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노출영화 그간 꺼려왔지만…이건 80년대 여배우의 투쟁사더라”

넷플릭스 ‘애마’ 이하늬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결혼·출산 후 제안 받은 베드신
- 性 소비하지 않는 영화라 반가워
- 영화 속 희란·주애가 투쟁했기에
- 지금 내가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

- 한국적 소재지만 다양한 메타포
- ‘애마’에 대한 세계인 반응 궁금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그리고 섹스(Sex). 1980년대 초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용했던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이다. 이때 급부상한 게, 에로영화다. 특히나 1982년 통금이 해제되자, 서울에 있는 극장들은 앞다퉈서 심야 영화를 상영했는데 이때 가장 큰 수혜를 본 영화가 안소영 주연의 ‘애마부인’이었다. 서울에서만 30만 관객을 동원한 ‘애마부인’의 성공은 이후 충무로에 에로 영화 붐을 일으켰다. 한 번쯤 들어 봤을 ‘뽕’ ‘변강쇠’ ‘산딸기’ ‘뼈와 살이 타는 밤’ 등이 이때 나온 에로물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에로 영화의 흥행 뒤에는 성(性)적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었던 여배우들의 고충이 있었다.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넷플릭스 드라마 ‘애마’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시대의 편견과 폭력 속에서 여배우들이 감당해야 했던 부조리를 톱스타 정희란(이하늬)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의 각성과 연대로 풀어냈다.

■80년대 여배우 되고자 노력

배우 이하늬가 지난 18일 ‘애마’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둘째 출산을 닷새 앞두고 줌 인터뷰에 나선 이하늬는 ‘애마’에 대해 “여성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너무 반가운 작품이었다. 드디어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무해하고 건강하고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세상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반가웠다”며 작품에 대한 첫인상을 밝혔다.

톱스타 정희란 캐릭터 구축을 위해 이하늬는 남다른 공을 들였다. “개인적으로 사극보다 더 어렵게 느꼈다. 과거이긴 하지만 그 시대를 실제로 통과한 사람들이 있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정확하게 구현하지 않으면 거짓말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정희란’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썼다. 특히 80~90년대 서울 사투리를 과감하게 작품에 녹여내고 싶어서 감독님과 치열하게 논의하며 연기를 했다.”

이하늬는 ‘애마’를 찍으며 80년대 여배우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80년대에 연기했다면 그녀는 어땠을까. 그리고 여배우로서 ‘노출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이하늬는 “80년대에 활동했다면 진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본격적인 베드신을 결혼과 출산 후에 한 건데, 그건 ‘애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예전에 노출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도전하면 뭔가 주목받고 스타 반열에 오를 것 같은 그런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그때 못 하겠더라. 왜 그랬을까. 여성을 소비하고 성적으로 그리는 게 나 스스로 불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애마’는 달랐다. 같은 베드신이어도 작업하는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노출 신을 이렇게 무해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흥미로웠고, 촬영하면서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보았다. 그래서 ‘애마’를 더 애정하고 응원하게 된 마음이 있다”고 부언했다.

‘애마’를 보면 그 시절 여자 배우의 처지를 “링 위에 있다”고 표현한 부분이 있다. 이하늬 역시 여배우로 활동하면서 링 위에 있다고 느낀 적이 있을까.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제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너무나 부당하다’ 싶을 땐 참지 않고 얘기를 하는 편이다. 을의 입장에서 계약서를 썼지만, 내가 을이라고 해서 부당한 걸 침묵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피할 수 없는 링 위에서 덮치는 어떤 파도가 때론 버겁기도 하고, 때론 저를 침몰시킬 것 같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최대한 유연하게 타 넘고 싶다.”

■배우와 엄마 사이 밸런스가 숙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1980년대 여배우 정희란 역할을 맡은 배우 이하늬. 이하늬는 성적으로 소비될 수 밖에 없었던 부조리 속에서도 시대에 맞서는 역할을 당당하게 소화했다. 넷플릭스 제공
80년대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고 밝힌 이하늬. 그렇다면 2025년 여배우로 산다는 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사실 삼켜야 하는 것들은 여전히 많이 삼켜야 한다. 많이 바뀐 부분들이 있지만, 여전히 투쟁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건 비단 여배우여서라기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분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배우는 보여주는 직업이다 보니 그런 지점이 더 부각되어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이어 “그럼에도 2025년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점에 감사한 게 더 많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10년 전 시나리오와 지금 시나리오는 실제로 많이 다르다. 10년 전에는 ‘똑똑한 여자=나쁜 여자’라거나, 여주인공은 구원의 손길을 통해 행복해지는 뭔가 신데렐라 유형의 수동적인 느낌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여성 캐릭터들은 그렇지 않다. ‘애마’의 희란과 주희가 그렇듯, 자기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다. 남녀 구별이 많이 사라진 세상이 됐기에 여배우로서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진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만삭의 몸으로 홍보 활동에 참여할 만큼 ‘애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이하늬에게 배우라는 직업과 엄마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물었다.

“배우가 되게 이기적인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 컨디션을 100% 올리지 않으면 그게 곧 다른 분들에게 민폐가 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잘 해내고 싶다. 동시에 배우로서의 삶을 많이 사랑하게 됐다. 다만 이제야 조금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여러 작품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어떤 상황이 왔는데, 배우로서의 프라임 타임과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프라임 타임이 너무 겹치다 보니 고민이 되는 게 있다. 지혜롭게 양쪽 밸런스를 맞추는 게 숙제다. 숙제를 잘하려면 좀 더 많은 지혜와 더 많은 단단함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해영 감독은 ‘애마’를 단순히 ‘애마부인’이라고 한정 짓지 않고,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견디며 살아낸 여성들의 상징으로 넓게 해석한 바 있다. 이하늬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극 중 주애의 대사 중에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다고 하지만 엿같은 건 여전히 엿같다. 우리는 또 그런 세상에 살아야 하고, 쌍년이 돼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이 대사가 ‘애마’를 관통하는 말인 것 같다. (두 여성의) 투쟁의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역사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시대 의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겠지만,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애마’를 보면서 하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애마’가 22일 공개된다. 농담으로 ‘이번 주에 ‘애마’를 낳고, 다음 주에는 진짜 애를 낳으러 간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저에게는 ‘애마’가 애틋하고 반갑고 짠한 작품이다. 2025년의 시청자가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실지, 내가 느낀 반가움을 함께 느껴주실지, 로컬한 소재지만 여러 메타포를 지닌 이 작품을 글로벌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며 “지금 진짜 둘 다, 출산 직전의 느낌”이라고 말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4. 4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5. 5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6. 6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7. 7[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9. 9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10. 10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3. 3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4. 4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5. 5[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6. 6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7. 7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8. 8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9. 9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10. 10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7. 7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8. 8[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9. 9[뭐라노] 북극항로 개척자들 “사투 끝 새 역사”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2. 2[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3. 3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4. 4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5. 5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6. 6[속보]서울 강서구 '모친 살해'혐의 40대 딸, 24일 구속심사 받아
  7. 7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8. 8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9. 9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10. 10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