만든 그릇에 담아 양념과 함께 조려 먹는다는 점이 특별했다. 그런 조리법 덕에 고기가 촉촉하면서 간이 깊게 배어 맛있다. 마지막에 남은 고기를 잘게 잘라 만든 볶음밥도 매력적이다. 사장님이 갓 잡은 돼지를 통으로 사서 직접 손질한 뒤 양념한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갈 텐데요”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야 맛있다”고 했다. 역시 오랜 시간 장사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 대저할매국수(강서구 대저동)
- 단돈 4000원에 잔치국수 비빔국수 무한 리필
대저에 있는 국숫집이다. 이 집은 매력적인 요소가 정말 많은 가게였다. 우선 1인당 단돈 4000원에 잔치국수 비빔국수 비빔밥 호박죽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예전에는 6000원에 가짓수가 더 많았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몸이 불편해지셔서 가격을 낮추고 음식 가짓 수를 줄였다고 하셨다. 물가며 인건비며 계속 치솟는데 가짓수 줄였다고 가격을 2000원이나 낮춘 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가격이나 음식의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부산 시내에서 찾기 힘든 풍경이라는 점이 좋았다. 야외 포도밭 아래에도 테이블이 마련돼 가을에 가면 포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밭에서 식사할 수 있다. 또 커다란 솥에 장작을 때 요리하는데, 장작 타는 소리와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잠시나마 정신 없는 도시를 벗어나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