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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심사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라 완델 감독,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 배우 데미 무어, 클로이 자오 감독. AFP 연합뉴스 |
- 경쟁부문 진출 ‘호프’와 함께
- ‘군체’‘도라’ 등 3개 장편 초청
-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
- 경쟁부문 속속 이름올려 쟁쟁
- 박찬욱 심사위원장 맡아 화제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로 꼽히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칸 공식 초청작 명단에 단 1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한국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와 연상호 감독의 ‘군체’, 정주리 감독의 ‘도라’ 등 세 편의 장편이 초청받으며 한국 시네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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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호프’ 스틸컷. |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칸영화제 ‘꽃’이라 불리는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한국영화 역대 최대 규모 제작비인 약 800억 원이 투입된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호포항의 출장소장이 동네 청년들에게서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장르를 계속 바꿔가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고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소개한 만큼, 외신들도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보는 분위기다.
‘호프’는 오는 17일 밤 9시30분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상영에 앞서 나홍진 감독과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배우들이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국내서도 올해 개봉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잡히지 않은 상태. 칸에서의 수상 여부가 개봉일에 변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와 경쟁 부문에서 만나는 영화는 총 21편이다. 칸 경쟁 부문은 유독 칸과 인연이 있는 경력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도 이 경향은 여지없이 이어졌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크리스티안 문주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2007년 ‘4개월, 3주…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었던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는 ‘피오르드’를 가지고 다시 트로피에 도전한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상자 속의 양’으로 칸을 다시 찾는다. 무려 7번째 칸 진출이다.
2017년 칸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스페인 거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역시 경쟁 부문 단골손님이다. 올해엔 ‘비터 크리스마스’로 초청돼 칸 무대를 밟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처럼 일곱 번째의 칸 경쟁 부문 진출이다. 두 차례 아카데미를 수상한 바 있는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프랑스어 영화 ‘패러렐 테일즈’로 돌아온다. 그의 다섯 번째 칸 경쟁 진출작이다.
‘걸’(2018)로 71회 칸영화제 4관왕에 오르며 천재 감독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신성 루카스 돈트 감독은 ‘카워드’를 선보인다. ‘사울의 아들’(2015)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헝가리 감독 라슬로 네메스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 물랭을 다룬 전기영화 ‘물랭’으로 돌아온다.
나라별로 바라보면, 미국 영화의 부진과 일본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일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외에 하마구치 류스케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와 후카다 고지 감독의 ‘나기 일지’가 황금종려상 레이스에 함께한다. 하마구치는 2021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세대교체가 더딘 한국 영화계를 감안할 때, 신구가 함께 국제 무대에 오른 일본의 상황이 돋보이기도 하고 일견 부럽기도 하다.
한편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앞세워 지난해 칸에서 이슈 몰이를 했던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의 기세는 올해 자취를 감췄다. 전반적으로 이슈보다는 작품성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올해 영화제 심사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이다.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이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올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은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와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각본가 폴 래버티 등이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