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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냄새와 꽃놀이 뭐가 더 좋은지 몰라…벚꽃 만발 ‘빵천동’

빵가게 23곳 옹기종기, 부산 남천동 빵집 거리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3-27 18:48:3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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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빵천동’으로
- 전국구 명소 떠올라

- 내공 있는 토박이 가게들
- 오랫동안 한 동네서 경쟁하다보니
- 재료도 종류도 맛도
- 개성 넘치는 ‘빵의 천국’

개성 넘치는 빵집이 20여 개나 몰려 ‘빵천동’이라는 애칭이 붙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수영구청이 지난해 집계한 남천동 빵집은 23개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도 4개 있지만 나머지는 오랜 시간 주민과 함께한 토박이 빵집이거나 차별화된 레시피로 무장한 새내기 빵집이다.
   
3월은 ‘빵천동’이 가장 빛나는 시기다. 남천동은 부산에서 손꼽히는 벚꽃놀이 명소다. 흐드러진 벚꽃을 감상하며 벚꽃 길 사이사이 흩어진 빵집을 ‘순례’하려면 오늘 바로 남천동으로 떠나자. 부산지역 벚꽃은 이번 주가 절정이다. 23개의 빵집 중 삼익비치아파트 앞 벚꽃 길과 가까운 빵집 다섯 군데를 소개한다.

■터줏대감 스위스제과

1983년 개업한 ‘스위스제과’는 남천동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비슷한 시기 장사하던 동네 빵집이 거의 다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빵집이 무섭게 확산한 36년 세월을 꿋꿋이 버텨냈다. 비결은 재료와 설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오상도(67) 대표는 “밀가루든 버터든 조금이라도 좋은 재료를 쓰고, 일찍이 거금을 들여 비싼 기계를 도입”한 것이 ‘롱 런’한 비결이라고 했다. 1980년대 후반 일본 후쿠오카의 유명 빵집에 견학갔을 때 본 독일제 오븐을 당시 수천만 원을 주고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제과의 바게트(3500원)는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기본’을 잘 구현하고 있다. 외국인 손님도 “우리나라 바게트보다 맛있다”며 즐겨 살 정도. 오래된 빵집답게 식빵과 생크림빵, 팥빵, 소보로 등 한국인이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빵이 인기 메뉴다.
   
■대통령 아침상 오른 순쌀빵

‘순쌀빵’은 빵을 만들 때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쌀가루만 사용한다. 소화가 잘돼 특히 어르신이나 아이,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쌀가루를 쓰면 밀가루를 쓸 때보다 빵이 잘 부풀지 않아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기 힘들다. 순쌀빵은 쌀빵 연구에 매진해 현재 160여 종이나 선보인다. 젊은 손님은 촉촉하고 달콤한 치즈쉬폰빵, 연령대가 높은 손님은 밀가루뿐만 아니라 우유 계란 설탕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무가당빵(3500~5500원)을 선호한다. 흑미 백미 현미 복분자 곡물 등 식빵 5종도 꾸준한 인기다.

순쌀빵은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셀러브리티가 좋아하는 빵집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부산에 묵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아침상에 밀가루빵 대신 올랐고 배우 장희진 씨가 ‘빵지순례’로 들른 모습이 TV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은수(51) 대표는 “배우 강소라 씨도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제과기능장 김영표과자점

‘김영표과자점’의 김영표(43) 대표는 제과·제빵에 관한 최상급 숙련자임을 보증하는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빵 3종은 꽈배기도너츠(2000원) 생크림빵 소보로. 기능장이 선보이는 빵으로는 ‘소박하다’고 생각한다면 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대부분 빵집이 취급하는 빵을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꽈배기도너츠는 쫄깃쫄깃하기보다 부드럽다. 김 대표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며칠 뒤에 먹어도 식감이 첫날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신경 쓴다”고 했다. 이는 김 대표의 노하우가 담긴 밀가루 배합률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식빵 속에 생크림을 넣은 생크림빵은 우유의 풍미가 진했지만 느끼하지 않아 여러 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소보로는 보통 소보로빵보다 크고 내부가 비어 있는데 안쪽에 버터가 발려 색다른 맛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다루기 힘든 동물성 생크림만 고집하는 것도 풍부한 맛을 내는 비결이다.

■집처럼 포근한 무띠

‘무띠(Mutti)’는 타르트 전문점이다. 직접 구운 쿠키와 건강에 좋은 호밀빵도 판다. 무띠 단골은 편안한 가게 분위기를 좋아한다. 서너 걸음에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큼 매장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집처럼 포근한 분위기를 내는 원천은 이경희(64) 대표다. 하얀 앞치마에 하얀 두건을 쓰고 해사한 미소로 고객을 맞는 이 대표를 만나면 마치 집에 온 듯 편안해진다.

남천동 주민인 이 대표는 5년 전 ‘무띠’ 원주인이 가게를 정리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순 나이에 무띠를 인수했다. 평소 단골이었던 무띠가 없어지는 게 아쉬워 직접 경영해보겠다는 용기를 냈다고 한다. 가정주부의 뒤늦은 도전에 친구와 이웃 응원이 뜨겁다. 이 대표는 엄마 마음으로 우리밀, 유기농 호밀, 유정란, 천연무염버터, 유기농설탕만 쓴다. 호두·생과일 타르트(6000, 7000원)는 커피와 기막힌 조합을 이루고, 수제 쿠키는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제빵사의 스승 시엘로

‘시엘로’는 모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에서 18년간 제빵사 교육을 담당한 김효근(52) 대표가 2016년 창업했다. 김 대표 또한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이다. 시엘로는 섬세한 공정을 거쳐 고급화와 차별화를 꾀한다. 팥빵에 들어가는 앙금은 경남 함양에서 직접 구매한 팥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한다. 호두는 수입 과정에서 남아 있을 불순물을 우려해 삶고 굽기를 두 번이나 반복한 다음, 설탕막을 얇게 입혀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재료로 쓴다. 팡도르는 72시간, 노아 크랜베리는 24시간 숙성시킨다.

대표 메뉴는 새우바게트(5000원)와 홍국빵이다. 새우바게트는 반죽에 건새우를 듬뿍 넣고 구워 겨자 소스와 양파로 속을 채웠다. 갓 구운 새우바게트의 진한 풍미를 꼭 느껴보길 바란다. 홍국(紅麴)은 누룩곰팡이로 발효시켜 만든 붉은 쌀이다. 시엘로는 밀가루 대신 홍국쌀로 반죽해 건강에 좋은 단팥빵, 시나몬크림치즈, 식빵, 베이글, 무가당빵을 판매한다.

[빵집 위치]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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