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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서울 중구 엠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소통 간담회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홀드백 문제 등 영화산업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이 오고 갔다. 연합뉴스 |
- 개봉 일정시간 두고 플랫폼 상영
- 최근 OTT 급성장에 급격히 단축
- “6개월 묶어야” 법제화 시도 논란
- 극장은 관객이탈 막는다며 찬성
- 수익개선 급한 배급·제작사 반대
홀드백. 한 편의 영화가 극장 개봉 후 VOD, IPTV, OTT 등 다른 유통 채널에서 상영되기까지의 기간. 홀드백은 한때 ‘극장’이란 플랫폼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일종의 버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매체 간 이해 충돌을 막고 각각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완충지대 역할도 했다. 업계의 암묵적 합의처럼 여겨지던 홀드백 체제는 그러나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절대 강자의 등장과 코로나19라는 변이를 만나 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자산어보’ 같이 극장 개봉 한 달 남짓 만에 OTT로 직행하거나, ‘사냥의 시간’ ‘승리호’ ‘독전2’처럼 극장을 완전히 패스한 영화들이 늘면서 홀드백 체제가 흔들렸다. 극장에서 부진을 겪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가 개봉 49일 만에 넷플릭스로 직행한 것도 업계에선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스템 변화는 관객의 관람 습관도 바꿨다.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공개될 텐데, 굳이 극장에 갈 필요가 있나!” 관객이 변하자, 더 빨리 영화를 온라인에 공개해 수익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영화산업 정상화를 위해 홀드백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문제는 이것을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려 하면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영화 상영에 관한 이른바 ‘6개월 홀드백’ 법안(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날로부터 6개월간 TV나 OTT 등 타 플랫폼에 볼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6개월’이라는 명확한 시기를 법적으로 못 박은 건 여러모로 예상 밖의 일이었다.
홀드백 법제화를 두고 영화계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극장 측은 관람객 이탈을 막기 위해 OTT 공개까지의 기간을 법제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작·배급사 등은 콘텐츠 유통 전략의 유연성을 이유로 일률적인 규제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 유통은 생물과도 같아서 작품의 규모나 성격, 수익 목표 등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이를 하나의 틀로 묶어서 법제화하는 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선제 되지 않았다는 게 제작·배급사의 의견이다. 특히 소규모 영화일수록 극장에서 발생한 적자를 2차 창구에서 메우는 게 중요한데, 획일적인 유예 기간이 중소 제작 배급사들의 선택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창작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지난 9일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영화인 581명은 홀드백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3개사로 과점된 국내 극장 체인들은 오랜 기간 흥행하는 한두 영화에 좌석을 몰아주는 관행을 되풀이했다”며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영화가 극장에 머무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졌고, 바로 IPTV나 OTT로 넘어가 관객은 굳이 개봉관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상영 기회 자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단순히, 영화를 다른 플랫폼에 공개하는 것을 막는 홀드백 법안은 투자비 회수를 어렵게 하고 관객의 볼 기회를 제한하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크린 독과점 해결이 먼저지, 원인의 화살을 홀드백으로 돌리는 건 아니라는 것. “소비자들이 긴 기간 영화를 못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극장에서 오래 상영되도록 상영 기간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논란이 이어지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국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소통 간담회’를 열고 홀드백 법제화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최 장관은 “영화계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홀드백 법제화는 시간과 공을 들여 논의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