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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바위에 숨겨진 선조들의 ‘시그널’

울산 반구대암각화 기행- 수천년 전에도 여긴 고래의 고장이었네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1-10-27 19:30:09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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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 12월 문명대 교수팀 발견
- 너비 8m, 높이 5m 절벽 바위면에
- 고래잡이 그림 등 300점 남아있어
- 세계적 가치의 선사시대 유물 평가

- 반구대암각화 새겨진 대곡천 일대
- 문화해설사 설명 들으며 탐방 가능
- 50주년 기념 전시·학술행사도 다채

1970년 12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을 처음으로 발굴한 동국대 문명대 교수팀은 정확히 1년 뒤 같은 태화강 대곡천변에서 또 하나의 ‘대발견’에 이른다. 바로 약 7000~3500년 전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석기 유물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다. 천전리 각석을 조사하던 당시 현지 주민이 “저쪽에도 바위 그림이 있다”고 제보한 게 결정적이었다. 너비 8m, 높이 5m가량의 평평한 너른 절벽 바위면에 새겨진 고래 호랑이 멧돼지 사슴 토끼 등 300점에 달하는 각종 동물과 사람의 형상 그림, 이 선사시대 유물은 1971년 12월 25일 그렇게 수천 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평가받는 반구대암각화를 발굴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둘러봤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암각화 전경.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운영하는 대곡천 일대 답사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전망대 너머 하천변까지 내려가 가까이서 고래 멧돼지 호랑이 등이 새겨진 반구대암각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암각화 만나러 가는 길

반구대암각화를 가장 가까이서 확인하고자 한다면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운영하는 대곡천 일대 답사 프로그램 ‘흘리고, 홀리고, 살리고’를 신청하면 된다. 2월부터 11월까지 화~일요일 상시 운영되며 전화(052-229-4795)로 사전예약하거나 현장신청도 가능하다. 안전상 문제로 10세 미만 아동은 답사에 참여하지 못한다.

답사 프로그램은 암각화박물관에서 나와 반구대암각화까지 1.2㎞를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걸으며 대곡천 일대의 자연·문화유산을 70여 분간 탐방한다. 가는 길도 볼거리가 많아 거대한 야외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암각화박물관을 나와 걷다 보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반구대암각화, 왼쪽으로 틀면 천전리각석 방향이다. 이 지점에서 천전리각석을 지나 울산대곡박물관까지가 2.2㎞ 거리라 반구대암각화를 들른 뒤 대곡박물관까지 다녀와도 좋다. 특히 단풍철 이 트레킹 코스는 인기 절정이라 한다. “10월 말, 11월 초쯤 반구대암각화에서 천전리각석을 오가는 길의 단풍은 일품”이라고 김미장 울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귀띔한다.
반구대암각화 가는 길, 대곡천 반구대 일대 조망이 가능한 정자인 집청정.
반구대암각화 방향으로 직진하면 오른쪽에 보이는 바위산이 반구대(盤龜臺)다. 거북이 엎드린 형상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거북의 머리 모양 쪽엔 고려말 유학자 포은 정몽주, 회재 이언적, 한강 정구 3명의 학덕을 기리는 반고서원 유허비(울산시 유형문화재 제13호)가 있다. 인근 반구대 조망이 가능한 하천변엔 집청정(集淸亭)이 자리했다. ‘맑음을 모으는 정자’라는 뜻으로 조선 중후기 경주 최씨 최신기가 세웠다. ‘청류헌(聽流軒·물 흐르는 소리를 듣다)’ ‘대치루(對峙樓·서로 마주하다)’ 정자의 현판에서 지역 선비들의 소통 장소였음이 짐작 가능하다.

대곡천변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더 걷는다. 연로로 불리던 이 일대 길을 수리했다는 기록이 바위에 새겨진 연로개수기, 버드나무 오리나무가 우거진 채 사람 손길 없이 자연 그대로 유지되는 습지, 청량한 대나무길을 지나면 대곡리 공룡발자국화석에 이른다. 초식공룡 발자국 8개와 물결자국 등이 찍힌 울산시 문화재자료 제13호로 가까이 접근해 확인할 수 있다. 곧 반구대암각화 전망대에 이른다.

