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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은 샐러드 뿐? 편견 깨는 다채롭고도 우아한 한끼

부산 비건식당 핫스폿 1탄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10-30 19:22:1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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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은 고기와 생선을 비롯해 우유, 계란 등 동물성 식재료를 먹지 않는 식생활이나 그런 식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자연을 생각한 윤리 소비나 건강을 위해 비건이 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엄격하게 비건 식생활을 지키는 사람도 있지만, 채식을 지향하거나 가끔이라도 비건 식사로 건강을 돌보려는 사람이 많아 유통가에선 소비 트렌드로도 주목한다.

서울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부산에도 비건 식당·카페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지난 8월 27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는 부산 수영구·해운대구에 있는 비건 식당·카페·베이커리·서점이 연합해 ‘비건 로드’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6개 가게를 다 돌고 스탬프를 찍어 오면 친환경 대나무 칫솔을 선물로 줬다. 지난달 29일에는 행사 종료를 기념해 모든 업체가 모여 비건 음식과 책, 굿즈를 판매했다. 비거니즘과 동물을 해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배울 수 있는 드문 자리였다.

6개 업체 중 ‘책방 비비드(수영구 수영동)’는 비건·페미니즘·퀴어 관련 책이 있는 작은 책방이고, 책방 바로 옆에 자리한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과 ‘매초롬(광안동)’은 비건 베이커리다. ‘홈(해운대구 중동)’ ‘팜트리(해운대구 송정동)’ ‘한민이의 마크로비오틱(수영구 광안동)’은 비건 카페이면서 각각 특색 있는 음식이나 디저트를 판매한다. 비건 로드 행사를 기획한 임은주(책방 비비드 대표)작가는 “이미 외국인이나 타지 여행자 사이에서 비건이 부산에 왔을 때 갈 수 있는 식당·카페로 알려진 업체들이다. 이 현상을 바탕으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미 본지에 소개된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과 서점인 책방 비비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업체를 2회에 나눠 소개한다.
주키니호박을 면처럼 뽑아 쓴 ‘비빔 주들’과 아보카도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아보카도 커피’.
◇ ‘팜트리(Palmtree)’…휴양지 같은 카페서 마시는 아보카도 커피

송정해수욕장에서 약 1㎞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동남아시아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카페가 있다. 하얀색 페인트를 칠한 외관 앞에는 남국을 연상시키는 화초가 무성하고 한쪽에는 서프보드가 세워져 있다. 카페 안도 나무와 라탄 조명, 라탄 소품으로 장식해 도심 속 작은 휴양지 같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팜트리’.
이곳은 비건 카페 ‘팜트리(Palmtree)’다. 비건인 이대현 씨와 채식을 즐겨 먹는 정문숙 씨 부부가 지난해 7월 개업했다. 팜트리의 모든 메뉴는 비건식이다. 우유, 계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재료만 쓴다. 음료로는 우유가 들어가는 카페 라테 대신 두유를 사용하는 ‘소이 라테’를 판매한다. 아메리카노, 당근주스, 에이드도 있다. 간단한 식사류도 판다. 비빔 주들, 쯔유 유부 주들, 비건 버터를 바른 베이글, 비건 치즈를 올린 베이글 등이 있다.

음료 중에는 ‘아보카도 커피(9000원)’가 대표 메뉴다. 생아보카도 한 개를 다 갈아서 코코넛밀크와 더치커피를 첨가해 만든 이색 커피다. 향이 살아 있는 싱싱한 아보카도, 부드러운 코코넛밀크, 진한 더치커피가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맛을 낸다. 잘 숙성된 아보카도가 동나 일부러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내는 날이 있을 정도로 인기 메뉴다.

주키니호박으로 만든 ‘비빔 주들(9000원)’은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다. 주키니호박은 애호박보다 조금 크고 통통한 호박. 주키니호박을 면처럼 가늘게 뽑아 밀가루면 대용으로 사용하는 요리법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팜트리의 비빔 주들도 주키니 누들을 밀가루면 대신 썼다. 주키니 누들과 함께 오븐에 구운 버섯, 유부, 매실 진액으로 맛을 낸 새콤달콤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다. 비건 버터로 구운 베이글과 단팥이 함께 나와 매운맛을 중화해준다.

정 대표는 “비빔 주들은 열무 비빔국수 같다고 남녀노소 다 좋아하신다”며 “비건이 아닌 일반인도 거부감 없이 찾을 수 있는 밝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월, 화 휴무. (051)704-1409


◇ ‘홈(Home)’…버섯강정·야채타코에 비건맥주 ‘환상조합’

비건 맥주와 잘 어울리는 ‘호세 타코(앞)’와 치킨 탕수육 맛이 나는 버섯 강정 ‘쿵푸보이’.
부산 해운대구청 정문 가까이 있는 ‘홈(Home)’은 비건 펍, 레스토랑, 카페다. 그림을 보고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공간을 빌려 워크숍이나 강연회를 열 수도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주택 1층을 개조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홈은 김선희, 김상구 남매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건이 된 두 사람은 기존과는 다른 비건 식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김상구 대표는 “우리나라에 채식 식당은 대개 식사 메뉴만 있다 보니 오후 8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분위기는 너무 고요하다. 낮엔 비건식 식사나 커피를 즐기고 밤엔 비건식 술과 여가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홈의 대표적인 메인 메뉴는 ‘쿵푸보이(1만3000원)’와 ‘호세 타코(1만4000원)’이다. 쿵푸보이는 중국요리풍 버섯 강정이다. 버섯 튀김에 간장 소스를 입혔다. 치킨 탕수육의 비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은 치킨인 줄 알 정도다.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이며 밥과 함께 먹으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 ‘채식은 맛이 없다’라는 편견이 보기 좋게 깨진다.

해운대구 중동 ‘홈’.
호세 타코는 토르티야에 홈만의 속 재료를 첨가한 타코이다. 속 재료로 양배추 양파 루꼴라 고수 토마토 복숭아 견과류 등을 사용하는데 계절마다 재료에 변화를 준다. 재료의 맛을 한층 향상하는 소스는 직접 만든 칠리소스, 캐슈너트로 만든 마요네즈 등을 사용한다. 시중에 파는 소스는 동물성 재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제품이 많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간단해 보이는 메뉴도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간다.

비건 와인과 비건 맥주도 있다. 와인은 포도, 맥주는 보리로 만들어 모두 비건식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정제 과정에서 달걀 추출물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건들은 정제 과정에서도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와인과 맥주를 찾아 마신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종류가 많지 않지만 홈에서는 비건 와인 15종, 비건 맥주 20종을 경험할 수 있다. 월, 화 휴무. 010-3945-9269

글·사진=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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