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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타 셰프 보러 갔다가…건조 숙성육 맛에 반하고 옵니다

해운대구 ‘친밀(親Meal)’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19-11-13 18:51:5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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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쿡방으로 유명한 오세득 셰프
- 최근 부산에 레스토랑 차려

- 고기 고유의 맛 선보이기 위해
- 육우 60일 이상 건조시켜 숙성
- 화덕에서 불향 입혀 구우면
- 소금만 찍어도 맛있는 스테이크

- “이름 보고 찾아오는 곳 아니라
- 음식 즐기러 오는 공간 됐으면”

오세득 셰프가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레스토랑 ‘친밀’을 열었다. 오 셰프는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이름을 알린 스타 셰프다. 그가 부산에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소식에 시민 관심도 뜨겁다.
숙성 육우 L본. 친밀 제공
오 셰프는 재작년부터 틈틈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했다. 친밀은 친할 친(親)과 식사를 뜻하는 영어 Meal의 합성어이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친밀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친한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곳이 됐으면 한다.” 오 셰프가 내세우는 친밀만의 요리 철학이다. 이에 맞춰 음식도 큰 판에 담아낸다고. 그는 “우리가 식사할 때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보다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음식 이름 앞에 다국적이나 퓨전 등을 붙이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지역과 재료가 다를 뿐, 좋아하는 음식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레스토랑의 성격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레스토랑 ‘친밀’의 오세득 셰프가 드라이에이징(건조 숙성)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친밀은 숙성 육우 L본, 한우 꽃등심, 리조또와 파스타 등을 메뉴로 다룬다. 매장 안에는 오픈 키친이 마련돼 요리가 준비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한쪽에 놓인 커다란 화덕이 먼저 눈에 띄었다. 이곳 메뉴에 피자는 없는데, 피자를 만드는 곳에서 주로 보던 화덕이 보여 의아했다. 친밀에서는 스테이크를 가스레인지 불이 아닌 화덕에서 굽는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오 셰프는 “원래 고기가 가진 맛을 선보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친밀에서 조리되는 모든 고기는 60~80일 드라이에이징(건조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해야 두툼한 고기를 구워도 식감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고, 고기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하얀 마블링이 눈꽃처럼 뒤덮인’ 고기는 쓰지 않는다. 지방이 많으면 굽고 조리되는 과정에서 지방이 녹아버려 고기 맛은 오히려 싱거워지기 때문이다. 오 셰프는 “마블링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고기라고 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고기 등급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 것처럼 여겨져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먹는다면 미디엄 이상으로 드시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기름의 느끼한 맛이 고기에 배어 쉽게 물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늘 새우 오징어흰창 가리비 파스타. 친밀 제공
건조 숙성된 생고기를 손으로 눌러봤다. 수분이 날아가 쫀쫀한 햄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또 일반 생고기에서 나는 독특한 비린내 대신 습한 발효 향이 났다. 이 발효 향이 고기에 배어 맛있는 육향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일이 최소 50일이라고 한다. 화덕에 오르기까지 고기는 몇 번 살을 깎는 과정을 거친다.

고기 1㎏을 건조 숙성한다고 치자. 수분이 날아가며 부피는 30% 정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단백질인 고기를 숙성하면 발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곰팡이가 핀다. 이는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증거다. 겉에 생긴 곰팡이를 잘라내면 부피는 20% 더 줄어든다. 1㎏이었던 고기가 500g이 되는 것이다. 오 셰프의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고기의 건조 숙성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숙성 과정에서 온도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고기가 망가진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통풍 등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어떤 기술로 맛을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그 맛, 육즙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건조 숙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밀’에서는 고기를 화덕에서 구워 맛을 살린다. 김성효 전문기자
고기와 불이 만나는 가장 설레는 시간이 찾아왔다. 화덕에 들어간 고기는 활활 타오르는 불속에서 불향과 불 맛이 추가돼 고소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오 셰프가 고기의 겉에 탄 부분을 제거하고 소금만 뿌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 위에 담았다. 얼핏 보기에도 엄지손가락보다 두툼한 두께의 고기가 포크만으로도 쉽게 잘라질 만큼 부드러움을 자랑했다. 특이한 것은 미디엄레어로 구웠는데도 칼로 썬 자리에 핏물이 고이지 않았다. 건조 숙성의 효과다.

오 셰프의 추천대로, 평소라면 3등분 정도로 잘라먹었을 고기를 썰지 않고 그대로 한 입에 다 넣었다. 고소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도 대만족. 건조 숙성으로 필요 없는 수분은 모두 날아가고 먹기 좋은 부드러운 상태에서 조리된 덕이다. 오 셰프는 “건조 숙성한 고기는 부드러워 소화가 잘되고 속 부대낌도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친밀에서는 고기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다른 소스는 뿌리지 않는다. 따로 그릇에 소스를 담아 원하는 경우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오 셰프는 “소고기를 먹을 때는 소금 후추 참기름 정도만 곁들여도 충분하다”며 “그런데 언제부턴가 각종 나물과 소스 등 고명이 많아졌다. 어떨 땐 소스의 맛으로 고기를 먹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친밀에 가면 오세득 셰프를 볼 수 있는가”일 것이다. 친밀에 걸려오는 전화도 오 셰프가 지금 있는지를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스케줄로 자리를 비우지 않는 한 그는 친밀의 요리를 만드는 오너 셰프다. 자리를 비우더라도 고기 상태와 발주 항목, 매장 운영 상황 등을 매일 직원들과 점검하고 피드백하며 신경을 기울인다. 오 셰프는 “이름을 보고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음식 맛을 보고 찾아오는 친밀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051)702-6226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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