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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서 즐기는 옥류관 냉면·대동강맥주…북한의 맛 고정관념 깨다

베트남 북한 식당을 가다

  • 박정민 기자
  •  |   입력 : 2019-07-17 18:45:1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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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젓갈 냄새 없는 평양통김치
- 독일 맥주 풍미 대동강맥주

- 어린이 손바닥 크기 김치만두
- 청포종합랭채·더덕차돌배기
- 한국 음식보다는 덜 자극적
- 함경북도 명태 쓴 조선동태찜
- 옥류관과 똑같다는 평양랭면
- 기대치와 달리 붉고 매운 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북한과 돈독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북한 사람이 북한 음식을 판매하는 ‘북한 식당’이 여럿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고객 중 북한 사람과 북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르는 한국인의 비중이 꽤 높다. 요즘처럼 남북, 북미 관계가 해빙할 때는 더욱 스스럼없이 방문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북한 특유의 노래와 춤 공연을 식당에서 작은 규모로나마 볼 수 있다는 점도 북한 식당을 찾는 큰 이유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있는 북한 식당 ‘고려식당’에서 맛 본 평양랭면.
이달 초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 베트남 전문가 교육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해 베트남에 엿새 동안 머물렀다. 연수가 끝날 무렵 예상치 못한 태풍이 상륙해 미리 계획한 일정 하나가 취소되고 말았다.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하노이 북한 식당을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하노이에 있는 북한 식당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한번 가보고 싶던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더덕차돌배기.
하노이에는 북한 식당이 두 개 있다. 이날 방문한 곳은 ‘고려식당’. 식당에 들어서자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 유니폼을 입은 젊은 북한 여성 종업원이 자리로 안내했다. 요리를 몇 가지 시키자 밑반찬이 나왔다. 한국 식당처럼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다. 깍두기, 두부전, 야채샐러드 세 가지다. 배추김치는 무료로 제공되지 않아 따로 주문했다. ‘평양통김치’라는 이름으로 한 접시에 9만5000베트남 동(약 4800원)이었다. 젓갈 냄새가 나지 않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반주로 시킨 맥주도 잔에 담겨 나왔다. ‘하노이맥주’냐 한국 맥주냐 일행 사이 의견이 분분하던 찰나 ‘대동강맥주’ 라벨이 붙은 맥주병이 등장했다. 북한 종업원이 ‘감히 어디다 갖다 대냐’는 표정으로 각 테이블에 대동강맥주병을 놓았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고 평가했다고 하는데 ‘맥알못’인 기자가 마셔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 판매량이 높은 맥주가 밍밍한 맛이라면 대동강맥주는 상대적으로 맛과 풍미가 진하다. 독일에서 들여온 설비를 사용해 독일 전통 맥주 맛에 가깝다는 말도 있고, 양강도에서 생산한 질 좋은 홉을 사용하고 맥아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청포종합랭채.
이어 맥주와 잘 어울리는 ‘김치왕만두찜’이 나왔다. 어린이 손바닥만 한 크기 김치만두 5개가 든 한 접시가 약 1만5000원(30만 동)이었다. 한국보다 더한 고물가에 만두는 한 사람에 한 개씩만 돌아갔다. 평양통김치로 속을 만든 듯 깔끔한 매운맛과 도톰하고 쫄깃한 만두피가 잘 어우러졌다.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청포종합랭채(20만 동)’와 ‘더덕차돌배기(35만 동)’ ‘조선동태찜(4만5000동)’도 맛봤다. 청포종합랭채는 잘게 썬 채소와 청포묵, 양념 고기, 달걀 지단, 김 등을 섞어 차갑게 먹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먹은 냉채보다 상대적으로 신맛이 약하고 삼삼했다. 신맛과 고기, 지단 등이 어울려 여름철에 잘 어울렸다. 더덕차돌배기는 간장 양념을 한 차돌배기구이와 고춧가루로 양념한 달짝지근한 더덕을 함께 먹는 요리였다. 접시가 금세 깨끗이 빌 정도로 남한 사람 입맛에 잘 맞았다.

   
조선동태찜.
조선동태찜은 청·홍고추와 잘게 썬 달걀 지단·파를 뿌린 ‘화려한 비주얼’로 등장했다. 명태는 한민족과 친근한 생선이다. 이름만 해도 동태 생태 황태 북어 먹태 짝태 코다리 노가리 등 다양하다. 그런 명태가 수온 상승으로 남한의 동해에서는 잡히지 않는다. “북조선에서 잡은 명태입니까. 남한에서는 명태가 이제 안 잡혀요.” “함경북도에서 잡은 명태입니다. 함경북도는 춥지 않숩니까.” 고슬고슬한 동태와 북한 특유의 맵지 않으면서 시원한 양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김치왕만두.
마지막 요리는 대망의 ‘평양랭면(18만 동)’. 평양 옥류관과 똑같은 냉면이라 해서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먹은 심심하지만 먹을수록 중독성 있는 육수의 평양냉면과는 좀 달랐다. 붉은 고추장 양념이 면 위에 꽤 올라가 육수가 매웠고, 면은 당면처럼 탱글탱글하고 다소 질겼다. 종업원의 시범대로 면에 식초를 듬뿍 치고 겨자 소스를 넣어 잘 섞었지만 ‘평양냉면’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기대에는 못 미쳤다. 반이나 남기고 말았다. 비록 평양냉면의 고수는 서울에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긴 했으나 북한 요리를 먹으러 북한에 가보고 싶다는, 통일을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긴 날이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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