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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고추장 두 종류의 ‘찐 돼지갈비’…46년 온천장을 지키다

부산 산성숯불갈비냉면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3-24 19:35:1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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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부위 고기 덧붙이지 않고
- 갈빗살만 엄선해 재우고 숙성
- 육질 부드럽고 감칠맛 뛰어나
- 쌈채소도 사장님이 직접 키워
- 암소갈비·흑돼지도 인기 메뉴

돼지갈비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날 가족과 즐기는 외식 대명사였다. 아빠와 엄마가 부지런히 숯불에 돼지갈비를 구우면 아이들은 서툰 젓가락질로 고기를 집어 먹고 손으로는 갈비뼈를 뜯었다. 양념에 재워 맛있는 돼지갈비가 눈앞에서 익고 있으면 꽃등심 마블링이니, 2++ 이상 최고급 한우니 마니 하는 사치는 개입할 틈도 없었다.
   
산성숯불갈비의 간장양념돼지갈비(왼쪽)와 고추장양념갈비. 고기를 양념에 재워 최소 하루 이상 숙성한 돼지갈비는 양념이 숯불에 빨리 타기 때문에 자주 뒤집어 익혀야 한다.
외식문화가 발달하며 예전처럼 돼지갈비를 즐기는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원조 소울푸드로서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동래구 온천장에 있는 산성숯불갈비냉면(이하 산성)을 찾으면 그 시절 맛과 추억을 동시에 소환하는 정통 돼지갈비를 즐길 수 있다.

■‘진짜’ 고기로 최적 식감 만끽

고기 좀 씹어본 사람은 갈비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한다. 삼겹살이 대중화되며 갈비 부위 양이 줄어들자 생겨난 일종의 꼼수인데, 갈빗대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돼지다리 등의 부위를 식용접착제로 붙여 만든 ‘가짜 갈비’가 나타난 것이다. 2005년 대법원이 ‘살점이 붙어 있는 갈비뼈에 다른 부위의 살코기를 붙여 만들었다면 갈비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내며 사실상 ‘가짜’는 없는 셈이 됐지만 상술과 알 권리 사이에서 논란은 여전하다.

산성에서 나오는 모든 고기는 ‘진짜’라 더 믿음직스럽다. 산성 정관호 대표의 높은 안목도 힘을 보탠다. 그는 “고기 부위나 품질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알아차리고 조처한다. 엄선한 양질의 고기만 다룬다는 건 오랜 단골들이 인정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산성은 1975년부터 46년째 온천장 골목을 지키고 있다. 정 대표는 “장사 시작 초창기만 하더라도 고추장양념갈비가 인기 많았지만, 요즘에는 간장양념갈비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고추장양념갈비는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이 매콤하면서도 달큰한 맛을 더해주고, 간장양념은 짭조름한 감칠맛이 돼지갈비 육질과 어우러져 최적의 맛을 낸다.

정 대표는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땐 날이 따뜻한 여름철에는 하루, 겨울철에는 하루 이상 숙성해 숯불 위에 올린다”고 덧붙였다.

돼지갈비는 다른 소고기나 삼겹살과 달리 자주 뒤집어 고기를 익혀야 한다. 양념이 빨리 타기 때문이다. 특히 간장양념보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고추장양념갈비가 더 잘 타므로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

잘게 칼집을 내 숙성을 거쳐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암소갈비와 지리산 흑돼지를 쓴 생흑삼겹살도 이곳 인기 메뉴다. 산성은 또 항정살 오도독뼈(오돌뼈) 갈매기살 등 다양한 특수부위도 다뤄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킨다.

■직접 키운 채소로 더 믿음직

정 대표가 처음 산성을 오픈했을 당시 산성이 자리 잡은 골목에만 열댓 곳의 갈빗집이 성업 중이었다. 돼지갈비가 인기를 끌고 온천장 일대 갈비골목이 이름을 날린 한창때는 한 골목에만 갈빗집이 30곳이 넘을 정도였다. 이후 여러 차례 외식 트렌드가 바뀌고 시대 흐름에 밀려 주위 돼지갈빗집은 점차 모습을 감췄다. 지금 온천장 인근에 남은 갈빗집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산성은 외식 문화 흐름에 맞춰 메뉴와 운영에 조금씩 변화를 줬다. 1989년 정 대표는 일본으로 ‘요식업 연수’를 떠나기도 했다. 일본의 야키니쿠(일본식 불고기) 문화를 눈으로 보고 가게 운영에 전반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가장 인상 깊은 건 가게 규모였다. 그는 “당시 테이블 몇 개 수준이던 소규모 한국 갈빗집과 달리 일본은 한눈에 봐도 크고 으리으리한 외관으로 손님을 끌어모았다. 가족 단위 고객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운영하던 가게의 면적을 3배 가까이 넓혔다. 단층의 널찍한 규모가 특징인 산성의 외관은 그때 완성됐다. 곧이어 우리나라도 가족 외식 문화가 정착해 시대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한 셈이 됐다.

산성에서 고기와 함께 곁들이는 채소 대부분은 ‘메이드 인 산성’이다. 정 대표는 기장 철마면에 있는 약 5289㎡(1600평) 규모의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산성에서 쓰는 채소를 조달한다. 배추도 6000포기 이상 재배하며 김치도 직접 담근다.

최근 위생 상태가 엉망인 채로 제조되는 중국산 김치의 민낯이 드러나며 식당 김치를 꺼리는 사람이 늘었는데, 산성에서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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