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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9> 융·복합적인 프랑스 마르세유 유럽지중해박물관

옛 성(城)과 유리건물의 절묘한 조화 … 랜드마크 문화콘텐츠 변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5 19:03:4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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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기 군사용 생장요새 축조
- 프랑스혁명 이후 감옥으로 사용
- 슬럼가 전락하자 도시재생 시작

- 그물 문양 가미한 유리 건축물
- 햇빛 들어오면서 아우라 연출

- 예루살렘 기원~佛혁명기로 구성
- 기독교·이슬람문명 유물 등 망라

- 갤러리와 통합 미술 전시회도

‘나가자 조국의 형제여!/영광스러운 날이 왔다/폭군에 결연히 맞서/피 묻은 전쟁의 깃발을 내려라!’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첫 대목. ‘마르세유의 노래’는 1792년 4월 당시 불렸다. 1795년에 처음으로 국가로 지정되었으며, 폭군 등 이름이 들어갔다가 일시 금지되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정신에 잘 부합되기에 국가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노래를 탄생시킨 도시가 바로 마르세유다. 그러한즉 마르세유에서 이 노래를 들어보면 각별한 생각이 든다.
프랑스 마르세유 유럽지중해박물관 외관. 이 박물관은 마르세유를 방어하던 옛 성을 리노베이션한 건물로, 고전적인 성벽에 현대적인 유리건축물을 덧붙였다. 특히 푸른 유리에 흰 그물 문양 입힌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르세유의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 일명 ‘뮤셈’이라고 부른다. 뮤셈은 그 성격, 건축, 디자인 등에서 아주 각별한 박물관이다. 지중해는 유럽인에게 각별한 공간이지만,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 사람들에게도 각별하다.

마르세유는 천혜의 항구다. 배가 들어오는 물목이 좁아서 성에서 방어하면 충분히 적을 물리칠 수 있고, 좁아서 성에서 방어하면 해안 감시도 가능하다. 지중해를 무대로 최초로 본격적 해상 활동을 전개하고 식민지를 만들어나간 사람들은 페니키아 그리스 사람들이다. 기원전 600년 그리스인이 개척한 마르세유는 로마인이 거쳐 갔고 그 밖에 많은 지중해 사람이 거쳐 간 항구다.

이곳 사람은 개방적이며 기개가 높아서 여느 프랑스의 내륙 사람과는 기질이 다르다. 마르세유는 당연히 유럽적이지만 적절하게 이슬람 문화의 영향력도 들어와 있다. 프랑스가 북아프리카를 식민화한 결과는 식민지 독립 후에도 남았다. 북아프리카인이 다수 항구로 몰려들었다. 마르세유 해변을 걷다보면 검은 피부의 프랑스인을 자주 만난다. 식민 모순과 제국주의, 빈부 차이 등이 이 항구도시 뒷골목에 박혀 있다. 지중해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압축판이 반영된 도시일 것이다. 독일 점령기에는 레지스탕스의 가열찬 투쟁이 전개되던 항구이기도 했다.

■독창적이고 품격 있는 건축물

중세 범선 모형과 마치 바다 속을 연상시키는 그물 문양.
마르세유는 프랑스 최대의 항구이기는 하지만 너무 쇠락했다. 화려했던 지중해시대를 마감하고 대서양시대에 주도권을 넘겨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에즈 운하가 개통하면서 마르세유는 다시금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도시 성장은 둔화되고 북아프리카 옛 식민지로부터 몰려든 이주민이 도시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시 곳곳이 슬럼가로 전락했다. 도시재생운동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침 2013년에 마르세유가 유럽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같은 해 6월에 문을 열었다.

마르세유의 랜드마크로 새롭게 떠오른 명소가 지중해문명박물관이다. 박물관은 마르세유를 방어하던 옛 성을 리노베이션했다. 건축이 뛰어나다. 고전적인 성벽에 덧붙여서 가장 현대적인 유리 건축물을 붙여놓았다. 생장 요새(Fort Saint Jean)는 17세기에 루이 15세가 군사용으로 축조하여 프랑스혁명 때까지 사용했다.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했다.

