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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부산국제영화제…어서와, 부산의 맛은 처음이지?

‘커뮤니티 비프’ 부산 음식문화 체험 프로그램 2선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10-09 18:49:07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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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일의 한중일 면 삼국지

- 서울 울산 등 전국서 모인 10명
-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셰프와
- 남포·초량 노포 다니며 맛 탐방
- 역사 곁들인 간짜장·만두 맛봐

# 맛있는 부산 이야기

- 정원 30명 넘어 50명 참가 열기
- 내호냉면·삼송초밥·씨드 등
- 부산 13개 업체 협업 메뉴 구성
- 지역 특색 살린 음식 호평 받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시민이 참여해 완성하는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이 함께 영화제를 만든다는 접근이 24회를 맞은 BIFF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대행사인 ‘박찬일의 한중일 면 삼국지’ 참가자들이 부산 중구 초량동 차이나타운의 노포 ‘신발원’에서 4종 만두와 콩국을 맛보고 있다. 커뮤니티 비프 제공
BIFF 조직위원회와 부산관광공사는 커뮤니티 비프 이벤트의 하나인 ‘살롱 드 비프’ 행사 중 부산의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7일 원도심 곳곳에서 열린 ‘박찬일의 한중일 면(麵) 삼국지’와 ‘맛있는 부산이야기’이다. 부산 시민보다 타지 관광객이 더 많았던 두 프로그램을 따라가봤다.

■신발원 만두와 꽈배기에 담긴 가치

   
요리사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셰프.
요리사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셰프가 진행하고 음식문헌연구자 고영 씨가 모더레이터를 맡은 ‘박찬일의 한중일 면(麵) 삼국지’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정원 10명이 마감됐다. 서울, 울산,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참가자들은 낮 12시부터 약 5시간 동안 박찬일 셰프와 원도심 곳곳을 누볐다.

먼저 동구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한 시간 동안 한중일을 관통하는 면(麵)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박 셰프는 “국수는 한나라 이후 한국, 일본으로 전해졌다. 한중일 역사를 국수로도 쓸 수 있다”며 면으로 엮인 삼국의 관계를 풀어냈다.

   
옥생관의 간짜장과 탕수육. 박정민 기자·커뮤니티 비프 제공
강의 직후 박물관과 도보 5분 거리인 부평동 ‘옥생관’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옥생관은 6·25전쟁 시기인 1951년 개업한 노포다. 이날 메뉴는 간짜장과 탕수육. 식사하면서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박 셰프는 “간짜장은 짜장면 소스와 달리 전분을 넣지 않고 마르게 볶은 음식이다. ‘간’ 자는 마르게 볶았다는 뜻으로 깐풍기의 ‘깐’과 같은 글자를 쓴다”고 했다. “여름에도 찬물을 마시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짜장면은 여름 별미였다. 그래서 짜장면 위에 여름에 많이 나는 오이가 올라간 것”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 셰프는 옥생관의 탕수육이 “부산에서는 3대, 서울에 오면 1대 탕수육이 될 정도로 맛있다”고 평가했다. 하나하나 튀김 옷을 입혀 먹기 직전 튀겨야 하는 탕수육은 손이 많이 가지만 가격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기술자가 점차 사라져 옛맛을 잃은 중국집이 많다는 것이다. 부산은 오랜 단골이 많아 ‘보수적’으로 운영되기에 아직 맛있는 탕수육을 내는 중국집이 남았다고 박 셰프는 분석했다.

   
삼송초밥의 100겹 계란말이와 후토마키.
일행은 초량동 차이나타운에 있는 ‘신발원’으로 이동했다. 신발원은 1951년 개업한 노포로 만두와 콩국, 중국식 과자와 빵을 판매한다. 신발원에선 콩국과 만두 4종을 먹었다.

