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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외면받았던 ‘가능한 사랑’…베니스(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사랑했다

이창동 8년 만의 신작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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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간 기립박수·해외 언론 극찬
- “전도연 100년에 한 번 나올 연기”

- 국내 투자 난항 겪고 넷플릭스행
- 내년 오스카 출품작으로 선정
- 23일 극장, 11월 OTT서 공개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가능한 사랑’의 이창동 감독이 지난 6일 상영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후 현장의 외신 기자들이 감독과 배우 사인을 받기 위해 단상 앞으로 달려 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치네마의 살라 그란데에서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상영 직후 약 6분간의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은 깊은 감동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설경구는 연신 눈물을 훔쳐 눈길을 끌었다.

공개 후 해외 매체들은 잇따라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트라우마, 존엄의 상실, 갈망, 계급적 질투를 심도 깊게 성찰한 이 작품은 최고 배우들의 앙상블로 빚어낸 슬프고도 아름다운 실내극”이라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놀라움과 필연성을 너무도 완벽한 균형 속에 펼쳐 보인다. 그래서 장면마다 우리가 늘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호평했다.
‘가능한 사랑’의 주연배우 조인성 조여정 전도연 설경구(왼쪽부터)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배우 전도연의 연기에도 찬사가 이어졌다. 영화에 A등급을 매긴 인디와이어는 전도연에 대해 “이창동 감독과 ‘밀양’으로 호흡을 맞춘 지 20년도 되지 않아 또 한 번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연기를 선보인다”고 극찬했다.

영화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평점으로도 확인된다. ‘가능한 사랑’은 상영 직후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 메타크리틱에서 96점을 기록했다. 해외 주요 외신으로 구성된 9개 매체 평가에선 5점 만점에 평점 4.61을 받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13편 중 1위다. 기자 평점이 수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는 12일 폐막하는 베니스영화제는 마틴 맥도나, 대니 보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세계 거장들의 신작 21편이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합한다.

‘가능한 사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내면의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팬데믹 이후 인간관계의 단절과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이창동 감독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런 시기에 과연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영화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이을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이후 이창동 감독과 재회한 설경구는 “‘초심’이라는 단어를 되뇌며 임한 작품”이라며 “배우에게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집중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현장을 일컬어 우리는 ‘이창동 매직(Magic)’이라 부른다”고 전했다.

이창동 매직이 펼쳐지기까지 우여곡절은 많았다. 특히나 ‘가능한 사랑’의 넷플릭스 행은 지난해 영화계를 달군 빅뉴스였다. 영화는 당초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한국 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돼 15억 원을 지원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국내 투자사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투자 유치에 실패한 이창동 감독은 결국 영진위 신청을 자진 철회하고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조차 업계의 투자를 받지 못해 넷플릭스로 향하자,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영화의 냉혹한 현주소”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영화 파괴를 주도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넷플릭스가 거장 감독의 영화를 서포트 하며 구원투수가 된 것도 아이러니다. 넷플릭스는 ‘가능한 사랑’에 제작비 전액을 지원한 것은 물론, ‘극장 선 개봉 후 스트리밍 공개’라는 매력적인 카드도 제시했다. ‘가능한 사랑’이 내년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 국제 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도 선정된 만큼, 넷플릭스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영화의 아카데미 레이스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는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넷플릭스에서는 11월 6일 공개된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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