성을 그대로 둔 채 거대한 유리 건물을 접목시키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아 동선의 편리성을 얻으면서 뛰어난 경관을 창출했다. 관람객은 전통과 모던의 가볍지 않은 충돌 속에서 미학적 성취감을 만끽하면서 박물관과 성채 관람을 마치며 걸어서 생장 포트로 이동한다. 박물관과 포트는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로, 마르세유 관광의 핵심 동선이다.

설계자는 프랑스 건축가 뤼디 리시오티(Rudy Ricciotti). 그 자신이 여러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건축이 진행될 당시부터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독창적이고 감각적이며 품격 있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유리 건축의 핵심은 그물 문양이다. 푸른 유리에 흰 그물 문양이 단순 반복되고 있다. 그물 형태를 극대화시킨 디자인의 힘은 실로 대단한 감흥을 준다.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이 틈새를 통해 실내로 들어와 부서지는데 묘한 아우라를 창출한다. 건물의 외관에서부터 옥상 층 카페에 이르기까지 유리창 그물 문양은 바닷속을 연상시키듯 건축물을 뒤덮는다. 건축에서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시켜 주는 좋은 사례다.

■박물관과 갤러리의 통합

마르세유 유럽지중해박물관과 마르세유 항구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통해 연결돼 있어, 관람객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박물관 구성은 예루살렘의 역사적 기원으로부터 프랑스 혁명기의 마르세유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통시적 서술을 특징으로 한다. 소아시아에서 아프리카, 그리스, 에스파냐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에 연관된 많은 콘텐츠가 전시장에 올라 있다. 기독교·이집트·이슬람 문명 등이 모두 선보이고, 심지어 힌두 문명까지 전시된다. 유물, 오브제, 영상, 기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하여 마르세유가 단순한 바다의 도시가 아니라 지중해의 중요한 일원임을 강조한다. 이로써 프랑스의 해양력이 일국적인 것이 아니라 환지중해문명권을 포괄함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방 구획과 전시 동선 등이 유연한 방식으로 채택되었다. 그런데 뮤셈의 기본 성격은 박물관과 갤러리를 통합시킨 데 있다. 마침 뮤셈을 찾아갔을 때 피카소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뮤셈에서는 미술 전시회도 일상적으로 연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다. 고전적 고답적 박물관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뮤셈은 조금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뮤셈이 선택한 통합적·융합적 박물관 전략은 앞으로 박물관이 나아갈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더는 분리된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요즘 유럽에서 대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위층에 마련된 테라스로 올라가서 잠시 지중해 풍광을 즐기는 것도 매혹적이다. 멀리서 보면 스펀지 같다고 하는 테라스는 많은 이에게 인기가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마르세유는 뮤셈이 들어서고 난 다음과 이전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그만큼 도심에서 랜드마크적인 문화 인프라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랜드마크를 대체로 고층빌딩의 상업시설로 상징화하는 한국에서 문화 인프라를 통해 랜드마크가 가능함을 뮤셈은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항구도시 재생사업에서 해양문화 인프라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관람을 마친 관광객은 대체로 걸어서 인근 생장 포트로 이동한다. 포트는 예나 지금이라 마르세유의 중심이다. 항구를 구경하고 높은 산정의 로테르담 성당을 찾기도 한다. 성당의 중앙 천장에는 크리스털로 만든 배가 매달려 있다. 수호성인의 이름으로 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뜻이다. 성당에서는 항구 및 도시 전체가 조망된다. 오랜 항해에 지친 배들이 항구를 들어오면서 성당을 향해 신의 가호를 빌었던 풍경이다. 마르세유 항구가 지속되는 한 신의 가호도 계속될 것이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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