따뜻한 콩국과 튀긴 빵은 가볍지만 든든한 한 끼로 중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만두는 고기만두(샤오룽바오), 새우교자, 군만두, 찐교자가 나왔다. “샤오롱바오는 만두피를 발효해 쫄깃하지만 교자피는 발효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미리 들었기에 참가자들은 미세한 차이를 느껴봤다.

박 셰프는 “초량동 차이나타운에서 옛날 화교가 옛 방식으로 만두를 만드는 집은 신발원밖에 없다. 나머지 중식당은 대부분 1970년 이후 유입됐다. 신발원이 만든 꽈배기, 공갈빵, 계란빵, 팥빵은 사실 특출난 맛이 아니다. 옛날엔 버터와 우유가 비싸 많이 넣지 못했는데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전통 방식을 지키는 주인의 자세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산 13개 업체가 만든 저녁상

   
내호냉면의 밀면.
7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은 ‘부산 음식 시시콜콜 방담’이라는 부제로 ‘맛있는 부산 이야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당초 선착순 30명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현장 참가자까지 약 50명이 신청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행사는 1958년 설립된 자갈치시장 수협 건어물 위판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B.4291’에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부산과 부산 인근 13개 식품 관련 업체가 협업해 만든 저녁을 먹으며 박찬일 셰프와 고영 연구자, 오창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부산에서 미술·도시·해양문화를 연구하는 김만석 연구자, 장종수 덕화푸드 대표가 나누는 부산 음식에 대한 방담을 들었다.

참가 업체 중 ‘씨드(SEA.D)’는 기장 미역·다시마를 가공하는 식품회사다. 박혜라 대표는 1963년부터 기장에서 어업과 미역 양식을 한 조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승인식품’은 1983년 만물상회를 시작으로 2대째 참기름·들기름을 만드는 업체다. ‘고기형’은 최고급 숙성 소고기 전문점이다. ‘덕화푸드’는 수산 제조 분야 유일 대한민국 명장이 설립한 명란 제조 업체다. 2대째 명란만을 만들고 있다.

‘소미노’는 콩을 발효해 생성된 유산균과 아미노산을 기반으로 음료 등을 만드는 20년 전통의 유산균 발효 전문 기업이다. ‘이로움’은 경북 청도 기반 식재료 브랜드로 원자재를 깐깐하게 선별해 청결한 환경에서 제조한다.

‘내호냉면’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밀면식당으로 4대가 100년째 가업을 잇고 있다. ‘삼송초밥’은 50년 전통의 초밥집으로 3대째 한자리에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모모스 커피’는 2019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1위를 차지한 전주연 바리스타가 있는 부산 대표 커피숍이다. ‘메르씨엘’은 달맞이고개에 있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초량동 ‘초량 845’ 식당을 운영하는 스몰 다이닝 업체 ‘소반봄’은 각 업체의 재료를 활용해 이날 저녁 메뉴를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소미노의 발효음료인 콩부차를 마시며 내호냉면을 전채 요리로 즐겼다. 본식으로 씨드의 기장미역을 승인식품의 들기름에 볶은 후 크림에 졸인 수프와 고기형의 숙성 안심으로 구운 스테이크, 으깬 아보카도와 덕화푸드 명란을 섞어 가지 속에 넣고 승인식품 참기름에 튀긴 튀김이 나왔다. 산딸기와 오디로 만든 소스와 부산 사람이 좋아하는 산초가 스테이크 맛을 돋웠다.

울산에 양조장이 있는 복순도가의 막걸리를 마시는 사이 삼송초밥이 준비한 후토마키(김초밥)가 제공됐다. 후토마키 안에 들어간 100겹 계란말이는 이제 일본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전통 일식이다.

후식은 이로움의 복숭아 조림과 메르씨엘이 준비한 프랑스 디저트였다. 모모스커피 전주연 바리스타가 귀한 파나마산 ‘게이샤’ 원두로 직접 커피를 내려줬다. 도약을 꿈꾸는 지역 식품 업체들의 역량과 열정이 빛나는 시간이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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