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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치맥 밖에 모르는 당신, 수제맥주와 요리를 페어링(pairing) 해드릴게요

유례없는 수제맥주 전성시대,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하는 ‘페어링’ 행사도 많이 개최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19-11-13 18:52:1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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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유명 맥주 양조장
- ‘와일드웨이브’의 수제맥주와
- 레스토랑 ‘파인그로브’ 요리를
- 짝 맞춰 선보인 페어링 이벤트

- 사우어 맥주엔 크랩 샐러드
- 흑맥주엔 달콤쌉쌀 브라우니
-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 코스요리에 곁들인 수제맥주
- 고급스러운 미식의 세계로

맥주 하면 감자튀김이나 ‘치맥(치킨과 맥주)’만 떠올리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좋아하는 음식과 곁들여 근사한 한 끼로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수제맥주는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여러 음식과 페어링(pairing)하는 재미를 선사해 관련 행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제맥주 양조장 ‘와일드웨이브’가 레스토랑 ‘파인 그로브’와 함께 맥주 페어링 행사를 열었다. 김명진 와일드웨이브 콘텐츠 마케터 제공
지난 9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있는 레스토랑 ‘파인 그로브’에서는 국내 최초 사우어 와일드 맥주 양조장인 ‘와일드웨이브’가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선보이는 맥주 페어링 행사를 열었다.

동해선 일광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기장 동백항이 내다보이는 바닷가 앞에 동화에서 본 듯한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정통 영국식 건물을 모티브로 한 파인 그로브이다. 유상혁 셰프가 양식은 비싸고 접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5개월 전 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평소 수제맥주를 즐겨 마신다는 부산 ‘맥덕’이 모였다. 참가자 조예슬 씨는 “평소 맥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페어링 행사에 와본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고 함께 온 박수정 씨 역시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함께 먹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하다”며 설레는 모습이었다. 행사를 담당한 와일드웨이브 브랜드 앰버서더 이준표 팀장은 “좋은 맥주와 좋은 음식을 함께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며 “기가 막힌 조합으로 준비했으니 즐겨주시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참가자들이 행사를 즐기는 모습.
행사는 다섯 가지 음식에 각각 어울리는 다섯 가지 맥주를 직접 즐기며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테이블에 음식과 맥주의 정보가 적힌 종이가 있었지만, 맥주 이름은 포스트잇으로 가려져 볼 수 없었다. 음식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페어링 된 맥주를 맞혀보는 퀴즈였다. 참가자들에게는 그동안 쌓은 수제맥주 ‘덕력’을 시험해볼 기회였다.

참가자들 간 자기소개와 대화가 오가는 동안 첫 번째 음식과 맥주가 나왔다. 본 식사 전에 에피타이저보다 먼저 제공되는 한 입 거리 음식인 ‘아뮤즈 부쉬’다. 이날 아뮤즈 부쉬는 염소치즈를 넣은 크림과 적양파 잼이 올려진 ‘미니 세이버리 스콘’이었다. 여기에 매칭된 맥주는 레드 와인 빛을 띤 ‘세종 루즈’. 수제맥주 마니아답게 참가자들이 답을 단번에 맞췄다. ‘세종’은 벨기에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때 막걸리처럼 마시던 맥주로, ‘세종 루즈’는 세종에 베리류와 브렛 효모를 넣은 뒤 한 달간 숙성을 거쳐 만들어졌다. ‘세종 루즈’의 상큼달콤한 신맛이 달콤한 적양파 잼, 살짝 짭짤하게 만들어진 스콘과 어우러져 가볍고 훌륭한 ‘신단짠’ 조합을 완성시켰다.

미각을 깨운 참가자들이 다음으로 만난 에피타이저는 고수가 곁들여진 크랩 샐러드. 크랩 샐러드와 페어링된 맥주는 와일드웨이브의 대표 사우어 맥주인 ‘설레임’이었다.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조합이다. 참가자들은 향긋한 고수가 들어간 크랩 샐러드와 과실 향이 나는 ‘설레임’의 조합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박 씨는 “평소 고수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는데 게살과 사우어 맥주를 함께 먹으니 정말 매력적인 새콤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탄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고수의 맛이 수제맥주 페어링으로 재발견된 순간이었다.

세 번째 페어링은 맥주와 검증된 ‘꿀조합’인 피자였다. 마르게리타 피자와 꿀 향과 빵 맛이 나는 쾰시 맥주인 ‘서핑하이’가 함께 나왔다. 마르게리타 피자에는 한입에 먹기 좋도록 얇은 페이스트리(pastry) 도우가 사용됐고, 식감을 살리기 위해 살라미와 바질을 얹었다. 작은 바나나에 가까운 크기를 자랑하는 감자튀김도 넉넉히 준비됐다. ‘서핑하이’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향도 진하지 않아 피자와 함께 먹기에 부담없는 조합이었다. 이 팀장은 “쾰시 맥주는 맛이 부드러워 어떤 음식과 곁들여도 맛을 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슬슬 배가 불러오는 참가자들 앞으로 이날의 메인 메뉴인 ‘오리 다리 콩피’가 놓여졌다. 허브 솔트로 염질해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된 오리 다리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오리고기 특유의 짭조름함에 달콤한 무화과와 12년 숙성된 발사믹 식초가 더해져 맛의 깊이를 더했다. 짭조름한 오리 다리와 페어링된 맥주는 ‘선셋 페일에일’이었다. 페일에일의 쌉쌀한 맛은 고기류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참가자들은 “배부르다”는 말을 연발하면서도 포크와 나이프를 놓지 않았다.

만찬을 즐긴 참가자들에게 이 팀장은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짙은 갈색의 초코 브라우니와 함께 검은색의 맥주가 테이블에 올려졌다. 와일드웨이브가 만든 흑맥주인 ‘레일로드 포터’였다. 초콜릿과 커피 향이 특징인 ‘포터’는 흑맥주 종류 중 하나로,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브라우니와 흑맥주는 각각 익숙한 맛이었지만 함께 먹는 건 조금 생소했다. 브라우니를 한 입 먹고 포터를 한 모금 마시자 진한 초콜릿 맛이 입안에 넘실거렸다. 상상 이상의 시너지였다. “달콤한 맛이 제대로 증폭되는 걸 느꼈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유 셰프는 “스테이크 같은 고기 요리는 페일에일이나 포터 같은 강한 맛의 맥주와 어울리고, 해산물 요리는 세종이나 라거 등 가벼운 맥주와 마시기 좋다”고 조언하면서도 “정답은 없다. 개인 기호에 따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와일드웨이브는 매월 주기적으로 맥주와 어울리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음식업체와만 협업하는 것은 아니다. 공유오피스에서 맥주 클래스 개최, 캠핑하며 함께 맥주 만들기 등 맥주와 즐길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행사를 기획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재미’라고 밝힌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자신만의 재미있는 맥주 조합을 만들어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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