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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밥도둑 아니고요 레트로 푸드의 아이콘 '명란'

제3회 부산푸드필름페스타에서 만난 부산의 맛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6-26 18:50:1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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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명성 지역 명란 제조업체
- 덕화푸드가 선보인 명란요리들

- 짭조름한 반찬으로만 알았는데
- 핑거푸드·국수 등 다양한 활용

- 우리나라서 일본 건너갔는데
- 지금 제조법은 대개가 일본식

- 전통 제조법 복원·계승하겠다는
- 부산 명란장인의 근거있는 패기

‘제3회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중심에는 ‘명란’이 있었다. 개막작 ‘멘타이 삐리리’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명란젓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 상영 뒤 명란을 먹으며 명란과 관련된 풍부한 이야기를 나눈 ‘푸드테라스’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뉴레트로’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는 복고(레트로)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는 명란의 현재와 미래를 살폈다.
   
‘제3회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상영작 ‘멘타이 삐리리’의 소재인 명란젓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다. 사진은 감태를 감은 손두부 위에 명란을 얹은 음식.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제공
부산푸드필름페스타는 영화 속 음식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음식영화축제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개막작 ‘멘타이 삐리리’는 후쿠오카의 향토 음식인 ‘멘타이코(명란)’를 만든 한 남자의 실화를 담았다. 주인공 토시 유키는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살았던 일본인이다. 한국의 해방(일본의 패전) 후 일본 후쿠오카에 자리 잡은 그는 부산에서 먹은 명란젓을 못 잊어 후쿠오카에서 그 맛을 재현하려 애쓴다. 그에게 명란젓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맛이다. 멘타이는 ‘명태’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명란젓과 구포국수의 기막힌 ‘콜라보’.
지난 22일 오후 1시20분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9층 야외공간에서 열린 ‘푸드테라스’에서 유명 방송인인 박준우 셰프의 진행 아래 장종수 덕화푸드 대표가 ‘멘타이 삐리리’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덕화푸드는 1993년 창업한 부산의 대표적인 명란 제조 업체다.

장 대표는 “명란젓을 일본 전통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음식”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영화는 후쿠오카 하카다에 기반을 둔 일본의 대표적인 명란젓 제조업체 ‘후쿠야’의 창업주 가와하라 토시오의 창업 스토리를 모티브로 삼았다. 명란젓은 두 가지 제조 방법이 있다. 조선식 제법은 명란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살포하는 형태로 염도가 높아 젓갈에 가깝다. 후쿠야사가 개발한 ‘카라시 멘타이코(매운 명란)’ 제법은 소금을 줄이고 고춧가루, 가쓰오부시, 청주 등을 넣어 일본 사람 입맛에 맞게 개량했다”고 설명했다.

   
푸드테라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명란으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다.
장 대표는 “카라시 멘타이코 제법은 1960년대에 완성됐는데 1975년 후쿠오카까지 신칸센이 들어와 일본 전국으로 확산됐다. 일본의 명란 시장은 우리보다 10배 크다. 후쿠오카에 등록된 명란 회사가 200여 곳인데 비해 부산은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식 제법은 현재의 우리가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아는 명란젓은 카라시 멘타이코 제법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카라시 멘타이코 제법은 굽거나 찌는 등 다른 요리에 응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조선식 제법은 젓갈의 형태라 찌개나 국에 잘 어울릴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식 제법을 복원하고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흥미진진한 명란의 역사를 듣는 사이 첫 번째 명란 음식이 준비됐다. 감태로 싼 두부 위에 덕화푸드의 명란을 올린 음식이었다. 장 대표는 “참기름을 듬뿍 뿌려 먹어 보라”고 했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부산 중소 상공인의 역량이 결집돼 있었다. 두부는 초량시장의 손두부 전문점에서 가져왔고, 참기름은 부산의 향토 식품회사 제품이었다. 감태는 명인(名人)이 만들었다. 담백하고 고소한 두부와 염도를 4%까지 낮춰 많이 짜지 않은 명란, 진한 풍미의 참기름이 절묘하게 어울렸다.

   
매운 명란 두 종류와 아보카도, 무순, 김 부각.
두 번째 음식은 국수 위에 올린 명란이었다. 국수는 구포국수를 썼다. 그대로 비벼 먹거나, 육수를 넣어 국물을 즐겨도 됐다. 장 대표는 “명란이 맛있는 ‘소금’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육수를 부어 먹으면 녹차에 밥을 말아 명란 등과 함께 먹는 일본 오차즈케, 비빔국수처럼 먹으면 명란 파스타가 생각났다. 명란을 활용한 일본의 다양한 음식 못지 않게 한국 음식과 명란의 ‘콜라보레이션’이 기대됐다. 세 번째 음식으로 갓 지은 솥밥과 두 가지 종류의 명란, 아보카도, 무순, 김 부각이 나왔다. 따뜻한 밥에 매콤한 명란과 아보카도 무순을 함께 비벼먹거나 김 부각에 명란을 올려먹을 수 있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아보카도와 우리의 전통음식인 명란이 신기하게도 찰떡궁합이었다.

장 대표는 “부산은 조선식 명란의 기억과 일본 카라시 멘타이코 제법 기술을 모두 가진 한국 유일의 도시”라며 명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시민과 행정당국에 당부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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