울산 반구대암각화 문양을 3D로 구현한 모형. 특히 고래 그림이 많아 선사시대에도 이 일대가 포경으로 유명했음을 보여준다. 울주군 제공
■육안으로 체험하는 선사시대

전망대에 서면 반구대암각화가 포함된 바위절벽과 대곡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암각화 모양을 자세히 볼 수 있지만 맨눈으로는 그림은커녕 그냥 바위절벽만 덩어리째 보일 뿐이다. 답사 프로그램은 이러한 아쉬움을 달랜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전망대 철망을 넘어 개울까지 내려가 50m 남짓 거리 바로 앞에서 육안으로 암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참여한 이달 초 답사에선 암각화에 최대한 다가갔으나 빛이 문제였다. 도착 시각인 오후 3시30분쯤에는 암면에 햇빛이 들지 않아 그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날 기준으로 햇빛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4시30분~5시 정도여서 시간대가 맞지 않은 것이다. 암각이 깊게 새겨진 호랑이 문양 정도가 또렷하게 관찰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보통 4월부터 9월 중순께 맑은 날 오후 4시쯤 방문하면 육안으로 선명한 암각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한다.

암각화에는 특히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참고래, 귀신고래, 새끼를 업고가는 고래, 향고래 등 고래 그림이 많이 새겨졌는데, 이 일대가 신석기시대부터 포경으로 유명했음을 의미한다. 고래 멧돼지 사슴 등 동물 그림과 함께 인간이 이를 사냥하는 장면, 제사를 올리는 사람의 모습도 담겨 제의의 한 형태로 암각화가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술사적 의미도 크다. 발굴자인 문 교수는 “세계적으로 암각화는 많지만 반구대 암각화처럼 집적된 공간에 다양한 그림을 새긴 사례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암각화의 자세한 모양과 역사적 의미 등은 답사의 출발지인 암각화박물관에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천전리각석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발견 50주년을 기념해 사진전 ‘박물관에 남겨진 암각화’, 체험 프로그램 ‘안녕, 반구대’ 등 다양한 문화·전시·학술행사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근처 가볼만한 곳

- 울산 새 관광명소 대왕암 출렁다리 … 개장시간 가야 줄 안 서요

울산 대왕암공원 해상 출렁다리가 새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지난 7월 15일 개통한 길이 303m, 폭 1.5m, 해상 30~40m 높이에 설치된 이곳은 울산 최초의 출렁다리로, 대왕암공원 북측 해안산책로의 돌출지형인 ‘햇개비’에서 ‘수루방’ 사이를 연결해 조성됐다. 개장 석 달 사이 방문객이 7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요즘 가장 ‘힙’한 장소다. 매일 오전 9시~5시 개방하며 연말까지 무료입장. 정기 휴무일은 매월 두 번째 화요일이다.
지난 7월 개통한 300여 m의 길이의 울산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지난 석 달 사이 7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울산의 새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중간 지지대 없이 연결되는 난간일체형 보도현수교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전국 출렁다리 중 지주 교각 간 거리(경간장)로는 길이가 가장 길다. 심하지는 않지만 전진할 때마다 다리가 흔들흔들하고 아래 출렁이는 파도까지 내려다보여 짜릿하다.

한 번에 성인(70㎏ 기준) 1285명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하고, 바닥재는 통풍과 바다 조망이 가능한 ‘스틸그레이팅’ 공법이 적용돼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도 흔들림이 적어 안전사고 걱정이 없다는 게 출렁다리를 운영하는 울산 동구청 측의 설명이다. 다리를 건넌 뒤 갯바위 언덕에서 잠시 일대 해안 비경을 감상한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150년 된 해송숲으로 연결된다. 솔숲을 더 따라가다 보면 삼국 통일을 완성한 문무대왕의 비가 동해의 호국용이 된 남편처럼 이 바다에 잠겨 나라를 지킨다는 전설이 담긴 대왕암에 이른다.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해안 산책로를 천천히 걸은 뒤 돌아 나오는 길에 동해안 최초로 지어진 등대인 울기등대도 들러볼 만하다.

요즘 출렁다리는 방문객이 늘어나 평일에도 줄을 서야 하는 일이 잦으므로 오전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가면 대기 없이 돌아볼 수 있다. 대왕암공원엔 야간경관조명도 별도로 운영된다(매일 오후 8시~밤 11시). 울산시는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대왕암 해상 케이블카와 집라인 조성을 추진 중이어서 이 일대 볼거리, 체험거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글·사진=이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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