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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아 쫀득한 민어회, 장인 손 거치니 味친 한상

부산 거제동 호야스시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5-05 19:16:0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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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서 보기 드문 민어 전문점
- 박명호 대표 매주 횟감 가져와
- 2 ~ 3일 냉장 숙성 감칠맛 더해
- 뱃살·등살 등 다양한 부위 즐겨
- 직접 담근 양념장과 찰떡궁합

- 박 대표, 일식 조리기능장 시험
- 4번 탈락 끝 부산 첫 합격 명예
- 휴일엔 후배 만나 비법 전수도

호야스시(부산 연제구 거제동) 박명호 대표는 2019년 부산지역 최초로 일식 조리기능장이 됐다. 조리기능장은 조리기능사와 조리산업기사 등 요리와 관련된 국가기술자격증 중 가장 높은 단계다. 최종 합격률이 10%를 넘기 힘들 정도로 난도가 높아 일명 ‘요리 고시’로 불린다. 박 대표는 “새벽부터 가게를 운영하며 실습을 병행하고 밤에는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네 차례 탈락 후 얻은 결실이었다”며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처음 일식업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회상했다. 호야스시는 부산에서 찾기 힘든 민어회 전문점이다. 민어는 5월 중순부터 여름까지가 제철인데, 이때 잡히는 민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여름 보양식으로 통한다.
   
호야스시의 민어회 코스요리가 한 상 가득 올랐다. 민어의 다양한 부위는 물론 도다리쑥국, 동충하초 스시 등 제철 식자재로 만든 일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서정빈 기자
■감칠맛 살린 민어회·스시

어획량이 적은 민어는 잔칫상에만 올랐던 고급 어종이다. 회로 먹으면 차지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박 대표는 매주 새벽시장에 들러 가장 신선한 횟감을 가져와 2, 3일 냉장숙성해 감칠맛을 증폭시킨다. 숙성된 민어는 수분이 적당히 빠져 더 쫀득하고 부드러워진다. 민어의 뱃살 등살 갈빗살 가마살(턱살) 등 다양한 부위가 먹는 재미를 더한다. 호야스시에서 직접 담근 간장과 고추장을 베이스로 만든 양념장과도 잘 어울린다.

   
호야스시 박명호 대표는 2019년 부산에서 최초로 일식 조리기능장 자격을 취득했다.
횟감은 신선한 온도 유지가 관건이다. 특히 스시는 조리사의 손길이 많이 갈수록 맛과 신선도가 떨어진다. 박 대표는 ‘스시는 조리사의 에너지가 그대로 나타나는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샤리’(스시에 사용하는 밥)에 ‘네타’(밥에 올리는 재료)를 올리는 건 수많은 연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우선 샤리를 적당한 밀도로 뭉치는 것부터 난관이다. 너무 꽉 쥐면 밥알이 짓눌려 식감을 해친다. 반대로 너무 느슨하게 쥐면 밥알이 부서져 손이나 젓가락으로 집기 어렵다. 샤리와 네타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퍼지는 적당한 밀도를 맞춰야 한다. 네타의 맛을 해치지 않을 만큼 식초로 밑간한 샤리 맛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비율을 맞춘 혼합 식초로 밥에 간을 하고 먹기 알맞은 온도로 식힌다. 네타는 동충하초, 두릅, 키조개 등 신선한 제철 재료로 장식한다.

■강한 끌림 느낀 일식집 풍경

박 대표는 가정형편 탓에 중학생 때부터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요리를 좋아했던 그에게는 의미 있는 시기였다. 군 제대 후 자신만의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중식집에 취업했다. 1995년 일식집으로 배달하러 갔던 어느 날, 그의 운명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일식집에서 난생처음 본 스시와 회를 손질하는 조리사의 절제된 몸짓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박 대표는 그날 이후부터 일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입문 단계에서는 후배 사랑이 넘치는 스승을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밤낮없이 요리 연구에만 열성을 쏟아부었다. 2002년 4월 ‘진수사’를 개업하며 오랜 꿈을 이뤘다. 단골손님이 늘어나는 등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개업 3개월 만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쪽잠만 자며 24시간 가게 운영에만 매달리다 역효과가 난 것이다. 박 대표는 “슬럼프가 오자 늘 자신 있던 요리가 평범하게만 느껴졌고, 이 때문에 손님 얼굴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가게 운영에 집중할수록 슬럼프는 더욱 심해졌다.

늪에서 나온 건 단골손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박 대표는 “손님들의 응원이 큰 위로가 됐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온기는 박 대표의 지친 심신을 단번에 치유해줬다. 이때 맺은 단골들과의 인연은 2014년 7월 이전 개업한 ‘호야스시’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박 대표는 “요리와 고객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이 생겼다”며 고마워했다.

요즘 박 대표는 지역 최초 일식 조리기능장으로서 자신이 나눌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 일식을 배울 때 스승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그 역시 후배 돕기에 나섰다. 박 대표는 “일식 조리기능장 시험을 준비 중인 후배를 위해 휴일마다 만나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믿고 찾아오는 100년 가게가 되도록 한 단계씩 차분히 나아가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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