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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왜곡 사과하면 끝? K-드라마 너무나도 가벼운 역사의식

‘대군부인’속 등장 면류관·천세…잇단 논란으로 배우·작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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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한 장면. 드라마는 끝났지만 11회에 등장한 역사 왜곡 장면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MBC 홈페이지
- 국민적 비난 사태 수시로 반복
- 주연 캐스팅에 억대 돈 쓰면서
- 고증엔 인색한 제작 환경 문제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 제작진과 작가가 잇따라 사과했지만 시청자들은 작품 폐기를 요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5일 방송된 11회 속 이안대군(변우석)의 왕위 즉위식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서 왕위에 오르는 이안대군이 ‘구류면류관’를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 표현을 사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구류면류관은 중국의 신하가 쓰는 관으로, 독립적인 나라의 황제는 통상 12줄 장식의 십이면류관을 쓴다. ‘천천세’는 중국의 신하 나라인 제후국이 쓰는 말로서, 자주국이라는 설정을 따르려면 ‘만만세’를 써야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아무리 작품이 가상의 입헌군주국을 설정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는 설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나섰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배우들 출연료는 몇억원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원으로 왜 퉁치려 하시는지”라며 현실을 비판했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는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뿐만 아니라 주변국 역사 왜곡 상황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역시 “중국 동북공정 논리를 한국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해당 드라마를 해외에 서비스 중인 OTT 디즈니에 음성과 자막 수정 요청 서한을 발송했다.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다. ‘판타지 사극’을 표방했지만, 태종과 충녕대군 등 실존 인물을 왜곡해 묘사하며 반감을 샀다. 조선의 기방과 먹거리를 고증 없이 중국식으로 꾸민 게 결정적이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거센 항의 속에 단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조선구마사’를 쓴 박계옥 작가는 전작인 ‘철인황후’(2021)에서도 왕실을 희화화하는 대사들과 설정으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은 바 있어 역풍은 더 거셌다.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던 임윤아 주연의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2025)’ 역시 중국 외교 사절단과 조선 왕의 자리 위치 등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한자 고증 문제로 시청자에게 사과를 한 경우다. 드라마에 등장한 편지 속 글씨가 중국어 간체자로 적혀 시청자와 누리꾼 사이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것.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것으로 편입하려 수년 동안 끊임없이 시도해 온 만큼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즉각 삭제하고, 재편집 및 VOD 다시보기도 수정하겠다”며 사태를 수습했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직접 만들었다는 정설이 아닌 승려 신미가 한글 창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가설을 토대로 만들어져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고, 흥행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일련의 사태가 반복되면서 창작의 자유와 그러한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이 사극 콘텐츠 제작의 중요한 화두가 되는 분위기다. 특히 ‘K-컬처’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시청자들이 늘어난 만큼 역사적 고증에 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이 일어나면 극을 이끈 주연 배우들 역시 이미지에 상당 부분 타격을 받는 만큼, 매니지먼트 역시 사극엔 세심한 태도로 접근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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