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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 탐구생활 <12> 일제강점기의 기억 여행

아픈 역사의 울림… 100년 전 3·1운동 울분의 함성이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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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 강제징용 역사 기억하고자 조성
- 피해자 이름 새긴 벽 앞에 숙연

# 부산근대역사관·백산기념관

- 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 알리고
- 독립운동가 안희제 선생 기린 곳

# 독립운동 기리는 탑과 공간

- 동래 만세운동 기억한 기념탑과
- 동래고 교정엔 항일운동기념탑
- 박차정 의사 생가 방문도 추천

다음 달 1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 지배에 항거해 만세운동을 일으킨 3·1절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부산에서 1919년 3월 11일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독립 만세운동을 벌인 데 이어 동래지역을 비롯해 전역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국립일제강제동원기념관 4층 상설전시실1의 강제징집 관련 전시물.
비단 만세운동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은 강점기 내내 일제 식민 지배에 신음하는 한편으로 치열하게 항거했다. 부산에는 만세운동 기념물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대상과 수탈·항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 많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평소 찾는 이가 드물어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박물관 전시관 기념비를 찾아 일제강점기를 기억하고 오늘을 바라보는 순례에 나서보자.

   
부산근대역사관 전경
부산에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대표적인 전시관이 2015년 개관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다. 남구 대연동 산자락에 있는 역사관은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역사관’을 목표로 한다. 일제강점기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강제동원 실태와 당시 시대 상황, 피해자 사례 등을 보여주는 곳으로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그 실상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으로 건립됐다.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인적으로, 물적으로 착취와 동원을 자행했다. 일제강점기 중 동원된 인력의 22%가 경상도 출신인 데다 부관페리 등의 출항지로 부산항이 강제동원의 출발지 역할을 한 역사성을 고려해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부산에 세워졌다.

   
백산기념관 내부 모습
상설전시실은 4층과 5층에 이어 있다. 먼저 4층에 내려 상설전시실1로 들어가면 기억의 터널을 지나 중일전쟁 발발 이듬해인 1938년 국가총동원법 시행으로 비롯된 ‘일제 강제동원의 시작’을 보여주는 전시물에 이어 총 782만여 명 규모인 조선인 강제동원의 실태에 이어 해방 후 귀환 과정이 담긴 전시물이 이어진다. 현재진행형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끝나지 않은 일제 강제동원’ 전시물을 지나면 4층과 5층 2개 층의 벽면에 만든 피해자·기증자 기념공간을 지나 5층의 상설전시실2로 올라간다. 이곳은 강제동원 과정과 조선인 노무자 숙소, 탄광, 중서부 태평양 전선, 일본군 위안소, 귀환 등을 보여주는 그림과 실물 모형, 영상물 등이 이어진다. ‘죽을지 살지 모르는 길을 떠나는데… 발길이 안 떨어져’라는 벽면의 문구가 아픔을 전해준다. 마지막으로 지나는 피해자 이름을 유리 벽에 새긴 시대의 거울은 역사를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동래고 교정의 항일운동기념탑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외에도 일제강점기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곳으로 중구 용두산공원 자락에 자리 잡은 부산근대역사관과 백산기념관, 서구의 부산광복기념관이 있다. 부산근대역사관은 건물 자체가 일제 수탈의 현장으로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수탈 기구인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이 자리 잡고 있던 이 건물은 부산시 지정 기념물이기도 하다. 1929년 건립된 건물인 부산근대역사관은 일제의 침략과 수탈로 기억되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보여준다. 해방 후 미군 숙소에 이어 미국문화원으로 쓰이다가 1999년 우리 정부에 반환됐고 2003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바뀐 파란만장한 역사를 안고 있다. 제1전시실은 부산의 근대 개항, 일제의 부산 수탈, 근대도시 부산, 제2전시실은 동양척식주식회사, 한미관계를 보여주는 전시물과 부산의 근대 거리로 구성됐다.

   
박차정 의사 생가
부산근대역사관에서 300여 m 떨어져 대청로 큰길에서 살짝 들어선 곳에 자리 잡은 백산기념관도 잊지 말고 찾아보자. 백산기념관은 백산상회를 운영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던 백산 안희제 선생을 기리고자 세웠다. 백산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단체에 자금을 지원했고 회사는 국내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활용했다. 기념관에는 백산 선생이 벌인 교육 운동과 비밀결사 단체 활동, 백산상회 운영, 언론 활동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백산 선생의 흉상을 보며 그의 정신을 되새겨 보자.

만세운동이나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물을 찾는 것도 의미 있다. 만세운동이 일어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인 동래에는 만세운동과 관련한 기념물이 많다. 동래읍성 정상부에 오르면 부산3·1독립운동기념탑과 만나게 된다. 1996년 3월 1일 건립된 21m 높이의 이 탑은 부산지역에서 들불같이 일어난 3·1운동을 기념하고 선조의 정신을 기억하고자 세웠다. 탑 내부의 조형탑과 벽면에 새긴 기념탑 건립 취지문, 부산 3·1 독립운동 약사, 기미독립선언서의 공약삼장도 꼼꼼하게 읽어보자.

   
부산3.1독립운동기념탑
만세운동이 벌어진 동래시장과 가까운 동래고등학교 교정에는 항일운동기념탑이 있다. 동래고 학생이 주축이 된 부산학생항일의거와 동래고보학생의거 등을 기념해 동래고 동창회가 세웠다. 동래고 교문을 나와 왼쪽의 골목 안에는 박차정 의사 생가가 있다. 의열단 등에서 활동한 두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독립운동에 투신한 박차정 의사는 중국으로 망명해 의열단 단장 김원봉과 결혼하며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섰는데 전투 중 입은 부상이 악화해 34세이던 1944년 중국에서 순국했다. 아담한 크기의 기와집에는 1995년 추서 받은 건국훈장 독립장과 국가보훈처의 2006년 5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기념 명판 등 박 의사의 업적과 일생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갖춰져 있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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